[제주스토리] 보호수, 제대로 보호받고 있을까?
['제주스토리'는 제주의 여러 '1호'들을 찾아서 알려드리는 연재입니다. 단순히 '최초', '최고', '최대'라는 타이틀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에 얽힌 역사와 맥락을 짚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그 속에 담긴 제주의 가치에 대해서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제주도에는 115그루의 보호수가 존재합니다.
보호수는 쉽게 말해 수령(樹齡)이 오래된 나무 가운데 보존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법적 보호를 받는 나무를 뜻합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제주의 보호수는 모두 116그루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령이 한 손에 꼽히는 팽나무 한 그루가 고사(枯死) 지경에 놓여 없어지면서 115그루로 줄어들었습니다.
제주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나무도 상태가 좋지 않아 대대적인 외과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오래된 1호 보호수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요. 보호수들이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 '역사 속으로' 사라진 500살 나무, '위태위태'한 700살 나무
올해 초,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제주시 지역 보호수 가운데 세 번째로 수령이 오래된 팽나무가 고사 상황에 놓여 보호수 지정이 해제된 것입니다.
제주시 해안동에 있었던 이 나무는 500년가량 한 자리를 지키며 과거엔 마을의 수호신처럼 여겨졌었는데,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베어졌습니다.
보호수가 있던 자리는 흔적도 찾기 힘들 정도로 말끔히 치워졌습니다.
비슷한 시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했던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이 팽나무도 약 500년 정도의 수령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곧이어 비보는 또 들려왔는데요.
제주시 지역 보호수 가운데 두 번째로 수령이 높은 700살 팽나무도 상태가 좋지 않아 외과수술을 진행, 가지의 상당 부분을 제거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나무 주위로 포장된 길이 뿌리에 영향을 줘서 뿌리가 썩어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나무를 둘러싼 울타리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이에 지난 3월에 외과수술을 통해 나무의 40%가량을 베어냈습니다.
나무를 베어낸 것을 지켜본 한 주민은 "팔, 다리가 잘려 나가는 기분"이라고 말로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 최고령 '천년폭낭', 괜찮을까?
보호수는 시·도지사 등이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다고 판단한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 등으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산림보호법 제13조(보호수의 지정·고시)에 따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나무, 팽나무, 은행나무 등 나무의 종류에 따라 보호수로 선정 기준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 가장 많이 보호수로 지정된 수종은 팽나무류인데, 이 수종의 경우 수령 250년, 높이 20m, 가슴높이 지름 1.5m 등의 기준이 적용됩니다.
다만, 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100년 이상된 나무 중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보호수 역시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에 있는 팽나무로 이른바 '천년폭낭'으로 불립니다.
이 인근 나무를 중심으로 차씨와 주씨, 현씨 세 사람이 움막을 짓고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상가리 마을로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나무 인근에 비슷한 수령의 팽나무가 많았다고 전해지는데, 아이들이 땅으로 내려오지 않고 나뭇가지를 타고 옮겨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약 1,000년 정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나무는 높이 5m, 가슴높이 둘레는 5m에 달합니다.
원래 나무의 높이가 더 높았는데 1959년 9월 제주에 상륙한 태풍 사라호 내습 당시 나무 윗부분 7m 정도가 부러지고 기울어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합니다.
이 나무는 지난 1982년 10월 22일, 제주도에 보호수로 첫 지정될 때 다른 나무들과 함께 보호수로 지정됐습니다.
다행히 큰 상처를 입었지만 현재까지 생육에 관한 큰 문제점을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 보호수, 제대로 보호받고 있나?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보호수는 1만 3천 여 그루에 달합니다.
제주도에는 164그루(제주시 116그루, 서귀포시 43그루)의 보호수가 있었는데, 이번에 제주시 해안동 보호수가 없어지면서 163그루로 줄었습니다.
제주지역 보호수는 지난 2013년 11월 제정된 '제주자치도 보호수 및 노거수 보호관리 조례'에 따라 관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 조례에는 연 1회 정기점검이나 보호수 생육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개발행위를 제한한다는 등의 내용만 담겨 있어 체계적인 관리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러한 조례를 보완할 체계적인 별도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장에선 병해충 방제를 위한 주사 처방이나, 안내판 개보수 등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정기적인 모니터링은 육안으로 관측하는 수준에 머뭅니다. 나무 내부가 썩어들어가는 증상은 파악이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필요한 경우 외과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후 약방문이 될 우려가 큽니다.
더구나 보호수를 관리하는 제주자치도와 양 행정시의 공무원이 모두 8명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이들은 산림 병해충 방제나 산불 예방 등 다른 업무를 겸하며 보호수 관리까지 병행해 하는 실정입니다.
비록 보호수마다 관리 주체를 지정해 관리에 힘을 쏟고 있지만, 연간 10만 원 정도 지원되는 관리비는 열악한 수준입니다.
단순히 오래된 식물이라는 차원을 넘어, 긴 세월 동안 제주도민들과 함께 호흡해오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보호수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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