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당장 죽겠는데"…카드사, 당국 압박에 상생 코드 맞추기 '끙끙'

류정현 기자 2023. 7.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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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드사들이 때아닌 '상생금융' 프로젝트에 한창이라고 합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적극 독려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포용적 금융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당국의 이 같은 행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하나은행을 방문하면서 하나은행이 캐시백 희망 프로젝트 등 취약차주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이 원장은 이후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을 찾아 상생금융에 동참하라고 독려헸습니다. 

이후 잠잠해진 듯했던 이 원장의 발길이 최근 카드사로 향했는데요. 카드사들을 향한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우리카드가 가장 먼저 총대를 멨습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행사장에서 우리카드는 2천200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뒤이어 롯데카드가 3천100억 원, 현대카드가 현대커머셜과 합쳐 6천억 원 규모의 관련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이런 식으로 국내 카드사들이 내놓은 상생금융 보따리는 현재 2조 원에 달합니다. KB국민카드, 삼성카드, BC카드를 제외한 5개 전업카드사가 갹출한 액수입니다.

카드사들이 일제히 상생금융 대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상당 부분 작용했습니다. 이는 지난 17일 신한카드 상생금융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 원장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당시 이 원장은 "그간 카드사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모집 및 계약단계에서만 관심을 둘뿐 이후 관리나 지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금융권 전반에 상생금융 문화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신한카드 '소상공인 함께, 성장 솔루션'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마련한 상생금융 지원금 액수가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카드사들이 벌어들인 돈보다도 많은 규모의 지원금을 내놓겠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롯데·우리·하나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상생금융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러한 지원금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취약계층에게 도달할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실제 체감 규모는 이보다 작을 수밖에 없는 데도 액수를 부풀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인데요. 

무엇보다 카드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는 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라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8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모두 5천866억 원인데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7.5% 줄어든 수치입니다. 곧 상반기 결산 실적이 나올 예정인데 지난해보다 사정이 좋지 않을 거란 게 업계 관계자들 사이의 중론입니다.

카드사의 실적이 쪼그라들면 자연스럽게 일반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카드사들은 회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던 신용·체크카드를 일제히 단종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159종의 카드가 사라졌는데 지난해 전체를 합쳐도 116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많은 수치입니다.

카드업계에서는 더 이상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건 무리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 입장에서 가격과 다름없는데 이를 강제로 내려왔다"며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상생금융 코드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 카드사 입장에서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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