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 40년 뒷바라지…판사 아버지, 과학계 이사장된 사연

김인한 기자 2023. 7. 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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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장은 21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아들을 낳고 인생 최고의 기쁨을 누리다가 자폐 진단 후에는 신에게 원망까지 했을 정도로 좌절감이 컸다"면서도 "하지만 인생에서 첫째 아들은 만났고 그 덕분에 많은 일을 이뤄내며 과학과도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평생을 판사 출신 법조인으로 살아온 저는 과학기술에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라면서도 "법조인과 과학자는 삶과 자연의 이치를 다룬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다르지 않은 이상동몽(異牀同夢·다른 자리에서 같은 꿈을 꾼다는 의미)의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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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판사 출신 법조인' 김용직 KIST 미래재단 이사장
40년 전 첫째 아들 자폐 진단 받고, 자폐성 장애인 위해 봉사
자폐·치매 등 '인류 난제 연구' 수행하는 미래재단 맡아 기여
김용직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미래재단 이사장. / 사진=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 한 청년에게 1983년은 삶의 변곡점이 됐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한 청년은 그해 의사 아내와 첫 아이까지 얻었다. 서울동부지법 판사로 임관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맞던 그에게 좌절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첫째 아들의 자폐 진단. 그로부터 40년간 그는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봉사에 헌신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김용직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미래재단 초대 이사장(68)이다.

김 이사장은 21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아들을 낳고 인생 최고의 기쁨을 누리다가 자폐 진단 후에는 신에게 원망까지 했을 정도로 좌절감이 컸다"면서도 "하지만 인생에서 첫째 아들은 만났고 그 덕분에 많은 일을 이뤄내며 과학과도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평생을 판사 출신 법조인으로 살아온 저는 과학기술에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라면서도 "법조인과 과학자는 삶과 자연의 이치를 다룬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다르지 않은 이상동몽(異牀同夢·다른 자리에서 같은 꿈을 꾼다는 의미)의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판사 출신 법조인, 과학계와 인연

김 이사장은 판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를 맡고 있는 법조인이다. 1980년대부터 사회복지법인 아가페를 시작으로 서울대어린이병원후원회,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기여했다. 특히 2006년 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설립해 18년째 회장을 맡으며 자폐성 장애인 부모의 돌봄 부담을 낮추고 사후 돌봄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윤석진 KIST 원장과는 지난해 인연을 맺고 그해 7월부터 KIST 미래재단 초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 재단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첫 공익법인이다. 민간 기부금을 받아 자폐·치매와 같은 인류의 난제 연구 도전 등을 목표로 한다. 또 신진 유망 연구자 지원, 연구자 육성과 이공계 장학사업, 개발도상국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윤석진 원장은 학회 출장을 가던 비행기에서 우연히 오티즘(Autism·자폐증)이 난제 중 난제라는 사실을 자각했다고 한다. 국내로 돌아와 출연연 역할이 민간 기업 등이 하지 못하는 난제 연구 도전이라고 보고 KIST 뇌과학연구소에서 관련 연구를 개시했다. 자폐 단체와 협업을 추진하던 중 평생을 자폐성 장애인을 위해 활동해 온 김 이사장을 알게 되고 직접 찾아가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몇 차례 고사 끝에 이사장직을 맡았고, 지난 1년간 오랜 네트워크를 통해 KIST 뇌과학자들과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연구팀 등과 협업을 주선했다. 또 법조인으로 기업과 병원 등과 맺어온 인연을 바탕으로 KIST 미래재단 비전 등을 설파하며 기부금 유치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사회 발전을 위한 법조인의 임무가 법과 원칙의 수호라면 과학자의 사명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과학기술을 만드는 것"이라며 "과학자들이 자폐·치매와 같은 난제 연구를 통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래재단이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재단 기부금은 인류의 난제 연구뿐만 아니라 정년을 끝낸 우수연구자 지원이나 신진 유망 연구자 발굴과 육성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며 "KIST가 본보기가 된다면 다른 출연연에도 미래재단처럼 인류 난제 해결을 목표하는 공익법인이 설립될 수 있다"고 했다.

미래재단은 2012년부터 KIST 직원이 연봉 1%를 자발적으로 기부한 자금 15억원이 설립 자본금이 됐다. 현재도 KIST 내부 기부가 지속되고 있다. 또 포스코가 지난달 KIST 미래재단에 10억원을 직접 기부하는 등 기부금이 늘고 있다. KIST는 미래재단 기부금으로 뇌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자 지원 사업, 공적개발원조(ODA) 등 과학나눔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용직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미래재단 이사장이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케이씨엘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미래재단 1년 활동을 소개했다. / 사진=김인한 기자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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