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풍광 떠오르는 ‘아이슬란드적’ 노래 [음란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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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황석희씨의 글을 봤다.
어쨌든 황석희씨의 저 글을 읽으면서 음악으로 따지면 나는 누구를 저렇게 변호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반면 아우스게이르의 음악은 '아이슬란드적'이면서도 단단한 '팝'의 구조를 지녔다.
'아이슬란드적'이라는 게 대체 뭐냐고 반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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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황석희씨의 글을 봤다. 요지는 이랬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꼭 좀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정말 잘 만든 좋은 영화라는 거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관객의 영화 선택이 까다로워진 시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작품이야말로 관객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대체 이런 영화가 흥행이 안 되면 어떤 영화가 흥행되어야 하느냐는 게 그가 던진 질문이었다.
한마디 보태고 싶다. 나는 2000년대 이후 나온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다 보고 플레이한 사람이다. 그중 1위를 꼽는다면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전작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였다. 한데 이제 1위가 바뀌었다. 그렇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공동 1위다. 참고로 3위는 2018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된 〈스파이더맨〉 게임, 4위는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꼭 극장에서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어쨌든 황석희씨의 저 글을 읽으면서 음악으로 따지면 나는 누구를 저렇게 변호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조건은 있다. ‘영화 개봉=공연 개최’라고 볼 수 있으므로 2023년에 공연이 예정된 뮤지션으로 한정했다. 내 머릿속에서 답은 거의 고민 없이 출력됐다. 바로 아이슬란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아우스게이르다.
음악 좀 듣는 사람에게는 아이슬란드 하면 이 밴드가 자동으로 떠오를 것이다. 맞다. 시규어 로스(Sigur Rós)다. 하긴 그랬다. 한국에 알려진 아이슬란드 출신 뮤지션이라고는 비외르크(Björk) 외에 거의 전무했던 시절 시규어 로스는 자신을 넘어 아이슬란드라는 국가에 대한 궁금증까지 불러일으킨 존재였다. 그들은 아이슬란드라는 미증유의 땅으로 우리를 인도해준 최초의 메신저였다. 장담할 수 있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뤘던 예능 프로그램도,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갑자기 불붙었던 숨겨진 아이슬란드 뮤지션 찾기 경쟁도 없었을 것이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아우스게이르다. 2012년 데뷔작 〈디르드 이 되이다쇠근(Dýrð í dauðaþögn)〉(영어로 ‘Glory in Deadly Silence’)으로 등장한 그는 아이슬란드 차트 1위를 거머쥐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자료를 보면 2014년 발매된 〈인 더 사일런스(In The Silence)〉가 2집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엄밀히 말해 정확하지는 않다. 1집을 영어로 노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의 2집은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차트에도 오르며 1집을 넘어서는 히트를 기록했다.
장르를 굳이 따지면 시규어 로스는 포스트 록으로 분류된다. 마니아 성향이 꽤 짙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아우스게이르의 음악은 ‘아이슬란드적’이면서도 단단한 ‘팝’의 구조를 지녔다. ‘아이슬란드적’이라는 게 대체 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이건 음악을 들어보고 직접 느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설명해보자면 아이슬란드에 뿌리를 둔 음악가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운드의 공간감을 유독 강조한다는 점이다. 듣는 이가 자연스럽게 아이슬란드의 광대한 풍광을 떠올리게 되는 바탕이다. 이 점을 유의해서 감상해보길 권한다. 추천은 딱 세 곡, ‘인 더 사일런스’ ‘킹 앤드 크로스(King and Cross)’ ‘인 하모니(In Harmony)’를 꼽고 싶다. 아우스게이르의 내한공연은 7월28일이다. 음악을 처음 접해보고 푹 빠진 뒤 공연까지 가게 되는 것, 때로는 순식간이다. 어쩌면 아우스게이르가 당신에게 그런 뮤지션이 될지 모른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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