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사망, 국회의원 때문이래"...가짜뉴스 퍼나르는 유튜버들
[편집자주] '정치 과잉'의 대한민국, 그 중심에 '정치 유튜버'들이 있다. 복잡한 정치 현안을 쉽게 알려주지만 때론 가짜뉴스의 온상, 정치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치 유튜버가 장관이 되는 시대,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커뮤니티상에서는 아니라고 하던데 공장장(김어준)이 이야기한거면 확실하겠네요"라고 적었다. 그러나 루머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같은 날 "해당 학교에 제 가족은 재학하고 있지 않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조치를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최초 유포자는 해당 의원을 직접 찾아가 선처를 요청하며 사과했다.
기성 언론과 정치 엘리트들이 독점하던 정치 담론의 장에 국민들의 참여를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됐던 '정치 유튜브'가 이런 순기능은 커녕 가짜뉴스와 진영논리의 확대 재생산이란 역기능만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견해가 다른 시민 간 소통창구가 아니라 양극화된 정치지형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방송 역시 가짜뉴스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허위정보 우려 상승 및 유튜브 뉴스 이용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10일부터 2월20일까지 전세계 주요국들의 디지털 뉴스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전세계 9만3895명, 한국 2003명)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는 한국인 응답자가 전체 응답의 53%로 나타났다. 46개국 평균은 30%다.
유튜브 등에서 접하는 정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한국 응답자 66%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계 평균은 56%다.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에 2020년 2월 게재된 '유튜브 정보 규제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허위정보를 접한 경로 중 유튜브(19.9%)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위사람(17.8%) △방송뉴스(16.4%) △인터넷 검색(12.9%)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가짜뉴스' 확산이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성장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미디어가 레거시(전통적) 미디어에서 부족하게 느끼는 점을 메워주는 것은 맞다"면서도 "(정치 유튜브가)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의 상태인 정보를 사실처럼 믿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진위 판단이 쉬운 명백한 허위보다는 사실을 비트는 왜곡이 더 큰 악영향을 불러온다는 진단도 있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국 정치에서는 추상적인 단어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데 정치 유튜버들은 이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짜뉴스는 아니지만 (왜곡된 발언을) 듣다보면 그것이 팩트처럼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통해 그동안 본 콘텐츠와 유사한 것만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필터 버블'을 통해 사용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나꼼수'와 같은 팟캐스트도 팬덤을 형성했으나, 팟캐스트를 듣기 위해서는 내가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미 형성된) 팬덤이 모이는 형태였다면 정치 유튜버는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알고리즘이) 찾아다 준다"며 "문제는 이게 편파 방송이고 알고리즘 때문에 의견이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아 나만의 세상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적대적 대립 상태에 놓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모든 사람이 참여가 가능하고, 빠르고, 쌍방향 소통이 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최근에는 팬덤 현상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이는 것 같다"며 "끊임없이 대화와 타협을 해야 국민통합도 되고 (정책) 결정도 될텐데 강경 지지자들의 입김이 너무 세고 정치인들이 그들의 눈치를 봐 진영논리와 적대적 대결의 구조가 강화된다. 이에 정치 유튜버의 영향력 증대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막강한 영향력의 정치 유튜버들이 가짜뉴스를 퍼날라도 이를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행 언론중재법이나 방송법 등에 따르면 유튜브와 1인 미디어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정정·반론보도 등의 수단을 통해 구제가 불가능하다. 명예훼손죄·모욕죄 등 형법상으로 고소하는 방법은 가능하나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허위정보가 퍼지면 실질적으로 피해를 구제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독일은 2017년 '네트워크 집행법(NetzDG)'을 제정해 불법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게 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내 차단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도 2018년 '정보조작대처법'을 만들고 선거 전 3개월 동안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정보가 유포된 경우 법원 명령을 거쳐 중지시킬 수 있게 했다.
현재 국회에는 뉴미디어 콘텐츠를 보도에 따른 분쟁 조정·중재의 대상으로 추가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김승수안)이 계류 중이다. 단 언론사가 만든 콘텐츠로 한정하고 있어 정치 유튜버에 의한 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짜뉴스 배포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박정안), 허위정보 삭제요구권을 신설하고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김종민안) 등도 계류 중이다. 다만 이 법안은 언론의 자유를 해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유튜브 측은 허위정보·비방 등이 담긴 영상에 대해 수익창출 제한·계정 차단 등의 조치를 시행하지만 명백한 기준이 공개돼 있지 않다. 또 허위정보 피해자가 유튜브에 연락할 방법이 신고기능을 이용하는 것밖에 없어 내용 정정 등을 빠르게 요구하기 어렵다.
언론·연구기관 등의 역량을 강화해 허위정보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유튜버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 수 있지만 중국처럼 되려는 것이 아니지 않나"며 "제대로 돈을 들여 더 재미있고 더 훌륭한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줘야한다"고 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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