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정전협정은 승전”…“권력 장악 악용”
[앵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앞두고 대미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정전협정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북한은 미국과 싸운 6.25 전쟁을 ‘이겼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래서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 일을 전승절이라고 부릅니다.
또 6.25 전쟁도 남한의 북침으로 일어났다면서 ‘조국해방 전쟁’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죠.
북한은 왜 정전협정일을 전승일이라 주장하고 있고, 역사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을까요?
정전협정 체결 70년 기획,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산 중턱에 빼곡하게 들어선 묘지들.
수많은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데요.
6.25전쟁 참전 북한군 가운데도 영웅 칭호를 받은 이들이 안장된 북한의 국립묘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전협정체결일, 북한이 주장하는 전승절이면 이곳을 찾았다는데요.
[진분옥/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 강사 : "총비서동지께서는 전승절을 계기로 우리 조국해방전쟁 참전 열사 묘를 무려 9차례나 찾아주셨습니다."]
북한은 정전협정체결일을 앞둔 이맘때면 6.25전쟁 관련 기념관들을 소개하고 전쟁의 주역들을 조명합니다.
[김정아/청년운동사적관 강사 : "전쟁 시기에 청년근위대를 묻고 싸운 나라는 있어도 소년근위대를 묻고 용감히 싸운 나라는 오직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참배객과 관람객들 역시 그에 걸맞은 소감을 내놓습니다.
[청년운동사적관 관람객 : "전쟁 시기 소년근위대원들처럼 나라를 위하여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소년 애국자, 소년 혁명가로 억세게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 참배객 :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고 다시는 노예로 살지 않으려는 억척의 신념, 우리 새 세대들이 굳건히 이어가야 할 고귀한 혁명적 유산입니다."]
하지만 6.25전쟁에 대한 북한 주장은 대부분 왜곡됐습니다.
먼저 6.25 전쟁을 북침으로 주장합니다.
["6월 25일 이른 새벽에 남조선 괴뢰 정부의 소위 국방군들은 3·8선 전역을 걸쳐 3·8 이북 지역으로 불의의 진군을 개시하였다."]
남한 출신의 6.25 참전 북한군을 등장시켜 남침을 정당화합니다.
[김경완/6·25전쟁 북한군 참전자 : "나는 1950년 6월 28일 서울이 해방되던 날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승만 괴뢰 역도의 기반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습니까?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위대한 김일성 장군님의 품에서 행복하게 살날이 왔습니다. 김일성 장군 만세!’ 하고 부르는 만세 소리에 모였던 사람들이 저마다 환영했습니다."]
6.25전쟁은 외세의 침략에 맞선 ‘조국해방전쟁’이며, 정전협정은 적의 요청에 따른 것인 만큼 자신들의 승리라는 겁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이런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교육받고 있습니다.
[최경옥/교원 출신 탈북민 : "제가 어려서 교육받을 때나 교사 생활을 하면서 교육했던 게 6·25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어느 평범한 일요일 새벽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이 북침했다. 7월 27일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은 우리 장군님 앞에 무릎을 꿇고 정전협정장에 끌려 나와서 조율했다. 그들이 스스로 이제는 전쟁을 못 하겠다 잘못했다 이렇게 무릎을 꿇었다고 해서 우리가 승리한 걸로 생각하고 전승 기념일이라고 하지 정전협정일이다 이렇게는 생각 안 해요."]
여기엔 6.25전쟁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 했던 김일성의 야욕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패전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최고사령관이었던 지위를 이용해 반대 세력을 처단하는 수단으로 써먹은 겁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한국전쟁은 사실 (김일성)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유용한 전쟁이었어요. 왜냐하면 해방 직후 김일성도 이름이 알려졌지만 좌파는 박헌영, 이관술이라는 남로당 계열 인물이 김일성보다 훨씬 더 인지도가 높았거든요. 김일성은 그 밑이었어요. 그런데 한국전쟁을 통해서 허가이 같은 소련 출신들을 제거했고 남로당 박헌영도 제거했고 그다음에 1958년 종파 사건을 통해서 중국 공산당 계열의 연안파와 소련파들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그 외 권력 투쟁 과정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거든요."]
김정일 역시 정전협정을 유일지배체제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1973년엔 정전협정체결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지정했고, 1996년엔 국가 명절이라며 ‘전승절’로 격상해 자축했습니다.
휴전을 승전이라 주장한 만큼 조작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6·25 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이 대표적입니다.
[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 : "인천상륙전에서 맥아더 5성 장군은 1개 군단을 가지고 1개 중대 앞에 패전하는 장군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한국전쟁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김일성을 전설적인 지도자로 만드는데 조작 과정을 거쳐요. 그리고 그 작업을 지휘한 게 김정일입니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을 하면서 김일성 유일지배체제를 만들고 이 과정을 김정일이 직접 진두지휘하고요 그중에 가장 효과적인 소재가 항일 빨치산 그다음이 한국전쟁이에요."]
북한의 이런 주장들은 1990년대 공개된 소련의 비밀문서 등을 통해 대부분 역사 왜곡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1994년 러시아 옐친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극비 문서에는 김일성의 6.25 남침 정황이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KBS뉴스9 /1994년 7월 20일 : "중국의 협조까지 약속받은 김일성은 1950년 5월 29일, 소련의 평양 주재 대사에게 6월 말까지 모든 전쟁 준비가 완료될 것임을 통보합니다."]
북한이 정전을 전승이라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체제결속을 위해섭니다.
지난해에도 정전협정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노병들을 평양에 집결시켰고, 아내 리설주까지 대동해 전쟁 승리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는데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미국은 오늘도 우리 공화국에 대한 위험한 적대행위를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남조선 정권과 군부 깡패들이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마슬(부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은 전승이라 주장하면서 실제로 작동하는 정전 체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2013년 3차 핵실험 뒤, 유엔 제재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반발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김영철/당시 북한 정찰총국장/2013년 3월 6일 : "3월 12일 그 시각부터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온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 버릴 것입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은 정전협정은 적대시 정책에 연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정전협정이라고 하는 기존 질서를 북한이 불리하게 하는 그런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그런데 이 모든 원인은 자기에게 있다고 하기보다는 북미 간 적대관계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미 간의 적대관계에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북미 간 적대관계를 평화협정을 통해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5년, 10년 단위의 이른바 꺾어지는 해, 정주년 행사를 크게 치르는 만큼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 70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이 예상됩니다.
지난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화성-18형을 선보였는데, 이번엔 어떤 새 무기를 공개할지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대외 메시지는 물론 내부 불만의 목소리까지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이중구/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8차 당대회 때 국가경제개발 5개년계획도 발표했고 무기개발 5개년계획도 발표했는데 기본적으로 국정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정책은 국가경제개발 5개년계획 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경제 분야에서 많이 성과가 없기 때문에 그런 책임들을 미국에 돌리고 미국 때문에 북한이 역사적으로 고통을 겪어왔다는 것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지금도 어린 세대에게 전승절이라는 잘못된 역사를 전하고 있는 북한.
["조국해방전쟁에 참가해서 낙동강까지 간 잊을 수 없는 청년들이다. 우리 전쟁 노병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킨 이 나라를 동무들이 지켜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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