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을 선점하라 [SDF 다이어리]
SDF 다이어리를 만드는 미래팀원들의 요즘 화두는 '미래 일자리'입니다. 10년 뒤에는 무엇으로 밥벌이하게 될까? 미래 유망 직업은 무엇일까? 그런 직업을 갖기 위해선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까? 등등.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을 듣고 싶어서 저명한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있지만, 교수님들도 똑 떨어지는 답을 주진 못 하더군요. 최근 만나 뵌 한 교수님은 이런 얘기까지 했습니다. "확실하게 이렇다 말하는 사람은 다 사기꾼이에요!"
뤼튼이라는 AI 플랫폼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뤼튼을 개발한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창업 2년 만에 누적 투자금의 규모가 총 190억 원에 달하고, 일본 AI 시장까지 진출한 최근 가장 각광 받는 국내 생성 AI 스타트업 중 하나입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IT 박람회 'CES 2023'에서는 이 스타트업이 개발한 글쓰기 연습 AI 플랫폼 '뤼튼 트레이닝'이 CES 혁신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출처: 뤼튼 트레이닝 서비스 페이지
뤼튼은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1996년생, 올해 나이 27살의 이세영 대표가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 대표를 지칭하는 각종 수식어들을 조합하면 문과생이 AI 창업? 도대체 어떻게? 다음 목표는? 등등 궁금증이 여럿 생깁니다.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역 근처에 위치한 뤼튼의 사무실로 찾아가 봤습니다.
Q. 문과생인 대표님은 어떻게 이공계 영역인 AI 스타트업을 창업하신 건가요?
제가 고등학교 때 만들었던 '한국청소년학술대회'라는 청년들을 위한 콘퍼런스가 있는데, 13개국에서 3천 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오는 국제 콘퍼런스를 학생 주도로 열었던 거였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표현의 병목' 때문에 사람들의 사고 확장이 제한된다고 믿었던 사람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계속 병목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도와주거나 말 할 기회들을 많이 주면 오히려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들이 더 확장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고, 그 믿음에 함께 해줬던 분들이 콘퍼런스를 같이 열었던 것이에요. 청소년들이 오면 창의적인 생각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발표되고, 또 더 확장되고 그런 경험들을 2박3일씩하고 갔던 그런 콘퍼런스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당연하게도 오프라인 대회는 못하게 됐고, 그걸 취소하는 과정에서 당시에 한 1억 원 정도 환불금이 생겼거든요. 그걸 갚아나가야 되고, 또 온라인으로 콘퍼런스를 전환하는 과정에 기술을 더하면 훨씬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겠구나 느꼈고요. 그때가 GPT2나 GPT3가 나오고 있던 시점이었어요. 당시 모델은 지금만큼 뛰어나지는 않았거든요, 쓰려면 상당히 좀 어려웠고요. 그럼에도 이 기술이 갖고 있는 가치가 결국 사람의 표현이나 사람의 생각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했고, 이 기술이면 우리가 추구했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의성 확장'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아직까지 미숙한 기술이지만 믿고 준비했던 게 기술을 빨리 도입하고 상용화할 수 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Q. 고등학생이 콘퍼런스를 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어릴 때부터 남다른 학생이었나요?
저는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고 제 생각을 어른 흉내 내는 글로 쓰는 것들을 되게 좋아했어요. 왜냐하면, 초등학생 입에서 나오면 '그건 초등학생 생각이야' 이렇게 할 수 있는데, 어른 흉내를 내면 그게 좀 해결된다고 보는 약간 괴짜였는데, 계속 어른 흉내 내는 글을 쓰다 보니까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하는 시점들이 기사를 써보는 경험을 했거나, 선언문을 써보는 경험을 했던 순간들이었고, '이걸 더 많은 사람들,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작은 동아리를 만든 게 시작점이었습니다. 30명 남짓한 동아리였고, 그게 이제 매년 열 배씩 커졌어요.
Q. 국내외에 생성 AI 플랫폼이 정말 다양하죠. 뤼튼의 차별성과 강점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 관점에서 뤼튼의 강점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술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나 제품을 만드는 태도 자체가 조금 다르다고 보고 있어요. 저희는 사실 AI 기술의 완성도, 또는 위대함 이런 것들을 유저한테 강조하기보다는 훨씬 더 편리한 사용성, 그리고 진짜 내 삶에서 어떤 유스 케이스(사용 사례, Use Case)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직관적인 가치 전달에 집중을 많이 하고요.
그럴 수 있었던 건 사실 이러한 기술 자체를 인터페이스(Interface)[1]의 전환으로 보고 있었거든요. 과거 PC, 인터넷, 모바일 때 다른 기술과 그 기술이 달랐던 건 사람과 기계가 소통하는 방식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순간들이었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서비스들이 나왔다고 보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그런 관점에서 전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2]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은 컴퓨터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자동으로 구성하고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의미한다.
Q. 뤼튼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합니다.
생성AI 자체는 우리가 네이버나 카카오톡을 무료로 쓰는 것처럼 점점 더 저렴해지고 무료로 충분히 제공 가능한 영역이라고 봅니다. 그걸 위해서 저희도 기술적으로 모델을 더 최적화해서 쓰는 방법들이나 경량화 된 모델을 일정 부분에서 쓰는 방식을 연구 개발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제가 창업하고 지금까지 2년 사이에 GPT3 비용이 4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 비용은 점점 더 줄어들 거라고 보고 있고요.
PC, 인터넷, 모바일, 생성 AI로 오는 과정에서 매 기술 혁명 때마다 '첫 화면'은 바뀌어 왔거든요. 첫 화면을 차지한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들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PC에서 매킨토시 화면이었고, 그 다음 인터넷에서는 브라우저들 검색 포털들이었고요. 그 다음에 모바일에서는 소셜미디어들, 메신저 같은 곳에 들어가서 다른 서비스들과 연결됐고, 그런데 그때마다 생각해보면 인터페이스가 다 바뀌었거든요.
Q. 생성 AI 관련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편향성입니다. 편향성을 어떻게 견제하고 계세요?
기술과 정책적으로 모두 하고 있는데요. 제품을 빌딩하는 과정에서부터 AI 윤리를 지켜나가면서 편향성이 있는지, 또는 위험성은 없는지 검토하면서 저희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하는 게 정책적인 것이고요. 기술적인 것은 편향이나 위험 발화를 감지하는 필터를 뤼튼 내부적으로 AI 모델을 만들어서 유저들이 인풋을 넣거나 생성 AI가 아웃풋을 뱉었을 때 검증하는 형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AI 모델을 만들 때는 사실 3교대, 4교대로 불침번을 서기도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루다 사태가 있고 처음으로 새롭게 한국에서 시도하는 AI 서비스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그런 문제에 대해서 엄청 조심했고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고도화돼서 자동으로 되고 있고, 한 번씩 검토하는 형태입니다.
Q. 편향성과 같은 논란 때문에 AI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금 규제나 정책들에 대한 논의가 막 벌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 논의가 점점 활발해지는 것을 저희도 느끼고 있어요. 샘 알트만(오픈AI CEO)이 계속 건강한 규제들을 논의하기 바란다는 어젠다를 던지는 것 자체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니 우리 이제 규제와 관련된 논의를 하자는 의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로의 대전환은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거나 또는 발생해야 하는 규제들은 빨리 따라와 줘야 되는 상황이고요. 오히려 저작권 같은 것들이 지금 국내도 그렇고 해외도 그렇고 그레이존(회색지대, Gray Zone)에 있는데, 그런 영역들에서 많은 소송들이 일어나면서 저작권 관련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고요. 오픈AI도 그렇게 말했지만, 책임감 있는 기술 활용을 위해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규제가 필요하다, 규제를 해야 한다 이런 개념보다는 기술이 너무 빨리 성장하고 있으니 건강한 규제들을 충분한 협의를 통해서 만들자, 그런데 그 규제를 만들 때는 모델을 개발하는 모델 개발사들도 테이블에 들어가야 되고, 저희같이 서비스를 만들어서 유저와 맞닿아 있는 회사들도 테이블에 들어가야 되고, 또 정책과 규제를 집행하는 정부도 테이블에 들어가서 같이 규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생성 AI 분야에서 한국은 얼마나 경쟁력이 있다고 보시나요?
우리나라는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이 세 번째로 개발된 나라입니다. 선배 IT 기업들이 굉장히 빨리 혁신의 토양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뤼튼 같은 서비스가 일찍 한국어로도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고요. 저희가 일본 사업도 진출해서 일본 프로젝트들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생성 AI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나라들이 비영어권에는 잘 없어요.
아직까지 미국 내에서도 오픈AI의 독주라고 보지만, 그 안에 수많은 경쟁사들이 나오고 있고, 언제 그 순위가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트렌드를 빨리 쫓아가고 있고, (한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이 생성 AI 분야를 선두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사실 저희 팀이 초기에 이렇게 많이 목소리를 내고 인터뷰도 하고 하는 이유는 결국은 저희도 저희가 생성 AI 서비스의 1등이 되겠다, 그런데 1등하고 우리만 다 할 거야가 아니라 정말 많은 생성 AI 서비스들이 한국에서도 탄생해야, 그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이 시장이 훨씬 더 커질 텐데, 사실 그런 서비스들이 경제 상황도 그렇고, 투자 상황도 그렇고, 인프라도 그렇고 더 많이 생겨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생태계 구축과 생성 AI의 관심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 저희가 더 많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의의 경쟁을 할, 시너지를 낼 생성 AI 스타트업들과 또 이 기술의 가능성을 본 수많은 훌륭한 창업가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을 다 모으고 찾고 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데 그런 부분들을 최근에 콘퍼런스 같은 방법들로 많이 해결해 보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사실 시장 자체가 훨씬 더 커질 거라고 보고 있어요. 챗GPT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한국 국민들이 써본 비율을 보면 10%를 아직 못 넘고 있거든요. 다수가 당연하게 쓰는 그런 서비스가 되려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영역들이 많다고 보고 있고요. 또 저희와 같은 이런 인터페이스 전환이라는 뷰(View)를 가진 대화 상대이자 경쟁 상대들이 많이 생겨서 그런 논의들이 좀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미국은 그래서 앞선 스타트업들이 생태계 구축이나 창업 기회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요. 저도 올해 초에 그곳에 다녀왔었는데, 정말 부러운 문화였습니다. 수많은 모델 개발사들도 모이고, 저희같이 서비스 만드는 회사들도 많이 모이고, 이걸 쓰는 유저들도 모이고, 교수, 학계에서도 많이 모이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투자도 많이 이루어지고요. 2주 동안 있었는데 거의 매일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생성 AI를 주제로 콘퍼런스들이 열렸어요. 그런 문화가 한국에도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뤼튼 같은 생성 AI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이제 당연한 흐름이라고 계속 말씀드리는 이유가 아주 쉬운 UI(User Interface), UX(User Experience)로 만든 배달의 민족과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들 있잖아요. 너무나도 쉽고 직관적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쓰기 힘들어하시거든요. 그래서 가끔 가족 톡에 연락이 와서
여기에서 제가 했던 게 에이전트의 역할입니다. AI가 해줘야 되고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해줘야 되는 역할이라고 보고 있고요. 이런 게 해결이 되면 배달의 민족한테도 좋고, 저희 부모님한테도 좋고, 저한테도 좋죠. 그래서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모두에게 좋고 당연히 지금 돼야만 하는 일이라고 보고 있고요. 그렇게 흘러갈 것이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그 시기를 앞당기고 준비하는 회사로서 뤼튼이 있는 것이고, 뤼튼을 안 쓰면 손해 보겠죠.
뤼튼의 뜻은 '쓰다'라는 뜻의 영어 'Write'의 과거분사인 'Written', 해석하면 '쓰인'입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는 대표가 창업한 회사 이름이 뤼튼이라니. 작명 센스에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데요. 인터뷰 중간 이세영 대표는 경쟁력 있는 AI 모델이 있어도, 쓸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습니다. 생성 AI 모델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 스타트업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국에도 AI 종합 생태계가 구축될 거란 설명이었죠.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다이어리'에 먼저 소개됐습니다. 'SDF다이어리'는 SBS D포럼을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한발 앞서 새로운 지식과 트렌드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SDF다이어리를 구독해주세요. ▶ '구독'을 원하시면 여기 클릭!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670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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