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교사 “2022년 참 선물같은 해, 학부모님들께 감사”…생전 손편지 공개돼

김수연 2023. 7. 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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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해당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의 학부모들에게 올해 초 자필로 쓴 손편지가 공개됐다.

그는 "귀한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아이의 학교생활을 늘 지지해주셨음에 담임교사로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며 "학부모님들께서 든든히 계셔 주신 덕분에 우리 1학년 O반 공동체가 더 빛날 수 있었다. 1년 동안 가르치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고 흐뭇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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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사노조, 서이초 교사 지난해 1학년 학부모에게 쓴 손편지 공개
최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학급의 학부모들에게 지난 2월 썼던 편지. 서울교사노조 제공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해당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의 학부모들에게 올해 초 자필로 쓴 손편지가 공개됐다. 이 교사는 지난해 3월 해당 학교에 처음으로 발령받은 신규교사였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1일 A씨가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의 학부모들에게 학기말인 지난 2월 쓴 편지를 공개했다. 서울교사노조는 “2022학년도 학부모가 기억하는 고인의 손편지를 제보 받아 추모의 뜻으로 공개한다”고 전했다.

A씨는 편지에서 “감사한 마음을 전달드리고 싶어 이렇게나마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드리려 한다”며 “2022년은 저에게 참 선물 같은 해였다. 너무나 훌륭하고 착한 아이들을 만나 함께할 수 있음에 저에게도 너무나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1년이었다. ‘앞으로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귀한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아이의 학교생활을 늘 지지해주셨음에 담임교사로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며 “학부모님들께서 든든히 계셔 주신 덕분에 우리 1학년 O반 공동체가 더 빛날 수 있었다. 1년 동안 가르치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고 흐뭇했다”고 했다.

이어 “원 없이 웃으며 즐거웠던 순간, 속상하고 아쉬웠던 순간들 모두가 아이들의 삶에 거름이 되어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존재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 믿는다”면서 “앞으로 모두 함께 한 공간에서 모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서로를 기억하고 좋은 추억을 가득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오래오래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사노조는 지난해 A씨가 담당했던 학급의 학부모 4명이 전한 다른 증언들도 공개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같은 반 친구와 갈등이 있었을 때 선생님이 너무나 차분하게 중재해주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의 양육 태도를 반성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학교가 너무 즐겁다며 아침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고, 2학년이 돼서도 (A씨가 담임인) 1학년에 들러 선생님께 인사를 하기도 했다”며 “사건 발생 후 선생님이 없는 것을 확인한 아이가 ‘마음이 아파 학교에 못 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A씨에 대해 “첫 현장 체험학습 날 식사도 하지 않고 아이들 사진을 찍어 돌아오는 차편에서 가득 올려주셨던 선생님”이라며 “고인에게 우울증이 있다는 기사를 접했는데 학부모들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8일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사망 배경에 일부 학부모들의 ‘갑질’이 있었다는 의혹이 이어지자 경찰은 교사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섰다. A씨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진 후 각종 교사 커뮤니티에서는 진상을 규명하고 교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게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는 온오프라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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