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중간이 없는 세계다"...보수·진보 논객이 말하는 정치 유튜브

오문영 기자 2023. 7. 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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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 정치 유튜버의 세계②
[편집자주] '정치 과잉'의 대한민국, 그 중심에 '정치 유튜버'들이 있다. 복잡한 정치 현안을 쉽게 알려주지만 때론 가짜뉴스의 온상, 정치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치 유튜버가 장관이 되는 시대,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조금이라도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튜브가 가만 두지 않는다.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들어맞는 내용, 자극적인 썸네일 사진의 영상들이 유튜브 메인 화면에 뜬다.

이 정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왜 이 길을 택했을까.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송국건의 혼술'을 운영 중인 송국건 전 영남일보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때 진보 유튜버들이 굉장히 많은 활동을 하자 제가 균형을 맞춰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러다보니 주로 보수쪽의 목소리를 내는 유튜버로 자리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본부장은 2019년 기자로서 방송을 시작할 땐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진보 유튜버들의 왕성한 활동에 신경이 쓰여 점차 보수 성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진보 성향의 유튜브 '알리미 황희두'를 운영 중인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2019년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시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고, 게임이나 심리 분야와 같이 청년들이 관심있는 주제를 주로 다뤘다"면서 "그러다가 일베(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스러운 이야기들이 퍼지는 모습을 봤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일베스러운 얘기들에 대해 답답해하고 할 얘기들을 하다보니까 (보수 지지자들에게) 좌표도 찍히고, 어느 순간 정치 유튜버로 분류가 돼 있었다"며 "그래서 저도 제 유튜브 채널을 진영 방송으로 생각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상대 진영의 정치적 주장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꾸준히 늘기보다는 특정 이벤트가 발생할 때 집중적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황 이사는 "2019년 여름과 가을 사이에 특정 정치인 영상이 확 노출됐을 때, 같은 해 가을 (서울) 서초동 촛불집회 무렵에 구독자 수가 크게 늘었다"며 "또 총선이나 대선 등 선거 시즌이 됐을 때도 어느 정도 (구독자 수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대역 삼거리에서 열린 검찰개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수처를 설치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9/뉴스1


송 전 본부장은 "확실한 것은 (정치 유튜버들이) 경선에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며 "보수든 진보든 유튜브를 열성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경선 투표권을 갖고 있는 당원들이다. 주요 유튜버들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황 이사는 국회의원들로부터 출연 요청이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꼭 알리고자 하는 본인의 생각이 있거나 억울한 일이 있을 때 정보 유통 창구로서 효능감을 느낀 적이 있다"며 "채널을 운영하면서 제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많아지거나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정치 유튜버가 양극화나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는 데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유튜버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질적 원인은 현실 정치에 있다는 얘기다. 유튜브 검색 및 추천 알고리즘이 현상을 더욱 심화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송 전 본부장은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보다 점점 더 (정치가) 양극단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유튜브는 중간이 없는 세계다"라며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구조적으로 뭔가 해결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진영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계속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정치가 좀 화합하고 풀 것은 풀고, 양보할 것은 해야한다"며 "정치가 하나의 사건을 갖고도 극단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유튜버들도 거기에 붙어서 가게 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먼저 제대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유튜브 내 알고리즘 때문에 영상 노출이 결국 기존 구독자 분들이나 비슷한 성향인 분들에게만 노출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최근 나온 쇼츠(1분 이하인 동영상)의 경우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부분을 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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