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교장 입장문에도 남는 의문…진보교육감까지 거론하며 정쟁화
초등학교장의 입장문…'학부모 갑질' 있었나?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급 담임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이후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구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학교장까지 직접 나섰다. 교장은 입장문에서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2023년 3월 1일 이후 고인의 담당 학급의 담임 교체 사실이 없었습니다.
둘째,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 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 권한 권리 업무였으며 이 또한 본인이 희망한 업무입니다.
셋째, 고인의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된 것입니다.
넷째,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학교 폭력과 관련하여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일도 없었습니다.
다섯째, SNS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의 가족은 이 학급에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SNS 등을 통해 퍼지는 여러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일종의 호소문에 가까웠다. 다만 온라인 공간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와 관련한 대응 성격이 짙다. 다른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현재 학부모의 전화에 시달렸다는 얘기가 비교적 믿을만한 사람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서울교사노조는 동료 교사의 제보 글을 공개했다. 제보에 따르면 숨진 교사가 맡은 학급에서 최근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특정 학부모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장이 낸 입장문에도 당초 "사건 다음 날 숨진 선생님과 학부모 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잘 마무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학교 홈페이지에 올릴 땐 이 내용이 빠져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헛된 소문이 무성하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마구잡이식으로 퍼져 나갔다. 해당 교사가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는 얘기부터 특정 정치인 거론까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온라인 공간에 돌아다녔다. 먼저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숨진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던 것이 사망의 주요한 원인일 거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교육당국과 경찰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를 요구했다. 어디까지나 '의견'을 전제로 한 공식 입장이었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거론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도 블로그를 통해 "이런 글을 올릴 필요도 없지만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쓴다"며 "친손자는 서울에 살지 않으며 초등학생도 아니다. 외손자, 손녀는 그 학교에 다니지 않으며 외손녀는 중학생이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라며 매우 억울해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는 진보 교육감 탓으로 돌리는 듯한 얘기까지 나왔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최근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교사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과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등을 언급하면서 "교권이 땅에 떨어진 결과 학교의 질서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아수라장이 된 학교 현장의 민낯에 대해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의 비판이 나왔다. 이재량 정의당 대변인은 "인권의 중요도를 비교하는 것도 가당치 않거니와 비극조차도 어떤 식으로든 진영 싸움으로 만들겠다는 가히 패륜적인 집념"이라며 "여당의 이런 처참한 수준이 오늘날 비극을 막지 못한 무책임한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SNS에 올린 내용이다. 이 전 대표는 "학교장이 목숨 걸고 거짓말하는 건 아니라는 가정하에 인터넷에서 나온 말 중에 사실인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고인의 죽음을 정쟁화, 희화화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상대 정당과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사람을 찾아보려고 혈안이 되는 추태를 부리지 말자"고 덧붙였다.
한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 뒤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앞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학부모 갑질이 실제 있었는지, 이 과정에서 학교는 어떤 조치를 했는지, 그리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등이다. 다만 이런 내용이 확인되기 전에 이를 정쟁화하고 논쟁거리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무엇보다 고인인 해당 교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며 어린 학생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쟁할 거면 그냥 가만히 있자.
YTN 이대건 (dglee@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112 신고받고 출동 안 했지만, 간 것처럼 전산 조작"
- [이거야!ONE] "북한 쓰레기에 숨은 비밀...눈 빨간 헬로키티가?"
- 국내 증권사가 투자한 홍콩 건물 '악재'...자산 90% 손실 [Y녹취록]
- 푸틴 말실수에 또 치매설...금방 들은 아이 나이도 틀려
- 美 파워볼 1조4천억 원 당첨자 나왔다...역대 세번째 액수
- [속보] 경기 안산시 모텔 건물에서 불...투숙객 구조 중
- 세계적 암 권위자 "조폭들 암 치료 효과 더 좋아...왜?"
- 중학교 때 쓰던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깜빡...결국 부정행위 처리
- 트럼프의 관심 밖 '북한 핵무기'...김정은, 이유 있는 눈치보기? [Y녹취록]
- "형사님 감사합니다"…동생 죽인 친형이 경찰에 고개 숙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