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 23조 쌓였는데…내년 건보요율 얼마나 오를까
인상하더라도 올해 인상 폭 보다는 낮을 전망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8월 중 윤곽이 드러날 2024년도 건강보험료율(건보료율)이 올해보다 얼마나 오를지, 또 어느 수준에서 정해질지 주목된다.
정부가 국민 부담을 완화하고 물가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해 2024년 인상 폭은 올해 1.49%보다 낮거나 동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1일 뉴스1에 "(8월 중) 건강보험 정책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2024년 건보료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직장가입자 월급에 매기는 건보료율은 올해 7.09%로 지난 2022년 6.99%보다 1.49% 올랐다. 요율은 2000년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직장조합 통합 이래 처음으로 7%대에 진입했다.
정부는 이달 4일 '2023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공공요금, 통신비, 식품·외식비 등과 함께 의료비를 핵심 생계비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면서 생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보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보료율은 동네 병의원 등 의료 공급단체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지급하는 급여비용인 '수가'에 연동돼 왔다. 이런 수가에 매년 오르는 물가도 반영해 건보료율이 인상됐다.
그동안 건보료율은 거의 매해 올랐다. 올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 공급단체가 협상을 한 결과 내년 수가를 이미 1.98% 올려주기로 한 상태라 내년 건보료율도 오를 확률이 높다.
최근 10여년간 건보료율 인상률은 2010년 4.9%, 2011년 5.9%, 2012년 2.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1.35%, 2016년 0.9% 등 그 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꾸준히 상승해왔다.
2017년 한 번 동결됐고 2018년 2.04%, 2019년 3.49%, 2020년 3.2%, 2021년 1.89%, 2022년 1.49% 등 인상률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건강보험 고갈 우려가 여전해, 보험료를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여론도 있다.
2021년 국내 의료보장 진료비는 105조2000억원이었다. 건강보험에서 나간 금액만 95조4000억원인데 이 중 43%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다.
앞으로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현상은 더 심해질 텐데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올릴 수밖에 없다.
다만 다행히 건강보험 곳간은 넉넉한 상태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22년 12월 기준 23조8701억원에 달했다. 최근 적립금은 그렇게 줄지 않아 여전히 20조원 넘게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1~2017년 7년 연속 흑자였다가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에 따라 의료비 지출 규모가 늘어 2018년 1778억원, 2019년 2조8243억원, 2020년 3531억원의 적자를 봤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의료 이용이 감소하며 2021년 2조8229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2022년에도 3조6291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보였다.
곳간도 넉넉하고 당기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된 터라 내년 건보료율 동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에도 동결된 적이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만 20세 이상 10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공개한 '2023 국민건강보험 현안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6%는 소득과 비교해 건보료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조사를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높았다. 내년도 건보료율을 인하 또는 동결하기를 바라는 응답자도 75.8%에 달했다.
류기정 경총 총괄전무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건보료율을 매년 기계적으로 인상하는 지금의 방식을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 부담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여건, 다른 사회보험 부담률 등을 감안해 내년도 건보료율 인상 최소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건보료율 동결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인상률이 얼마나 될지, 동결도 검토 중인지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의결사항이라 사전에 예단할 수는 없다. 건정심에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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