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데 왜 출렁다리? 바다가 출렁이니까
섬 둘레길·감성돔 낚시·하늘 나는 짚트랙 힐링여행
[편집자주] 전남도가 2015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가고 싶은 섬' 사업. 풍광, 생태, 역사, 문화자원이 풍부한 전남의 섬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섬 정주여건을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뉴스1>이 가고 싶은 섬 사업을 통해 특색있고 매력적인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한 전남의 주요 섬을 직접 찾아 그곳만의 매력을 들춰봤다.
(강진=뉴스1) 박영래 기자 = 약간의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기자에게 1㎞에 이르는 출렁다리를 건너가야 한다고 하니 약간은 긴장이 됐다. 다리 위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다리 중간을 넘어서는데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괜히 쫄았네."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출렁다리는 흔들리는 게 묘미인데 가우도로 진입하는 두개의 출렁다리는 모두 흔들리지 않는다.
애초에는 출렁다리로 만들려 했다. 하지만 바람이 심할 때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교각을 세우고 이름만 그대로 출렁다리로 정했다.
흔들리지도 않는데 왜 출렁다리라고 이름 지었나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바다가 출렁이니 그냥 출렁다리라고 부른데요."
가우도는 강진만의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다. 7월 기준 14가구 3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등록상 등록인구는 21가구 50명이다.
섬의 생김새가 소의 멍에에 해당한다고 해서 한자어 '멍에 가(駕)'를 써서 가우도라고 부른다.
남쪽과 북쪽에 건설된 2개의 출렁다리를 통해야만 섬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가우도는 차량 출입이 불가능해 많은 짐을 갖고 들어오는 관광객을 위해서는 마을주민들이 골프장용 카트를 운행한다.
남쪽의 망호출렁다리를 걸어 섬에 도착하자 도암면 신기리 가우마을의 김성현 이장(50)이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한다.
가우도 토박이인 김성현 이장은 도회지로 나가 학창시절과 직장생활을 보낸 뒤 10여년 전 고향으로 들어와 섬 가꾸기에 앞장서고 있다.
"무더위에 출렁다리 걸어오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는 첫 인사말을 내놓는다. 1㎞에 이르는 출렁다리를 뙤약볕 아래 걸어들어오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뙤약볕이나 눈보라를 맞으며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출렁다리를 걸어들어오기가 만만치 않아 출렁다리에 지붕을 얹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가우도는 전라남도가 선정한 '가고 싶은 섬' 1호로 선정돼 사업이 진행되면서 깔끔하게 단장을 끝마친 작은 섬이다.
가고 싶은 섬 조성사업에만 2011년부터 10년 동안 40억원이 투입됐고, 출렁다리 건설 42억원, 모노레일 설치 42억원, 저두지구 관광조성사업 47억원, 가우도 야관경관사업에 30억원이 들어갔다.
이와 함께 섬 진입 출렁다리 2개 건설, 낚시공원 조성사업, 생태탐방로 조성, 청자타워, 짚트랙 등에도 3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가고 싶은 섬 사업을 통해 그저 그런 작은 섬이었던 가우도는 입체관광지로 탈바꿈했다.
2016년 연간 최다 관광객 72만명을 기록한 가우도 관광은 크게 둘레길 투어와 낚시, 청자타워 짚트랙으로 이뤄진다.
수변길과 숲길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2.5㎞의 둘레길 투어는 가우도 투어의 백미다.
망호출렁다리를 건너 섬 남쪽에서 동쪽으로 도는 둘레길 투어는 목재데크로 깔끔하게 조성돼 있어 편안한 산책로를 제공한다.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은 사방으로 강진만과 무인도를 조망할 수 있고 해안경관이 아름답다. 섬에는 후박나무, 편백나무 군락지, 곰솔 등 천혜의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바닷가 풍경을 감상하며 해안데크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숲길이 나타나고, 어느 순간 해안 산책로가 다시 나타나 걷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시(詩)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유명한 강진 출신 김영랑 시인의 조각상과 함께 마련된 쉼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진짜' 가우도 출렁다리는 둘레길 중간쯤인 섬 북쪽에 2021년 건설됐다. 다리에 올라서면 강진 내륙을 감상할 수 있어 명소로 등장했다.
"흔들리는 가우도 출렁다리가 어디에 있냐는 관광객들의 항의를 만회하기 위해 뒤늦게 만들어진 것 같다"며 김 이장이 웃음짓는다.
강진만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따라 걷는 둘레길 투어와 함께 계절에 따라 감성돔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천혜의 낚시터인 가우도 복합낚시공원은 가우도 관광의 또다른 묘미다.
해마다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찾아들면서 휴일이면 줄을 서서 대기할 만큼 인기가 좋다.
복합낚시공원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낚시객이 아니면 먼발치서 구경만 해야 한다. 낚시 초보자를 위한 현장 낚시 지도와 낚시 장비 대여, 미끼 판매 등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
전주에서 가우도 낚시터를 찾았다는 한 낚시객은 "여름철에는 감성돔이 많이 잡힌다"고 설명한다.
하늘을 나는 짚트랙은 젊은이들이 특히 선호하는 가우도 관광 필수코스다.
짚트랙을 이용해 가우도를 나설 예정이었다면 망호리쪽 출렁다리가 아닌 저두리쪽 출렁다리를 이용해 섬에 들어와야 편리하다.
저두출렁다리를 건너서 섬에 들어온 뒤 트래킹을 하고, 낚시를 하고, 음식을 먹고 짚트랙을 이용해 섬을 나가는 코스다.
저두출렁다리 바로 옆에 짚트랙을 타는 청자타워로 오를 수 있는 모노레일 승강장이 설치돼 있다.
청자타워 3층에서 타는 짚트랙은 별도의 동력 없이 고도차를 이용해 저두리로 낙하하게 된다.
'가고 싶은 섬' 사업을 통해 전국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주민들은 수익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 많다.
섬에 들어와서 한바퀴 돌고 나가면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어 가우도는 하룻밤 묵고 가는 관광객이 많지 않다.
가우도에서 펜션과 식당을 운영하는 김채동씨(67)는 "텐트촌 조성 등 가우도에 체류형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계획중이지만 아직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가우도 주민들은 젊은층과 체류형 관광객을 잡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고민 중이다.
김성현 이장은 "젊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섬에 들어와 일을 하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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