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방지법? 스토킹처벌법?…같은 듯 다른 출발점
"가해자 격리 필요…보호 위한 인력·예산도 확보해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처벌법과 방지법이 모두 시행되면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적 체계가 갖춰졌다. 전문가들은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가해자 격리와 같이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방지법)이 지난 18일부터 시행됐다. 이로써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과 함께 처벌법과 방지법 모두 법적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먼저 시행된 건 스토킹처벌법이다. 2009년 경북 경산에서 자녀가 보는 앞에서 임산부인 피해자를 살해한 '김남국 사건', 2014년 대구에서 전 애인과 그 배우자를 살해한 '장재진 사건' 2016년 전 여자 친구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살해한 '한효준 사건', 2021년 피해자를 비롯해 언니와 어머니 등 3명을 살해한 '김태현 사건' 등 스토킹을 통한 강력·흉악 범죄가 발발하자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2021년 3월 국회에서 제정돼 그해 10월부터 시행됐다.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스토킹 행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스토킹 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현장에 나가 가해자에게 피해자 및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상대방에 대한 전기 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스토킹처벌법에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피해자의 국선변호인 선임 조력,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적용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2021년 12월 전 여자 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동생에게 상해를 입힌 '이석준 사건', 2022년 9월 서울교통공사 동기를 스토킹 하다가 신당역에서 흉기로 살해한 '전주환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스토킹방지법의 경우 피해자 보호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 스토킹방지법에서는 스토킹 범죄의 예방과 방지,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3년마다 스토킹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국가기관과 지자체는 스토킹 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아울러 피해자가 지원시설을 통해 상담과 치료, 법률 구조, 주거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고 시설의 장은 필요 시 경찰관서의 장에게 소속 직원의 동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명확화 했다. 또 스토킹방지법은 지원시설의 장이나 종사자의 비밀 누설 금지, 고용주의 해고 등 불이익 금지, 사법경찰관의 현장 조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현재 전국 9개 기관을 통해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주거 지원을 준비 중이며 올 연말까지 15개 기관, 40호 규모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 어떤 경우가 스토킹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는 진단도구와 예방 지침을 제작하고 있다.
단 스토킹으로 인한 범죄 행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인천에서 30대 남성이 한 아파트에서 출근하던 옛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접근금지와 같은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해 피해자에게 접촉을 시도해도 실시간으로 가해자의 위치를 파악해 예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가부의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여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 필요한 도움 1순위로 70.5%가 가해자로부터의 보호를 선택했다.
이에 지난 6월에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 법에는 유죄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라도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은 "가해자 격리 없는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사실상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며 "신변보호 및 관리감독 인력에 대한 예산 확보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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