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남사친, 여사친 가능한가요?”…‘플라토닉’[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우리 나이의 남녀는 같이 어울리지 않아.”
아이가 셋이고,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인 남편 찰리를 둔 실비아(로즈 번)는 미국 중산층 가정의 전형적인 주부입니다. 그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5년 동안 연락을 안 하고 지낸 ‘남사친’ 윌(세스 로건)의 이혼 소식을 듣습니다. 아이 셋을 모두 학교에 보내고 실비아는 친구와 이야기 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어울리는 게 언제부터 어려워졌을까. 결혼 후? 아이 낳은 후?”
윌은 수제맥주 가게의 브루 마스터입니다. 아직 이혼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오랜 ‘여사친’ 실비아에게 연락을 받습니다. 같이 일하는 윌의 친구이자 매니저는 “여자와 친구가 될 수 없는 거지”라고 이야기합니다.
둘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정말 친한 친구였습니다. 연인 말고 친구요. 윌의 결혼 상대를 실비아가 반대하면서 이들은 연락이 끊긴 거죠. 그렇게 5년만에 만납니다. 한번 만나고 또 만나게 될 일이 생깁니다. ‘사랑’이 아니라 ‘우정’으로요. 원래 ‘멀쩡하던’ 사람도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을 만나면 그 시절로 돌아가기 마련이죠. 그리고 엉뚱한 ‘슈퍼 파워’가 발휘됩니다. 이들도 그렇습니다.
이혼한 전 와이프의 집에서 짐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윌. 윌은 자신이 기른 반려 도마뱀 ‘간달프’를 그리워합니다. 실비아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윌을 데리고 전 와이프 집으로 찾아갑니다. 벨을 눌러도 아무도 나오지 않자 실비아는 문에 달린 구멍으로 서커스하듯이 들어갑니다. 주거침입이 될 수도 있는데 오랜 ‘친구’의 힘으로 용기가 솟아오른 거죠. 결국 전 와이프에게 들키고 싸움이 일어나지만 그 와중에 실비아는 몰래 도마뱀 ‘간달프’를 데리고 나오는데 성공합니다.
실비아는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한 남편을 따라 남편 회사 행사에 참석합니다. 그녀도 아이를 낳기 전에는 로펌 변호사였습니다. 잘나가는 남편과 당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보는 실비아의 기분이 좋을 리는 없죠. 게다가 로펌 대표는 오랫동안 같이 일한 실비아의 이름조차 기억 못합니다. 지나가는 웨이터 이름은 기억하면서 말이죠. 기분이 나쁘지만 표현할 수 없는 자리이기에 실비아는 행사장에서 나와 윌과 함께 ‘화려하고도 유치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합니다. 맥주를 마시고 길거리 공유 스쿠터도 타고 신나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다시 행사장에 온 실비아. 그녀는 대표의 연설문을 먹어버리는 ‘괴상한’ 행동을 하고, 대표는 연설을 망치죠. 눈치는 보이지만 실비아의 속은 뻥 뚫립니다.
매회 에피소드마다 이들 앞에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실비아가 13년 만에 로펌에 재취업을 하고, 윌은 굉장히 큰 주류업체에서 협력 제안을 받습니다. 이들은 서로 인생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상대방의 일을 더 꼬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난처한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을 먼저 부르는 관계이지만, 의견 차이가 심할 때는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거침없는 이 ‘우정’의 관계는 그래서 늘 아슬아슬합니다.
실비아 남편 찰리는 문득 불안해집니다. 실비아가 자신보다 윌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어느 날 퇴근했더니 집에서 윌의 머리를 염색해주고 있었으니까요. ‘내 머리 염색은 안 해줬으면서.’ 이들은 과연 친구 사이이기만 할까요?
보는 내내 ‘한국이었다면?’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이었다면 어느 포털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제가 이상한 건가요? 이걸 이해해야 하나요?’라고 의견을 묻는 사연으로 올라갈 법한 내용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성별을 떠나 사회적 자아를 버리고 모든 걸 서로에게 내보이는 ‘저런 친구 하나쯤 있지’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30분 안팎의 10회 시리즈입니다. 극적 긴장감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장면 대신 편안함과 유쾌함을 안겨주는 드라마입니다. 자극성 있는 장르 드라마에 지쳤다면, 이번 주말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 <플라토닉>을 추천합니다.
‘카톡, SNS 스크롤’ 지수 ★★★★ / ‘남사친’ ‘여사친’ 카톡이나 인스타 한번 찾아봐?
‘시트콤’ 지수 ★★★★ / 시트콤에서나 볼 수 있는 선을 넘을 듯 말 듯한 유쾌함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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