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노상에서 남편에 살해 당한 아내…가정폭력 신고했을 뿐[사건의재구성]

이혼 요구하자 날아온 소주병…합의요구 거부되자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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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사실상 복종관계에 놓였던 아내.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한 후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런 당연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채 통제불능의 상태가 됐고 끔찍한 범죄로 이어졌다.

A씨(44·여)는 10년 넘게 남편 B씨(51) 결혼 생활을 유지했지만, 자녀에게까지 이어진 잦은 가정 폭력으로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신랑이 죽인다고 협박한다"라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하며 이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B씨는 쉽게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운영하는 미용실로 흉기를 들고 찾아와 "너의 아킬레스건을 끊어서 앉은뱅이를 만들어서라도 괴롭히며 데리고 살겠다"며 횡포를 부리기 시작했다.

겁이 난 A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B씨는 담뱃불로 A씨를 지지고 흉기로 베는가 하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친 후 깨진 병으로 찌르기까지 했다.

결국 B씨는 법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와 휴대전화 연락 금지' 등의 접근 금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B씨는 합의를 요구하기 위해 두 차례 미용실을 찾아갔다. 심각한 상해를 입은 A씨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통제 불능 상태가 된 B씨는 합의가 안 된다면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철물점에서 흉기 2개를 구입했다. 그 길로 미용실을 찾아가 "이야기하자"며 흉기를 내보이며 A씨를 협박했다. 놀란 A씨는 미용실 밖으로 도망쳤지만 B씨는 쫓아가 대낮 노상에서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A씨의 비명 소리에 행인 10여명이 몰려와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에서도 B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목숨을 잃었다. B씨가 A씨를 만나 살해하기까진 단 5분도 걸리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보복살인, 보복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인정하지 않으면 인정할 때까지 폭행해 왔다"며 "복종 관계에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의 폭행을 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대항하자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매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