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에서도 ‘삐약이’ 울려 퍼집니다.” ‘女탁구 대세’ 신유빈, 마음까지 예쁘게 잘 자랐다 [MK인터뷰]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2023. 7.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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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일본 도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국민 삐약이’ 소리가 올해는 중국 항저우에서 울려 퍼진다. 2년 사이 실력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예쁘게 자란 한국여자탁구 간판 신유빈(대한항공)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

어린 시절부터 탁구 신동으로 TV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해 이름을 알린 신유빈은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제대로 된 태극마크 데뷔전을 치러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공을 받아낼 때마다 내는 특유의 ‘삐약이’ 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던 신유빈은 한순간 여자탁구 간판스타로 거듭났다.

하지만, 신유빈은 도쿄올림픽 이후 오른 손목 피로 골절 부상으로 오랜 기간 슬럼프를 겪었다. 완전하지 않았던 손목 상태 때문에 부상이 재발하기도 했던 신유빈은 2023년 들어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고 다시 반등했다.

세계랭킹 9위까지 올라간 신유빈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사진(인천)=김근한 기자
신유빈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전에서 1위로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어 5월 남아공 더반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복식에서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호흡을 맞춰 은메달을 획득했다.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라고스 컨텐더 대회에선 단·복식 2관왕에 오른 신유빈은 WTT 튀니스 컨텐더 대회에선 은메달, WTT 자그레브 대회에선 8강 진출의 성과를 거뒀다.

연이은 국제대회 호성적 속에 신유빈은 7월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 단식 랭킹 9위로 생애 첫 ‘TOP 10’ 진입까지 성공했다. ITTF 랭킹 산정 방식이 바뀐 2021년 이후 여자 단식 10위 안에 들어 본 한국 선수는 전지희와 신유빈 두 명뿐이다.

이제 신유빈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라는 원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실력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예쁘게 자란 신유빈은 그 그림을 그릴 자격을 갖췄다. MK스포츠가 숨 돌릴 틈 없이 국제대회 출전을 이어가는 신유빈을 만나 ‘국민 삐약이’의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신유빈이 대한탁구협회 주최 팬 사인회에 참석해 어린이 팬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인천)=김근한 기자
대한탁구협회 주최 행사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는데 신유빈 선수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이제 ‘대선수’가 됐습니다(웃음).

아직 저는 ‘대선수’까지는 안 됐고요(웃음). 얼른 그 자리에 올라가고 싶긴 해요. 그래도 올해 들어 정말 바쁘게 국제대회를 돌아다녔는데 정말 힘든 환경 속에서 좋은 성적이 나니까 배운 게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해서 더 사랑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올해 출전한 국제대회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아무래도 나이지리아 라고스 대회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 탁구를 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그런 어려움을 딛고 1등을 한 게 가장 뜻깊은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복식에서도 (전)지희 언니가 너무나 잘해주셔서 이제 편안하게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통이나 작전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계속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듯싶어요.

올해는 혼합 복식 경기까지 모두 소화했다고 들었습니다. 체력 소모가 엄청날 듯싶어요. 그만큼 단식과 다른 복식의 매력도 있는 걸까요.

솔직히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첫차를 타고 나가서 막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니까 지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복식을 하면 코트에서 저 혼자가 아니니까 든든함이 느껴지는 게 좋아요. 하나라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세 종목 다 잘하고 싶습니다(웃음).

국제대회에서 강한 상대들과 붙으면서 많은 걸 느꼈겠습니다.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오히려 상대 실력이나 의식보다는 제가 흔들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리 상대 분석을 면밀하게 해도 제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제가 해야 하는 탁구의 수준을 더 단단하고 높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전지희와 신유빈이 복식을 이뤄 국제대회에서 연이은 성과를 거뒀다. 사진=국제탁구연맹WTT
최근 국제탁구랭킹 9위까지 올라가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첫 ‘TOP 10’ 진입이 본인에게 큰 의미일 듯싶습니다.

저도 9위라는 얘길 듣고 잘 안 믿기더라고요. 생각보다 저에게 빨리 ‘TOP 10’ 진입이 찾아온 듯싶습니다. 하지만, ‘TOP 10’ 진입이 제 마지막 목표가 아니니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거기에 도달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 겁니다. 30위에서 20위로 가는 것과 10위에서 1위로 가는 건 정말 큰 차이거든요. 저도 중국이나 일본 선수들이랑 더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죠.

도쿄올림픽 이후 오랜 기간 손목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 심정이 어땠습니까.

솔직히 저한테 이런 큰 부상이 찾아올 줄 몰랐습니다. 어느 정도 힘든 건지 가늠이 안 갔는데 오랜 기간 아프니까 정말 착잡하더라고요. 탁구 선수인데 손을 다치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통증을 참아보면서 하려고 했는데 제 마음대로 손이 움직이지 않고 덜덜 떨리면서 원하는 곳으로 공이 안 날아가더라고요.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군요.

제 몸을 제 생각대로 못 움직인다는 게 정말 무섭다고 느꼈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다른 경쟁자들은 안 아프고 다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하고 있는데 저만 휴식하면서 재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세 번이나 부상이 재발하니까 다시 탁구를 못할 수 있겠단 생각에 매일 몇 번씩 울었죠.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큰 주목을 받았던 신유빈. 사진=천정환 기자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고 다시 라켓을 잡았을 때 그 감정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아팠을 때는 탁구만 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단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복귀하니까 예전 같지 않은 경기 감각 때문에 어려움을 크게 겪어서 힘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탁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감사하려고 합니다.

탁구 팬들도 신유빈 선수의 쾌유에 많은 응원을 보냈습니다.

도쿄올림픽 이후 탁구 팬들께서 저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부상 재활 기간을 버텼다고 생각해요. 편지도 보내주시면서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위해 더 힘을 내고 어떻게든 더 버티고 극복하겠단 마음을 굳세게 먹을 듯싶습니다.

다가오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 사랑에 보답해야겠습니다.

정말 대표팀 막내로서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언니들과 같이 저도 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은 같아요. 나라를 대표해 태극마크를 다는 만큼 어떻게든 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일본과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경계하면서 방심하지 않아야 할 듯싶어요.

‘무대 체질’이라고 들어서 더 기대가 큽니다.

도쿄올림픽 때 언니들이 ‘아무 것도 안 보이다가 갑자기 탁구대와 공만 보인다’라는 영화 같은 말씀을 자주 해주셨습니다. 올림픽 무대가 진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오히려 ‘평소 치듯이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 탁구를 쳤어요. 솔직히 떨리기보단 재밌단 감정이 더 컸습니다. 아시안게임 무대에서도 긴장감보다는 연습 경기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고 싶어요.

신유빈이 다가오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주축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WTT
최근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받은 상금을 월드비전에 기부했단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3년 전 소속팀 입단 때부터 시작한 기부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탁구를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기부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탁구를 열심히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발판이 되는 듯싶어요. 탁구를 시작한 게 보람차다고 느끼는 순간입니다. 3년 전 학교를 관두고 소속팀에 입단한 결정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기부입니다. 제가 한 기부로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해질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조금 가벼운 얘기인데 롯데 자이언츠 경기 시구자로 나서는 것도 화제입니다. 7월 22일 사직구장으로 가서 현정화 감독과 함께 시구 행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야구장에 가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야구장에 몇 번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수원 출신인데 어머니께서 야구를 좋아하셔서 같이 경기를 보러 간적도 있었고요. 이번에 시구는 처음인데 탁구 빼고는 제가 운동 신경이 하나도 없습니다. 현정화 감독님이 땅에 던져도 좋으니까 나한테만 던지지 말라고 하실 정도거든요(웃음). 야구 팬들께서 제 시구 실력은 크게 기대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웃음).

여전히 방탄소년단(BTS)의 열렬한 팬인지도 궁금합니다. 3년 전 인터뷰에선 BTS 콘서트를 꼭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BTS 콘서트를 아직도 못 간 게 여전히 한으로 남아 있습니다(웃음). 요새는 BTS뿐만 아니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르세라핌 등 다른 그룹들도 좋아합니다. 특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콘서트는 꼭 가고 싶네요. 새로운 목표가 또 생겼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을 기대하는 한국 탁구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최근 몸이 아플 때 팬들의 응원과 격려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더 열심히 훈련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좋은 경기력으로 메달을 목에 걸어서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중국 항저우에서도 항상 제 ‘삐약이’ 소리가 울려 퍼질 거니까요.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웃음).

[인천=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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