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유, 밖에 10분만 서 있어봐유"…폭염에 더뎌지는 수해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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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밖에 10분만 서 있어봐유. 원래 여름엔 새벽에 일어나서 작업하는 거에유."
충북 청주시 오송읍 호계리 이장 신인성씨(53)는 21일 오후 오송읍 한 신문용지 생산 공장 앞 주차장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연신 걸려 오는 전화를 받았다.
호계리 주민 장모씨는 "이런 날씨에는 원래 하우스 작업을 오전 4~5시에 시작해서 (오전) 11시전에 마치고 오후 4시부터 해질 때까지 한다"며 "날이 너무 더워 탈진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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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밖에 10분만 서 있어봐유. 원래 여름엔 새벽에 일어나서 작업하는 거에유."
충북 청주시 오송읍 호계리 이장 신인성씨(53)는 21일 오후 오송읍 한 신문용지 생산 공장 앞 주차장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연신 걸려 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호계리 수해 복구를 도우러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을 필요한 위치에 배분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호계리 일대 수해 복구에 군장병 350여명, 자원봉사자 150여명 등 총 750여명이 투입됐다. 오후 1시30분쯤에는 청주자원봉사지원센터를 통해 7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오송읍 신문용지 공장에 도착했다.
호계리 주민 A씨는 "사람들이 오전 근무 마치고 봉사하러 와줘 고맙긴하다"면서도 "이제와서 미안해서 어떻게 일을 시키냐"며 걱정했다. 이날 오전 기상청은 충주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오전 11시에 이미 호계리 일대 기온이 섭씨 33℃(도)를 넘나들었다.
호계리는 미호천이 휘감고 돌아가는 반원 형태의 저지대에 위치한 농촌마을이다. 저지대에 논과 비닐하우스, 축사 등이 모여있어 이번 폭우로 논 5만여평(약 16만5289㎡)과 비닐하우스 130여동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날 모인 자원봉사자 등 대다수는 침수된 비닐하우스 복구에 투입됐다. 주로 오이와 호박 등의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들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철골 구조물과 폐비닐, 농작물까지 모두 사람 손으로 끄집어내 분리해 처리해야 하는 탓에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농사가 생업인 이곳 주민들 입장에서 복구를 빨리 마무리해야 다시 일을 할 수 있다.
침수 피해를 입은 비닐하우스는 우선 폐비닐을 철골 골조와 분리해야 한다. 이날 오전 서울에서 내려온 대학생 단체와 충북 증평에서 온 특전사 13특수임무여단, 육군 37사단 등 장병들이 이 작업에 투입됐다. 이들은 낫을 들고 철골 구조물 사이에 낀 비닐을 잘라내 수거했다.
25년간 이곳에서 농사를 지은 박모씨는 이번 폭우로 약 2000평(6611㎡)에 이르는 비닐하우스 8동이 모두 침수됐다. 미호천 제방 바로 옆에 박씨의 비닐하우스 터에는 제방이 터지면서 들이친 물이 휩쓸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철골 구조물이 제방 쪽에서 물이 흘러간 방향으로 휘어졌다.
박씨는 "2017년에도 홍수가 한 번 있었는데 그때는 하우스 골조는 남아 있어서 그대로 쓸 수 있었다"며 "이번 홍수에는 골조까지 싹 쓸려가 피해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들 아니면 이 작업을 하기 힘들다"며 "우리는 바깥일 하는 사람들이라 익숙하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분들은 이런 날씨에 작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복구 작업에 투입된 군인들은 재난안전망을 통해 전파되는 실시간 기온에 따라 작업 속도를 조절했다.
호계리 주민 장모씨는 "이런 날씨에는 원래 하우스 작업을 오전 4~5시에 시작해서 (오전) 11시전에 마치고 오후 4시부터 해질 때까지 한다"며 "날이 너무 더워 탈진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전 호계리에서 배수로 복구에 투입된 60대 남성 1명이 열사병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신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점심 시간 이후부터는 추가 피해를 막고자 작업을 중단했다. 오후에는 포크레인 2대와 집게차 1대 등 중장비만 복구에 투입됐다.
한편 조길형 충주시장은 이날 호계리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 "군과 경찰,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수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추가 폭우가 없어도 수해 복구 완료에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자원봉사자 손길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주(충북)=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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