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트하는 상놈, 아트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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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누구나 편하고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서양 고전이 되기도 했다가 민화에도 출현하고, 심지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기도 한다.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라고 한탄이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이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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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헤럴드아트데이 광교센터
토끼·양머리…‘귀여워 답도 없’는 작품
“자유 페인팅·흙으로 입체작업도 시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아트놈’. 말 그대로 ‘아트하는 남자’라는 뜻이다. ‘이 놈’, ‘저 놈’처럼 사람을 얕잡아 지칭하는 말에서 따왔다. 누구나 편하고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업도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다. 간결한 선과 귀여운 캐릭터가 서양 고전, 럭셔리 브랜드 로고, 한국 민화, 동화 등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한다. “귀여워…”하고 피식 웃게 되는 아트놈의 세계가 8월 한 달 간 헤럴드 아트데이 광교센터에서 ‘버블 버블 아트놈’이라는 제목 아래 펼쳐진다.
전시를 앞두고 올해로 작가 20년차인 그를 장흥 가나아틀리에 작업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아트놈 작업을 놓고 ‘귀여우면 답도 없다’는 평이 나온다.
▶귀여움은 강력한 무기다. 아기나 귀여운 동물을 보면 누구나 좋아하는 것처럼,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있다. 귀여움이라는 개념이 현대에서 시작된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미술계에서 귀여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작가도 없었다. 전 세대 작가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에서 자주 나타나는 토끼, 양머리, 강아지 캐릭터는 누구를 표현한건가.
▶먼저 소녀로 표현되는 토끼는 ‘가지’다. 초기엔 토끼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가지 모양에 가까운 캐릭터였다. 가지라는 이름은 고교때 미술학원에서 만난 친구의 별명이었다. ‘싸가지’라는 비속어에서 가지가 왔다. 캐릭터 자체는 그 친구와 아무 관련이 없다(하하). 이후 토끼띠 아내를 만나면서 토끼 모양을 갖게 됐다. 일종의 아내에 대한 헌정인 셈이다.
양머리는 본인이다. 배불뚝이 수염난 아저씨다. 캐릭터 이름도 아트놈이다. 강아지는 모타루다. 가끔 소년형 토끼도 있는데, 가지의 남자친구(?)다. 아트놈의 어린 버전이라고 보시면 된다.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작업하게 된 계기는 뭔가.
▶대학에 다니다가 캐릭터 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했다. 30대 중반, 회화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정하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회사 일은 무척 즐거웠다. 재미있었고, 열심히 했다. 그래도 페인팅 작업을 오래 못해서 욕심이 있었다.
캐릭터 작업은 이때의 영향을 받아 시작했다. 당시 한국에 캐릭터라는 개념이 없었다. 미국의 디즈니나 일본의 키티가 전부였다. 캐릭터 자체를 작업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요시토모 나라’라는 작가를 알게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이 작업이 작가로서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지금까지 작업한 시리즈들을 보면 ‘가지’가 굉장히 다양한 상황에 놓인다. 서양 고전이 되기도 했다가 민화에도 출현하고, 심지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기도 한다. 작업들을 쭉 보면 미술사에서 유명한 장면을 차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선택이 상당히 ‘결정적 순간’들이다. 위트가 있다고 해야하나. ‘재미있는 양반이네’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양반이 아니고, 놈이다. 아트하는 상놈. 하하하.
레퍼런스를 찾을 때 고민을 많이 한다. 물론 이런 거 저런 거 다양하게 마음이 끌리는 것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가장 전형적인 앨리스의 자세를 잡아내기 위해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보고 그 안에서 하나를 잡아낸다.
-미술계로 복귀하는 결정이 쉽진 않았을텐데….
▶그래도 하고싶은 마음이 더 컸다. 10살은 어린 작가들과 함께 뭔가를 해보려고 했다. 우리끼리 사조를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한 것이 ‘재미주의’(Funism)다. 같이 했던 작가들(찰스장, 성태진)이 사실은 굉장히 유머가 넘치는 사람들이다.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나오는 것 같다.
‘재미’를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작업할 때 환경이 즐겁지 못했으니까. ‘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라고 한탄이 나올 정도로 모든 것이 안됐다. 꽉 막힌 상태라고 해야하나. 20대와 30대를 모두 바쳐 발버둥을 치는데 여전히 늪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 속에서 스스로 즐겁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역으로, 즐겁게 생각하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 것이 강했다.
-그래도 벌써 20년이다.
▶‘아트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시간이 그렇게 갔다. 올초에 삼원갤러리에서 20년을 기념하는 전시도 했다. 미술계에서 20년이라고 전시한다는 것이 좀 웃기긴 하지만, 중간 정산 한다는 생각으로 했다. 앞으로 20년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작업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새롭게 도전하거나,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작업은.
▶캐릭터 작업과 별도로 자유로운 페인팅을 시도해 보고 있다. 아직 어떤 형태로 발전될지 알 수는 없지만, 기존 작업과는 좀 다른 결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그리고 흙으로 만드는 입체 작업도 배우고 있다. 캐릭터 자체가 3D(차원)로 만들기가 쉬운데, 이전엔 2D캐릭터를 3D로 프린트한거였다면 지금은 손으로 입체를 빚고 있다.
-가지가 등장하는 캐릭터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리즈는.
▶다 똑같이 좋다. 모두 다 마음에 들어서 하나만 고를 순 없다(하하). 다만 민화시리즈는 좀 더 해보고싶다. 기존엔 모란도만 했는데, 당시 리서치를 하면서 자료가 많지 않아 애를 먹었다. 좀 더 찾아보고 발전시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도 모두 즐거울 예정인가?
▶그렇다. 즐겁게 보시면 되겠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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