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손 흔들어야 이륙…모두 행복하게 다녀오시길"[금준혁의 온에어]
티웨이항공 이동주 대리·원윤선 사원…"코로나19 끝나기만 기다려와"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승객분들이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흔듭니다."
세계 어느 공항을 가더라도 동그란 비행기 창문으로 활주로를 내다보면 안전모와 야광조끼를 입고 머리 위로 번쩍 손을 들어 흔드는 사람들이 있다. 언뜻 봐선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나 싶은데, 기장에게 이륙할 준비가 됐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점을 찍는, 항공 정비사들이다.
◇"정비사의 확인 도장, 안전한 비행기라는 의미"
지난 6월29일 김포공항 티웨이항공 정비본부에서 이동주 대리와 원윤선 사원을 만났다. 이 대리와 원 사원은 정비1팀에서 중단거리 비행기인 B737-800을 맡아 '확인 정비사'로 일한다.
하루종일 손에 기름을 묻힐 것이라는 건 선입견일 뿐이다. 항공 정비사의 가장 큰 역할은 비행기를 띄우는 것이다.
이 대리는 "아침에 출근하면 확인 정비사에 비행기가 배정되고 비행 중에 발생한 결함을 확인한다"며 "주간 근무에는 뭔가를 분해해서 그 안을 확인한다거나 이런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비행기 정비 작업은 비행이 잦아드는 야간 근무에 이뤄진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12시간을 기준으로 오전 8시와 오후 8시로 출근시간이 나뉜다.
원 사원은 "정비사의 도장과 기장님 사인이 찍혀야 항공기를 띄울 수 있고 이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확인 정비사라고 한다"며 "도장을 찍는다는 것은 비행을 해도 안전한 상태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모든 정비사가 도장을 찍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확인 정비사가 되기 위해선 현장에서 3년간 근무하고 교육을 받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정비사 자체가 관계기관이 인증하는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다. 여기에 항공기 제조사마다 자격이 다르고 6개월간 해당 기종에 대한 정비 이력이 없으면 자격증이 말소된다. 작은 이상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기인 만큼 안전에 대한 자격이 이중삼중으로 걸려 있다.
◇여성 정비사 아직 수는 적지만 "꼼꼼함과 세심함 장점"
아직 여성 진출이 적은 직업이긴 하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때로는 위험한 환경도 감수해야 해 남성이 유리하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에 원 사원은 "공구를 사용하거나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성이라서) 딱히 어려운 것은 없다"며 "좀 더 꼼꼼하거나 세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에는 실제로 7명의 여성 항공 정비사가 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사이판 여행을 갔었는데 비행기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어주시는 분들이 멋있어 보였다"며 "그때 처음으로 공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정비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웃었다.
이 대리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항공 정비사가 됐다. 처음에는 이를 만류했던 아버지도 나중에는 "고생하라"며 응원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가 공군에서 엔진 특기로 정비 업무를 하셨다"며 "아버지는 절대 하지 말라고 그랬지만 굳이 다른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코로나19에 불안감 컸지만…"비행기는 하늘에 있어야 예쁘다"
코로나19가 조종사와 승무원만 멈춰세웠던 것은 아니다. 항공 정비사 역시 지난 몇년간 휴직과 근무를 반복하며 비행기가 뜨는 날만을 기다려왔다.
이 대리는 "처음에는 금방 끝날 것 같아서 휴식 기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비사도 휴직에 들어갔다"며 "코로나 직전에 신생 항공사로 간 친구들이 바로 실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옆에서 체감을 하다 보니 '나는 어떻게 하지' 이런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비행기는 주기마다 정비를 해야 하는 영역들이 있다. 땅에 오래 머무를수록 다시 날기 위해 정비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난다. 정비사들에게 코로나19는 겨울의 활주로만큼이나 차가운 시간이었다.
돌아온 활주로, 여전히 여름은 덥고 겨울엔 춥다. 손끝 감각이 중요한 정비사는 겨울에도 두꺼운 방한용품 대신 얇은 장갑에만 의지한다. 이 대리는 "도심의 영하 10도와 활주로의 영하 10도는 체감 온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비행기는 하늘에 있을 때 예쁘다"고 입을 모은다. 은퇴할 때까지 사고 없이 비행기를 띄우겠다는 초심도 같다.
원 사원은 "제 실수 하나로 승객분들과 탑승한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이 탄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리도 "확인 정비사라는 자격을 받기 전과 받고 나서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지게 된다"고 공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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