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접경 르포①] 손 흔드는 北 주민…더운 날씨에 웃통 벗고 농사·건설 집중
두 명 이상 모여 있을 땐 손 흔들기 자제…어업활동도 목격
[편집자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에 더해 경색된 한중관계까지……. 한국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 정세 속에서 북한과 중국을 접하고 있는 1500㎞ 접경지역 '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뉴스1은 북중접경지의 모습을 4편의 현지 르포를 통해 소개한다.
(단둥=뉴스1) 최소망 기자 = "안녕하세요!"
북한과 중국을 접경을 가로지르는 압록강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보트. 보트에 타 있는 일행 중 한명이 북한 주민을 보고 목청을 돋워 인삿말을 건넸다. 한 북한 주민이 반사적으로 일행을 쳐다본 뒤 쑥스러운 듯 손을 들어 올렸다가 바로 내린다.
중국 단둥 하구와 북한 평안북도 청성군을 잇던 다리지만 6·25전쟁 때 끊긴 '청성단교'에서부터 약 20km의 강을 거슬러 올라 '수풍댐'(북한 평북 삭주군)까지 보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여러 북한 주민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압록강 하구에는 오래돼 보이는 낡은 집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활용도가 낮은 산기슭 혹은 언덕에는 나무를 밀고 밭을 일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색이 다른 누더기를 기워놓은 듯한 '뙈기밭'이다.
주민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생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밭일을 하다가 휴식을 취하는 두 여인들도 마주쳤고, 산 중턱에 있는 밭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길을 서두르는 주민도 볼 수 있었다.
압록강을 터전 삼아 어업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2~3명씩 무리지어 배를 타고 조업을 하거나, 강둑에 매달린채로 강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는 주민들도 포착할 수 있었다.
접경지역의 핵심 교통수단 중 하나인 자전거로 이동하는 주민들도 다수였다.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 때문인지 남성들은 대부분 웃통(위에 입는 옷)을 벗고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압록장 중상류로 올라가자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살림집(주택)이 나타났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부터 도농 간 격차를 줄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농촌살림집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의 '애민주의' 정신과 '지역균형발전' 기조를 강화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3년 전 쯤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북한대학원대학교 관계자는 "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 집들이 많이 보인다"면서 "(전반적으로)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압록강은 지역에 따라 강폭이 천차만별이다. 우리가 머문 곳은 간격이 좁아 그만큼 북한 군인들의 경계심도 강한듯했다. 한 초소 앞을 지나갈 때 군인 한 명이 망원경으로 우리가 탄 보트를 주시하기도 했다.
한 간이초소에서는 두 명의 군인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는데 우리가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자 둘 중 한 군인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받았다. 그러자 옆에 선 군인은 손을 흔든 동료의 뒤통수를 때렸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보트의 목적지인 수풍발전소 근처 인근에는 청수공업지구도 볼 수 있었다. 일부 공업지구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다만 일부 공장은 가동을 멈춘듯했다.
공단 근처에 또 다른 공장을 짓는 것인지 주민들과 군인들로 보이는 남성 10~30여명이 새 건물을 짓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농업 성과를 강조하는 선전문구들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과학농사 열풍으로 다수확을', '온나라가 농업생산에서 근본적 변혁을 일으키자!' 등의 구호를 통해 주민들에게 농업 성과를 낼 것을 강력 추동하는 모습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올해 인민경제 12개 과업 중 '알곡 생산'을 1순위에 올리고 농업에 집중하고 있다. 엄중한 당의 정책 기조는 접경지역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접경에서 마주친 북한 주민들은 혼자 있을 땐 우리 측의 인사에 손을 흔드는 등 어떤 반응을 보였지만 두 명 이상의 주민들이 모여 있을 때는 대다수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경제난 문제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최근 수년 사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 봉쇄로 북한의 경제난, 특히 생활에 필수적인 식량과 물품의 공급이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그러나 접경지역서 바라본 북한 주민들에게도 일상은 있었다. 북한 당국이 수시로 강조하는 '애로와 난관이 겹쌓인 조건'에서도 북한 지역에도 일상적인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 계기였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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