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생명존중 교육' 의무화… 자살·직장갑질 막는다 [생명을 살리는 일터③]
생명존중 교육의 의무화 대상이 민간 기업으로도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해당 교육이 자살은 물론 ‘직장갑질’ 예방에도 기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우리나라 근로자 자살위험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사망외인 분포 중 자살이 약 55.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근로자가 자살에 대해 높은 사망 위험을 갖는 원인은 직장 내 폭력이나 괴롭힘, 감정노동 등이다.
이런 가운데 직장 내 생명존중 교육이 의무화되면 직장 내 폭언이나 폭력이 줄어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생명존중 교육은 자살 위험 징후를 알아차리는 ‘게이트 키퍼’ 교육과 함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도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자살예방협회와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개발한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듣기’ 부분에서 강조되는 태도 중 하나는 듣는 사람의 역지사지 태도다.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것이 상대방과 자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듣기’로, 이 과정에서 생명 존중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민범준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은 “그간 만났던 직장인 환자들을 돌이켜보면 직장 갑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털어놨다. 갑질은 아직도 직장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며 “폭언이나 폭력 등으로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생명존중 교육이 직장에서도 시행되면 분명히 직장 갑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역시 “직장 내에서 생명존중 교육이 강화되면 회사 내부적으로는 컨트롤 타워가 생기게 된다”며 “결국 이를 통해 직장에 만연한 일상적 갑질, 폭언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근본적으로는 수직적 구조 개선을 통한 수평적 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민간 기업들은 생명존중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뜸한 상황이다. 도내 각 시·군의 자살예방센터에선 더 많은 시민이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기업들에게 참여를 권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도는 매우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도내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지역 내 여러 회사들에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무료 상담 등을 수차례 제안했음에도 교육을 신청한 회사는 단 2곳 뿐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관계자는 “아직도 생명존중 교육에 대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있지만, 공공기관 등에서 의무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이 주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교육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교육을 듣다 보면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한 번 더 살펴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조그만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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