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체육시설 달라더니.. 연제구, 준공 한달 전 “도로 가져가라”

정지윤 기자 2023. 7. 2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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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2016년부터 추진한 시청 앞 행복주택 준공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연제구가 부산도시공사로부터 무상 임대 받아 운영하기로 협의한 공공체육시설을 놓고 연제구의회가 부실한 시설을 문제 삼으며 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애초에 주민편의시설을 무상임대 받을 때는 덥석 가져오고 2년 동안 적절한 공간 배치와 운용을 신경 쓰지 않은 구의 무책임한 행정 탓이란 지적이다.

시청 앞 행복주택 입주민 1800세대와 지역주민이 함께 사용할 공공체육시설(헬스장) 모습. 천장고가 낮아 천장 매립식 에어컨 대신 거치형 에어컨을 설치했다.


21일 부산 연제구의회에 따르면, 권종헌(국민의힘) 구의원은 제246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으로 시청 앞 행복주택 내 공공체육시설이 입주민 1800세대와 지역 주민 등 예상 수요에 비해 공간이 협소해 구 예산을 투입하는 공공체육시설로 제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의회는 구가 발의한 주민체육시설 운영 및 관리 조례를 보류하고 예산 투입에 제동을 걸었다.

시청 앞 행복주택은 다음 달 14일 준공 예정인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으로 지하 4층~지상 37층 1800세대 1만8223㎡ 규모다. 2016년 서병수 시장이 추진해 오거돈 부산시장 임기 도중 무산될 뻔했으나, 결국 원안대로 추진됐다. 단지 내 주민편의시설은 연제구가 2019년 8월 부산시와 사업시행자인 공사에 건강증진센터 무상건립과 임대를 요청하며 체육시설, 어린이집도 함께 운영하는 걸로 결정 났다.

문제는 공공체육시설의 크기가 입주민 1800세대와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기에 너무 작다는 점이다. 구의회에 따르면, 헬스장(137㎡)은 런닝머신 5대와 운동기구를 넣으면 꽉 차고 천장고도 약 225~230㎝ 정도로 낮아 천장 매립식 에어컨 설치를 못할 정도다. 창문 하나 없는 프로그램실은 키 180㎝ 이상인 남성이 손을 위로 뻗으면 닿을 수준이다.

구와 구의회는 주민 불편 민원이 폭증할 것을 예상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에 따르면, 올해 리모델링과 기기 구입을 위해 구비 4억 원을 쓰고 최소 5년 동안 매년 수천만 원의 유지 관리비를 투입해야 한다. 요금도 통상 단지 내 아파트 헬스장에서 받는 것보다 비싼 입주자 3만 원(주민 6만 원)을 받아야 운영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구의회는 부실한 시설에 주민 혈세를 투입하는 대신 부산도시공사가 도로 가져가라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청년 입주자가 전체 이용자의 50% 넘으면 구비 투입하지 말고 도시공사가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도시공사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고도 제한 37층 조건으로 세대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낮은 천장고와 좁은 체육시설은 불가피한 조치였다. 지난 3년 동안 문제 제기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안 받겠다 하니 곤란하다”고 말했다.

구의회와 공사의 갈등은 연제구의 무책임한 행정이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는 2020년 3월 공문을 보내 “구가 건강증진센터 무상건립, 임대에만 관심 가지고 있으나 전체 지역편의시설의 관리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제구는 지난해 문제를 인지했으나 너무 늦었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현장에 가보고 공공체육시설로 운영하기에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걸 인지했으나 공사가 70% 이상 진행돼 손 쓸 수 없었다”며 “지난 3년 동안 주민 편의시설 운영 주체로 공간 운영에 관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한편, 구는 2020년 4월 리모델링과 운영비 부담 등을 이유로 국공립어린이집 면적을 기존 965㎡에서 420㎡로 축소를 요청하고, 축소하지 않더라도 원아 80~100명 수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 시와 공사에 통보했다. 단지 내 신혼부부 계층은 최소 600세대로 입소 경쟁도 치열해진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게다가 박형준 부산시장의 신혼부부 주거 안정 지원책인 ‘럭키7하우스’ 사업도 행복주택 내 대대적으로 운영하기로 해 시책과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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