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직 걸린 재판'…첫공판에 선고까지 1시간 무슨 일이?

경남CBS 이형탁 기자 2023. 7. 2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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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첫 공판기일 법정에서 벌어진 풍경
고뇌에 빠졌을까 휴정 선언 뒤 다시 법정 11시 30분 선고
갑자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각
그리고는 항소도 전부 기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종우 거제시장이 20일 오후 경남 통영시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끝내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 배우자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항소심 재판은 평소 법정과 달리 돌발 상황이 여러차례 발생해 피고인들과 변호인, 방청인 등이 대거 혼란에 빠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판사가 피고인의 최후 진술을 듣고는 의자에 기대 몇분간 고뇌에 잠기는 듯 하다가 갑자기 휴정을 하는가 하면, 단체장 직이 걸려 있는 사건의 첫 공판기일에 드물게 결심, 선고공판 모두 진행하고 관련 사건 선고까지 함께 하는 등 대다수가 재판 진행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첫 공판기일 법정에서 벌어진 풍경

21일 경남 창원에 있는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형사 2부 재판장 최봉희) 본관 315호 법정. 이날 예정된 오전 10시 30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첫 공판기일 시간에 맞춰 피고인 박종우 거제시장 배우자 김모(49)씨와 승려, 변호인들, 검사, 방청인, 형사2부 판사 등이 법정에 모여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장은 피고인들의 인적 사항 확인 등 재판을 진행하던 중 김씨와 승려, 검사 등 전부 '추가 증거나 자료가 없다'고 하니 10여분 만에 곧바로 최종 의견을 진술하도록 했다. 사실상 결심 공판을 진행한 셈이다.

검사는 '이 사건 범행 매우 중대하고 피고인들 엄히 처벌해야하는데도 원심 판결은 그러질 못했으니 원심 검사의 구형과 같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검사는 김씨에게 징역 10개월, 승려에게 벌금 700만 원과 추징금 1천만 원을 구형했었다.

반면 김씨 측 변호인은 최후진술에서 "피고인 김씨는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시주 행위는 남편의 거제시장 선거와는 관련없는 불사를 위한 종교적 행위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설령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원심과 같은 판결해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변호인들이 변호를 잘 해줘 할 말이 없습니다만 부처만 생각한 일이 이렇게 큰 파장이 일으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승려는 최후진술에서 "돈이 곧 권력인 것처럼 보이고 있다. 김씨가 검찰 진술에서 왜 번복했는지, 제가 왜 협박의 누명을 쓰고 위협을 받아야 했는지, (김씨측이 요구한) 차용증이 필요한 시주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더운 여름날 수고스럽겠지만 저의 의견서를 면밀히 살펴주시고 공정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고뇌에 빠졌을까 휴정 선언 뒤 다시 법정…11시 30분 선고

재판장은 이같은 승려의 진술이 끝나자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고뇌에 빠졌던 것일까. 몇분간 정적이 흘렀고 재판장은 이내 5~10분간 휴정하겠다고 선언한 뒤 배석 판사들과 함께 퇴장했다. 그러자 법정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벌써 선고를 하려는 것 아니냐, 재판장이 피고인들 전부 죄를 인정하지 않아서 화가 난 것 아니냐 등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판사들은 10시 50분쯤 다시 법정에 나타났고 이날 오전 11시 30분에 선고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재판장은 "오늘 11시 30분에 공판기일을 진행한다"며 "판결 선고할테니 피고인들 이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설마했던 선고기일이 곧바로 잡히자 또다시 법정은 웅성거렸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첫 공판기일에 선고를 하기도 하지만 선거법 사건으로는 참 드문 재판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단체장 직이 달린 중요한 사건인데 이렇게 빨리 진행하는 거 보면 더 자료를 들여다볼 게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갑자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기각…그리고는 항소도 전부 기각


이날 두번째 공판이자 선고기일로 잡힌 11시 30분쯤. 바로 선고를 할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김 씨측이 법원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을 다뤘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에 위헌성이 있다는 김 씨 측의 주장에 대해 "이유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재판장은 준비한 불법 기부 사건 판결문을 읽어나갔다. "주문. 피고인 김씨와 승려,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김씨는 이로써 지난 2021년 7월 거제 한 승려에게 시주금 명목으로 1천만 원을 지급한 혐의로 1심과 같은 250만 원의 벌금형이 유지됐다. 승려는 기부를 받은 혐의로 원심과 같이 벌금 100만 원과 추징금 1천만 원을 유지하게 됐다. 검사 등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고 이대로 형이 최종 확정되면 박 시장은 자신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큰 위기를 넘기게 되는 셈이다. 김씨 변호인은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승려 또한 "검토한다"고 했다. 검사는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본인 벌금형 100만 원 이상, 배우자가 벌금형 300만 원 이상을 최종 확정받으면 직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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