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 평등한 스포츠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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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대회가 시작되었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동개최하고 32개 팀이 참가하는 2023년 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은 24개 팀이 참가했던 2019년 대회보다 규모도 커졌고 언론의 취재 열기와 관심도 역대 최고이나, 상금은 카타르 남자월드컵(4억4000만 달러·5600억원)의 4분의 1인 1억1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스포츠 방송을 보고 자란 남자아이들이 여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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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여자월드컵 대회가 시작되었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동개최하고 32개 팀이 참가하는 2023년 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은 24개 팀이 참가했던 2019년 대회보다 규모도 커졌고 언론의 취재 열기와 관심도 역대 최고이나, 상금은 카타르 남자월드컵(4억4000만 달러·5600억원)의 4분의 1인 1억1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호주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남자선수들과 똑같은 상금을 요구하는 비디오 영상을 공개했다. 여자축구의 수준도 남자축구에 못지않고, 인기도 높아져 지난해 영국 런던의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 유로2022 여자축구 결승전에는 남자축구팀의 그 어떤 국가대항 경기보다 더 많은, 역대 최대 관중이 입장했다! 여자 대표선수들도 자부심을 갖고 나라를 대표한다. 남자선수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똑같은 업적에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당연한 요구에 축구연맹이 어떻게 대응할지. 시드니의 고급 호텔에 도착해 시설을 둘러보는 한국 여자축구 선수들의 모습을 어제 뉴스에서 보았다. 국가대항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거나, 좋은 성적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지급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마땅한 상금과 보너스를 지급하기 바란다.
한국에서는 남녀 운동선수들의 성차별, 상금 차이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은 스포츠와 포르노가 구분되지 않는 나라다. 텔레비전에서 스포츠 경기 전과 후에 편성된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젊은 여성 출연자의 옷차림에 신경이 쓰인다. 야구 경기가 끝난 후 KBS스포츠, MBC스포츠, SBS스포츠, 그리고 SPOTV에서 그날의 경기를 돌아보는 《아이 러브 베이스볼》 같은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는데, 각 스포츠 방송이 거의 동시에 방영하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성 진행자들이 하나같이 몸에 딱 붙는 초미니의 원피스에 긴 머리, 하이힐을 신었다. 어쩌다 어느 날 하루 그런 게 아니라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날마다 '초미니'에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방송에 나온다.
한날 동시에 중계되는 야구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이 매일 똑같은 머리에 똑같은 스타일, 노골적으로 관음증을 유도하는 듯한 옷차림을 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청소년들이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대한민국의 스포츠 방송을 보고 자란 남자아이들이 여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할 수 있을까.
스포츠 방송의 진행자들이 20, 30대의 젊은 여성 일색인 것도 한국의 성평등 수준을 보여준다. 아슬아슬한 옷차림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면 시청률이 올라갈 거라는 방송국 남성 간부들의 판단, 여성을 상품화하는 패션에 나는 절망한다. 상부의 지시에 순응하는 그녀들도 문제다. 상부의 지시가 있더라도 자신의 성을 상품화하는 스타일에 저항해야 하지 않나.
얼마 전 끝난 윔블던 테니스대회의 남자단식 결승전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경기가 끝난 후 치러진 시상식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은 여성은 중년의 여성이었고 긴 치마에 운동화를 신었다. 선수들의 땀방울이 스며든 윔블던의 잔디에 어울리는, 스포츠에 어울리는 우아한 패션이었다.
신문의 스포츠 기사 밑에 포르노 광고가 뜨는 대한민국, 먼저 스포츠와 포르노를 분리하자. 성범죄를 예방하고 성범죄자들을 만들지 않으려면, 스포츠부터 변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그릇된 '성 환상'에 빠지지 않게 스포츠를 비롯한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이 변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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