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한의원 가면 안마 1만원"…중국인에 소문난 '건보 먹튀' 전략

정심교 기자 2023. 7. 22. 0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9년 건보 급여 적용 후 4년 새 진료금액 68% 급증
1회당 1만원만 내면 단순 추나요법 받고 근육·인대 풀어
인기 한의원, 중국어로 가격 홍보…4년 새 시행 53만 건 넘어
일부 한의원, 한의사 대신 간호조무사가 나선다는 의혹도
한 중국인이 "한국 한의원에서는 단돈 1만원으로 안마를 받을 수 있다"며 안마하는 이모티콘을 삽입한 강의 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한 후 추나요법을 받으면 된다"고 제시했다. /사진=샤오홍슈 캡처.


"한국 한의원에선 단돈 1만원에 안마를 받을 수 있답니다. 단, 국민건강보험부터 가입해야 해요."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에서 20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성 A씨가 언급한 대목이다. 지난해 3월 게시된 이 영상에서 그는 "어떻게 하면 국민건강보험을 최대한 이용해 한의원에서 안마를 싸게 받을 수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겠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가 지칭한 안마는 다름 아닌 '추나요법'이었다.

21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A씨뿐 아니라 한국에서 건보 혜택으로 안마를 싸게 받았다는 후기는 중국 SNS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싸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고 전수하는 공통된 '비법'은 건겅보험 적용을 받아 한의원에서 추나요법을 받으라는 것이다. A씨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면 단돈 1만원으로 안마(추나요법)를 받을 수 있다"며 "한의사가 문진할 때 '뼈가 어긋난 것 같다', '허리가 아프다', '목이 아프다', '근육통이 있다'는 식으로 상태를 말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인공포증이 생겼다'고 해도 추나요법을 받을 수 있다는 '꿀팁'도 그는 소개했다.

해당 중국인은 안마를 받으러 한의원에 갔을 때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한의사에게 알리고선 추나요법을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다양한 증상을 한국어로 써서 알리는 모습. /사진=샤오홍슈 캡처.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국인 유학생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또 다른 게시자 B씨는 "매달 건강보험료로 4만원을 내고 있는데, 어떻게 '후이번(回本)'하는지 알려주겠다"며 꿀팁을 소개했다. 그가 말한 '후이번'이란 '장사에서 이익을 남겨 밑천을 뽑아낸다'는 뜻으로, 최근 중국 젊은 층에서 '본전을 뽑는다'는 신조어 '하오양마오'(양털을 뽑는다)와 일맥상통한다. 최근 2년 새 샤오홍슈에선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본전을 뽑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에 '하오양마오'와 '후이번'이라는 용어가 단골로 등장해왔다.

그런데 B씨는 해당 한의원에서 처음 추나요법을 받을 땐 '한의사'가 시행했지만, 두 번째 방문했을 땐 의사가 아닌 '간호사'(간호조무사로 추정)가 추나요법과 전신 안마를 해줬다고 해당 글에서 언급했다. 간호조무사가 추나요법을 대신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의료법 제27조와 제87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닌 자의 허가 없는 의료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받을 수 있다. 또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경우 가중 처벌(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병과)할 수 있다.

또 B씨는 자신이 즐겨 다녔다는 서울의 한 한의원 정문 사진과 함께 한의원 이름·주소를 한국어·중국어로 공유했다. 이 글의 댓글에서 한 네티즌은 "한국 건보에 가입하면 한의원에서 안마받을 수 있다는 거냐?"고 물었는데, B씨는 "추나요법은 신체 치료가 목적이지만, 안마도 같이 해준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 C씨는 지난 4월 '한국에서 유학할 때 국민건강보험으로 밑천 뽑는(후이번) 전략'이란 제목과 함께 4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2년에 한 번 공짜로 건강검진 받기 ▲상급종합병원도 부담 없이 이용하기 ▲치과에서 스케일링 받고 사랑니 뽑기 ▲한의원에서 안마받기 등이 그것이다. 한의원에서 건보 혜택으로 받을 수 있는 '안마'로 추나요법을 지목한 것이다.


추나요법(推拏療法)은 말 그대로 밀고(推) 당기는(拏) 방식의 치료법으로, 비정상적으로 틀어진 뼈·근육을 정상적으로 되돌려 통증을 완화하고 척추와 주변 조직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한방 치료법이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9년 4월 8일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했는데, 1인당 연간 20회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추나요법 가운데 가장 흔한 단순·복잡 추나의 경우 정가가 2만5128~6만5028원인데건강보험공단이 50%를 내줘, 본인 부담률은 50%다. 다시 말해 건강보험 가입자·피부양자는 본인부담금이 1회당 1만~3만원 선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중국인들이 SNS에서 많이 언급한 한 한의원(6개 지점 보유)의 경우 2019년 이후 추나요법 시행 건수가 53만 건을 넘었다.

중국인들이 SNS에서 많이 언급한 서울의 한 한의원 내부 사진. 약침 치료와 추나요법(오른쪽)의 횟수당 가격표를 중국어로 제작·비치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샤오홍슈 캡처.

이번 취재 결과에 따라, 상당수 중국인이 한국 한의원에서 추나요법을 안마 대용으로 즐길 것으로 추정되면서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빠르게 갉아먹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건보 적용된 첫해인 2019년 가장 흔한 추나요법인 '단순 추나요법'을 받은 사람은 61만6306명에서 지난해 83만2248명으로 4년 새 35% 늘었다. 또 그해에 단순 추나요법으로 발생한 진료금액은 439억7398만1000원에서 737억4747만4000원으로 67.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에게 돌아간 건보 급여 혜택은 얼마나 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진료행위별 데이터는 심평원이 갖고 있지만, 그 데이터에서 국적을 따로 뺄 수 없다.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국적을 따로 입력하는 항목이 없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이 건보에 가입할 때 국적을 체크하므로 국적별 데이터는 건보공단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중국인 등 외국인이 건보에 가입할 때 가입자의 국적을 체크하는 건 맞다"라면서도 "추나요법 등 진료행위에 대해 국적별 건보 급여 지급액 규모를 따로 통계 내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등 외국인이 추나요법으로 받아 가는 건보 혜택을 정부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단 얘기다.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유학할 때 국민건강보험으로 본전 뽑는(후이번) 전략이 중국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사진=샤오홍슈 캡처.


중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누리는 건보 혜택 '총량'은 이미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1년 4년 동안 중국인 가입자의 건보 누적 적자 규모는 2844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중국인 건보 가입자들은 2조2556억 원의 건보료를 내는 동안 건보공단에서 급여 혜택으로 2조5400억원어치를 받은 것이다.

다른 나라의 외국인은 어땠을까.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중국 포함)의 건보 누적 재정수지는 1조6767억원 '흑자'였다. 구체적으로는 2018년 2255억원, 2019년 3658억원, 2020년 5729억원, 2021년 5125억원으로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보험료보다 더 적게 건강보험을 이용해 우리나라 건보 재정에 도움을 준 것이다.

그중 2021년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683억원, 베트남인은 447억원, 필리핀인은 316억원의 흑자가 났다. 이는 같은 해 109억원의 적자를 떠안긴 중국인과 비교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중국인이 누리는 건보 혜택이 유독 크다는 게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실제로 2021년 국내에서 병원을 150번 넘게 이용한 외국인은 1232명이었는데, 그중 중국인이 1024명에 달했다. 이들 중국인이 쓴 건보 재정만 139억원이다. 심지어 중국인 2명의 한 해 진료 건수는 1106건이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