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검사가 '수사하는 법률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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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작년 봄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저지를 위해 전국의 검사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상 영장신청권 조항을 두고 "법률 전문가이자 인권 옹호 기관인 검사로 하여금 제3자 입장에서 수사기관이 추진하는 강제 수사의 오류와 무리를 통제하고자 도입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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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검사는 "사안의 진실을 밝혀내려면 뜨거운 가슴과 함께 차가운 머리도 필요하다"며 '수사하는 법률가'인 검사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피의자를 대면하고 동시에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싸움을 벌이는 검사와 수사권이 불가분 관계라고 생각한 이유다.
마음이 복잡해진 건 지난 19일 청구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 유진우(25)씨의 구속영장을 읽으면서다. '장애인 버스 시위' 도중 경찰 간부의 팔을 깨물어 현장에서 체포된 중증장애인 활동가를 구속할 필요는 무엇이었을까.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의 면면을 뜯어 볼수록 물음표가 커졌다.
경찰은 유씨가 최근 5년간 주소를 5차례나 이동한 점을 들어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울에 사는 지방 출신의 20대 청년이라면 으레 겪게 되는 이사 횟수다. 그는 대학원 진학과 자퇴로 서울과 고향을 오가기도 했다.
취업 후 서울로 다시 온 유씨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로 선정돼 빌라에 살다가 아파트 임대주택으로 반 년 만에 집을 옮겨 현재까지 살고 있다. 일정한 주거가 존재했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채증한 영상에 유씨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다 남아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
일상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중증장애인 유씨에게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주장도 황당하다. 유씨는 다른 집회 시위 활동으로 수사 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았을 때마다 성실히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번에 체포된 것도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저상버스 도입 시위 때문이었다. 도망갈 의사가 없을 뿐 아니라 혼자서 전동 휠체어에 올라타지도 못하는 유씨의 구속 필요성은 어디에 있는가.
대법원은 2002년 검사를 '공익의 대표자'라는 말로 규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상 영장신청권 조항을 두고 "법률 전문가이자 인권 옹호 기관인 검사로 하여금 제3자 입장에서 수사기관이 추진하는 강제 수사의 오류와 무리를 통제하고자 도입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이렇듯 공익의 대표자이면서 법률 전문가, 인권 옹호 기관인 검찰은 상식적으로도 또 법률적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경찰의 구속영장을 신청 하루 만에 덜컥 청구했다. 법원은 "유씨에게 증거인멸 내지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심문 5시간 만에 영장을 쾌속 기각했다.
검수완박법 시행과 함께 한동훈 법무 장관이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검찰 수사권 대부분은 원복됐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마약·조직범죄 대응력이 강화하는 등 그 효과는 적지 않아 보인다. 더는 검찰을 정치 세력에 휘둘리는 엘리트 집단으로 치부하지 않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렵게 쌓은 수사기관의 신뢰는 단 한 번의 오판으로 무너질 수 있다. 검사가 정말 '수사하는 법률가'라면 유진우씨의 영장은 기각이 아니라 반려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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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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