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채 잠든 틈 타 ‘슥’…잡고 보니 ‘상습 부축빼기범’

민소영 2023. 7.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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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저녁, 제주에 사는 50대 남성 A 씨는 지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만취한 A 씨는 제주시 삼도일동의 한 가구점 앞에 놓여 있던 하얀 매트리스 위에 벌러덩 눕고 말았습니다.

잠결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A 씨가 벌떡 일어나 B 씨를 쫓았지만, 만취한 A 씨는 따라가다 멈추고 또다시 길가에 쓰러져서 잠들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B 씨가 버렸다고 진술한 피해자 A 씨의 휴대전화를 찾아 돌려줬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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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밤 11시 55분쯤 제주시 삼도일동 노상에서 절도범이 술에 취해 잠든 남성에게 다가가 속칭 ‘부축빼기’ 수법으로 금품을 훔치는 장면.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지난 12일 저녁, 제주에 사는 50대 남성 A 씨는 지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만취한 A 씨는 제주시 삼도일동의 한 가구점 앞에 놓여 있던 하얀 매트리스 위에 벌러덩 눕고 말았습니다.

두툼한 매트리스가 두 장이나 포개어 얹어져 있던 이 자리에서 A 씨는 금세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이날 밤 11시 55분쯤, 이 길을 지나던 또 다른 50대 남성 B 씨가 있었습니다. 직업도 없고, 주거지도 없어 모텔과 여인숙을 전전하던 이였습니다.

때마침 주변을 배회하던 B 씨의 눈에 팔다리가 축 늘어진 채, 깊은 잠에 빠진 A 씨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지난 12일 밤 11시 55분쯤 제주시 삼도일동 노상에서 절도범이 술에 취해 잠든 남성에게 다가가 속칭 ‘부축빼기’ 수법으로 금품을 훔치는 장면.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B 씨는 A 씨에게 다가가더니,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현금과 휴대전화를 '쏙' 빼내 훔치고는 유유히 현장을 떠났습니다.

잠결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A 씨가 벌떡 일어나 B 씨를 쫓았지만, 만취한 A 씨는 따라가다 멈추고 또다시 길가에 쓰러져서 잠들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2시간 뒤, 잠에서 깬 A 씨는 그제야 휴대전화와 현금 뭉치가 사라진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A 씨는 인근 지구대로 가 "절도 피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평소 카드를 잘 사용하지 않는 A 씨 주머니에서 이날 밤 사라진 현금만 180만 원 상당에 달했습니다.

지난 12일 밤 11시 55분쯤 제주시 삼도일동 노상에서 절도범이 술에 취해 잠든 남성에게 다가가 속칭 ‘부축빼기’ 수법으로 금품을 훔치는 장면.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 주변 방범용 CCTV 등을 분석해 피의자 인상 착의와 동선을 특정했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심야 시간대에 형사들을 집중 투입해 일주일 넘게 수사를 벌였습니다.

경찰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이 남성은 아흐레 뒤인 어제(21일) 새벽, 잠복 중이던 형사들의 눈에 '딱' 걸렸습니다.

미리 피의자의 생김새와 인상착의를 파악하고 있던 경찰은 제주시 이도이동의 한 거리에서 B 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B 씨는 경찰에 붙잡히던 이 날도 거리를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이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훔친 현금은 모두 생활비로 썼다"고 범행을 실토했습니다. 경찰은 B 씨가 버렸다고 진술한 피해자 A 씨의 휴대전화를 찾아 돌려줬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B 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가 이미 동종 전과가 많은 데다 일정한 주거가 없고, 재범 우려가 있어 영장을 신청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제주경찰청 통계를 보면 취객을 상대로 한 이른바 '부축빼기' 절도 사건은 제주에서만 지난 2020년 21건 발생했습니다.

이어 이듬해에는 코로나19 거리두기 여파 등으로 회식 자리가 크게 줄면서 7건까지 감소했고, 지난해 19건 발생하며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밤 11시 55분쯤 제주시 삼도일동 노상에서 절도범이 술에 취해 잠든 남성에게 다가가 속칭 ‘부축빼기’ 수법으로 금품을 훔치는 장면.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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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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