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 택시요금이 왜 이래?”…기막힌 수법에 속수무책 [주말엔]
코로나19 이후 월급 빼고 다 오른 세상, 전국적으로 택시 기본요금이 3~4년 만에 인상되면서 지갑은 더 얇아지고 어느 때보다 택시요금이 더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취재진은 승객들이 내는 택시요금이 간단한 방식으로 조작될 수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이 미터기는 위성위치추적장치인 GPS와 차량 바퀴 수를 기반으로 정확하게 요금을 측정한다는 디지털 방식의 '(앱) 미터기'라고 했습니다. 과연 이 미터기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 디지털 방식 미터기로 택시요금을 조작한다고요?
제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 일부 택시기사들이 올해 교체한 이 미터기를 이용해 임의로 '복합 할증' 요금을 적용해 승객들로부터 부당하게 요금을 올려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복합 할증' 요금은 도농 복합지역에서 도심인 동 지역과 농촌인 읍과 면을 오갈 때만 적용되는데요.
그런데 창원의 법인과 개인택시들에 보급된 미터기 2대 가운데 1대에서 이 복합 할증 요금을 동에서 읍이나 면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수동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즉, 목적지와 상관없이 도심 내에서 택시를 주행하더라도 복합 할증 요금 적용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창원의 기본 택시요금은 4,000원, 복합 할증 요금을 적용하면 기본 요금이 40% 올라 5,600원이 됩니다. 여기에 주행 거리마다 100원씩 올라야 하는 요금이 140원씩 오르는데요. 만약 도심과 농촌을 오가지 않는데도 복합 할증 요금이 적용된다면, 승객들은 도심에서 택시를 타고도 40% 더 비싼 요금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진은 직접 미터기를 어떻게 조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창원 도심에서 해당 미터기를 장착한 택시를 타봤습니다. 미터기 왼쪽의 '복합'을 누른 뒤 다시 '복합(40%)'을 누르고 확인까지, 단 세 번의 조작으로 기본 요금이 4,000원에서 5,600원으로 40% 올랐는데요.
정상적이라면 동에서 읍면 지역의 경계선을 넘어갔을 때부터 할증이 적용돼 요금이 올라야 하지만, 복합 할증 적용 즉시 요금이 오른 겁니다. 게다가 미터기의 화면 오른쪽 위에 요금이 40% 올랐다는 표시도 간단한 조작을 통해 없앨 수 있는 건 물론 미터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실제로 요금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각각 다른 미터기를 장착한 택시를 번갈아 타며 요금을 측정했습니다. 창원 도심에서 13km를 이동한 결과, 복합 할증을 수동으로 조작할 수 없는 미터기는 14,100원, 수동 조작이 가능한 미터기는 19,180원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창원에서 복합 할증 수동 조작이 가능한 택시는 전체 택시 4,900여 대 가운데 3,100여 대나 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복합 할증을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택시는 강원도 강릉시에도 220여 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 '요금 조작' 가능한데도…'기사님 양심에 맡겨야 한다니'
해당 보도 이후 유튜브 등에 달린 댓글에는 택시기사들을 비판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습니다. 실제로 취재진과 만난 택시기사들은 일부 기사들이 외국인 관광객이나 취객·고령층 손님들을 태우고 이동할 때 수동으로 복합 할증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나 모든 택시기사가 이 복합 할증 수동 조작을 악용하려고 하지는 않았는데요. 취재진에게 제보한 택시기사들은 보도 이후 예상되는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양심 고백'을 했습니다. 이들은 혹시나 일부 기사들이 요금을 조작한다는 사실을 들키면, 택시업계 전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제보한 겁니다. 그러면서 복합 할증 수동 조작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과연 대책은 없는 것일까요?
미터기 검증을 맡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물어본 결과,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습니다. 해당 미터기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복합 할증 요금 체계를 모두 구현할 수 없고, 복합 할증 수동 조작도 자동화가 어려운 요금 체계를 보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규제할 수 없다는 건데요. 사실상 기사들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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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기자 (c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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