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잡아서 좋았다" 수비 자신감 뿜뿜…'KBO 레전드'도 감탄, ML 6시즌 뛴 이유 있었네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내가 잡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롯데 자이언츠 니코 구드럼은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6차전 홈 맞대결에 3루수, 2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공·수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1992년생인 구드럼은 메이저리그에서만 6시즌을 뛴 '베테랑'으로 지난 13일 롯데 입단이 확정됐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잭 렉스와 결별한 롯데가 던진 승부수. 롯데는 오랜 기간 구드럼을 주시해 왔는데, 때마다 원소속 구단이 구드럼의 이적을 거부하면서 연이 닿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외국인 타자 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구드럼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구드럼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구드럼은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 동안 뛰면서 1루, 2루, 3루, 유격수까지 내야의 전포지션을 소화했고, 포수를 제외한 좌·중·우 외야까지 섭렵한 '만능맨'이다. 구드럼은 올 시즌에 앞서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선구안까지 좋아졌는데, 롯데는 다재다능함을 갖춘 구드럼이 약점까지 보완하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구드럼의 KBO리그 데뷔전은 화려하다 못해 '압권'에 가까웠다. 구드럼은 1회초 수비에서 키움의 선두타자 이형종이 친 타구를 감각적인 핸들링을 통해 잡아낸 뒤 아웃으로 연결시키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첫 수비를 완벽하게 해낸 후 1회말 첫 번째 타석에서는 키움 '에이스' 안우진의 153km 직구를 공략해 첫 안타까지 뽑아내는 기쁨을 맛봤다. 안타 이후 구드럼은 더그아웃의 동료들과 '니코니코니'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KBO리그에서 첫 수비와 타석을 완벽하게 소화한 구드럼의 경기는 술술 풀렸다. 구드럼은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형종의 타구를 또 한 번 핸들링을 통해 캐치한 뒤 아웃카운트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5회초 2사 만루의 대량 실점 위기에서는 이원석이 친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후 재빠르게 일어나 1루에 공을 뿌리는 '최고'의 수비를 선보였다. 비디오판독의 느린 그림으로 보더라도 완벽한 아웃의 압권의 수비였다. 1만 3431명의 팬들은 일제히 감탄을 쏟아냈다.
구드럼은 첫 타석 이후에는 단 한 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하면서 4타수 1안타로 데뷔전을 마쳤지만, 수차례 좋은 수비를 펼치며 롯데가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는데 선봉장에 섰다. 그 결과 올스타 브레이크 마지막 경기에서 NC 다이노스에게 패하면서 4할 승률로 추락했던 롯데는 곧바로 5할 승률을 복구하는데 성공했다.
첫 안타의 기념구를 들고 웃으며 사진 촬영을 가진 구드럼. 사직구장, 부산 팬들 앞에서 데뷔전을 치른 소감은 어땠을까. 구드럼은 "3주 만에 야구장에서 야구를 했기 때문에 아주 재밌었다. 그리고 첫 땅볼을 내가 받았고, 첫 타석에서 안타도 친 이후 아주 적응을 잘한 것 같다고 느꼈다"며 "긴장되기보다는 첫 경기를 잘 치를 수 있게 돼 너무 흥분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땅을 밟은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시차 적응의 문제를 겪고 있는 구드럼. 하지만 팀에 대한 적응에 걸림돌은 없다. 그는 "여전히 힘들지만, 이전보다는 잠을 조금 더 잘 자고 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피곤한 것 같다"며 "롯데라는 팀이 가족같이 느껴진다. 서로 응원해 주고, 모두가 나를 환영해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구드럼의 호수비에 '칭찬'은 쏟아졌다. 롯데와 키움의 중계를 맡은 '2500안타' 레전드 박용택 해설위원은 "문규현 코치에게 수비를 물어보니 가장 먼저 했던 이야기가 핸들링이었다. 첫 타자부터 좋은 캐칭이 나왔다", 3회 이형종의 타구를 잡아낸 뒤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바운드를 잘 처리해 줬다", 5회 다이빙캐치 후에는 "나는 완전히 빠졌다고 봤다"며 시종일관 "와~"하며 감탄만 내뱉었다.
구드럼은 "(5회 이원석의) 타구가 빠져나갔다면 동점으로 이어지는 안타가 될 수 있었는데, 내가 잡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웃으며, 첫 안타 상황에 대해서는 "안타를 치기 전 안우진의 직구에 타이밍이 늦었다. 그래서 조금 더 타이밍을 빨리 잡았는데, 안타가 나와서 좋았다"고 기뻐했다.
미국과 일본, 한국 모두 같은 야구를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응원 문화다. KBO리그는 선수 개개인의 응원가를 부르는 고유의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는 구드럼이 입단한 뒤 곧바로 응원가 제작에 나섰고, 이날 데뷔전에서 첫 선을 보였다. 구드럼은 "타석에 있을 때는 승부에 집중하기 때문에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팬분들이 열심히 응원해 주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내가 투수와 붙기 위해 들어갈 때 노래가 나와서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외국인 투수와 달리 타자는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는 만큼 활약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구드럼이 데뷔전에서 보여준 임팩트는 엄청났다. 적어도 어떠한 위치에서도 수비만큼은 제 몫을 해낼 선수라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였다. 6시즌 동안 수비력으로 빅리그에 몸담은 이유는 확실했다.
후반기 반등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구드럼이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일단 첫 단추는 잘 뀄다.
[롯데 자이언츠 니코 구드럼.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부산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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