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 D-1…우파 국민당, 집권 위해 극우파 손 잡을까
경제 성적표 나쁘지 않았던 산체스의 위기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오는 23일 총선을 치르는 스페인에서 우파 세력이 승리를 위해 극우파에 손을 내밀지 이목이 쏠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여론조사기관 GAD3와 40db, IMOP, 시그마2 등은 보수 성향 국민당(PP)이 하원 350석 가운데 131~151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과반을 위해서는 176석이 필요하다. 국민당이 극우정당인 복스(Vox)과 연정을 꾸리지 않으면 과반을 얻기가 힘들다.
국민당으로서는 이민자·여성 혐오로 악명이 높은 복스와의 결탁이 부담스럽지만, 정치공학적으로 집권을 위한 동맹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만약 국민당과 복스의 연정이 현실화된다면, 변방에 머물던 극우파가 스페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권을 잡게 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975년 독재자 프랑코의 사망 이후 스페인은 극우세력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지역으로 간주됐으나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복스가 이번 총선에서 유력한 '킹메이커'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존재감 확 키운 복스, '극우의 정상화' 이뤄질까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의 복스는 국민당에서 떨어져 나와 2019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복스는 이민자와 양성평등주의자, 카탈루냐와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을 적대하며 스페인 순혈주의와 남성의 사회적 우위를 주장한다. 유럽연합(EU)에도 적대적이며 기후변화 대응에도 부정적이다.
반(反)여성적인 정책으로도 악명이 높다. 성폭력법을 개정해 성폭력을 가정 내 폭력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펼쳐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중도 우파를 표방하는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성폭력은 죄목으로서 그대로 존재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페이호 대표는 그러면서도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복스와 연합해 광역자치단체 12곳 가운데 9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미 복스와 손을 잡은 이력이 있는데도 그는 중도 표심을 의식한 듯 복스와의 연정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스가 연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극단주의적 성향을 어느 정도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극우의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자치대학의 스티븐 포티 교수는 AFP 인터뷰에서 "유럽 대륙 수준에서 진행 중인 극우의 점진적인 정상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복스가 노리는 목표 중 하나다. 복스 소속 정치 전략가인 라파엘 바르다히는 극우가 정상화되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정권 같은 것이 수립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극우 세력을) 볼 때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쁘지 않은 경제 성과에도 민심 잃은 산체스 정부
실각 위기에 처한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국민당에 대한 투표가 복스를 정부에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고 경고하고 있다.
AFP는 산체스 총리의 목표가 두 가지라며 "중도 유권자들의 국민당 투표를 막아야 하고, 지난 5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사실 산체스 정부의 경제 성과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AFP는 짚었다.
스페인은 지난해 5.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고물가 현상 속에서도 EU 평균(3.5%)보다 더 좋은 성적표를 거둔 것이다.
지난달 스페인은 EU 회원국 가운데 최초로 물가상승률을 2% 밑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스페인 국민들은 여전히 현 경제 상황을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AFP통신은 지적했다.
스페인 언론들은 산체스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특히 연정 파트너인 급진 좌파 연합 '포데모스'가 주도해서 실시한 포퓰리즘 성향의 개혁이 대중의 반감을 샀다. 국민당의 페이호 대표가 지지세를 키운 배경이기도 하다.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환경부 장관은 현지 매체 라 반가르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의 우경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스페인은 이런 퇴행적이고 반동적인 흐름에 대항하는 매우 중요한 보루에 있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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