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은 불쑥, 여드름은 가득…당신이 단맛에 중독됐다는 신호 5가지
'당 충전하러 가자'.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당 충전'이라는 말이 어느 순간 유행을 넘어 일상적인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피로감을 느낄 때 흔히들 달달한 음식을 찾게 된다. 단맛은 뇌의 보상중추에 작용하는 도파민을 분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든다. 설탕은 우리 몸에 필요한 주요 에너지원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건강을 망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섭취량을 하루 총열량의 10%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2021년 34.6g이다. 하루 총열량 1837㎉의 7.5%로 WHO 권고기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안심할 순 없다. 어린이(6~11세)와 청소년(12~18세)의 경우, 전체 3명 중 1명꼴로 WHO 권장량을 초과해서 당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특히 여자 어린이·청소년이 당류 섭취를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또래 남자아이들에 비해 음료·캔디류를 간식으로 자주 섭취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지나친 설탕섭취는 비만·심혈관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 건강전문매체 에브리데이헬스는 해외 논문과 등록영양사(RD)의 조언을 토대로 지나친 설탕섭취로 인해 우리 몸에 나타나는 징후를 정리했다.
① 먹어도 먹어도 ‘난 여전히 배고프다’=식사를 했는 데도 금방 허기진다면 식습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시카 코딩 미국 등록 영양사는 “과자나 음료수처럼 첨가당을 함유한 가공식품은 과일이나 채소와 달리, 단백질·섬유질 같은 영양소가 골고루 있지 않아 포만감을 주지는 못한다”며 “이는 결국 과식과 체중증가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제학술지 '셀(Cell)'에 2016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설탕섭취로 ‘가짜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 가짜 배고픔은 육체적으로는 배가 고프지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허가 지는 상태다. 설탕을 너무 많이 먹으면 장내 미생물 환경을 악화시켜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조절하는 신진대사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 분비가 억제돼 더 먹게 된다.
② 요즘 왜 이렇게 짜증날까?=특별한 이유 없이 짜증과 불안이 치밀 때가 있다. 변덕스러운 기분도 지나친 설탕섭취의 신호일 수도 있다. 코딩 영양사는 “단백질과 지방이 없는 고당도 식단은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킨다”며 “신체가 혈당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수준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짜증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합성시켜 체내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 수치가 급격하게 오르면 혈류에 포도당이 부족해지면서 뇌 혈당수치가 감소한다.
조 솔로위키 존슨앤존슨 당뇨병연구소 박사도 "정상적인 혈당수치의 범위를 벗어나면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 무엇인가 불편하다는 감정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학술지 '당뇨병 기술과 치료학(Diabetes Technology & Therapeutics)'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혈당수치의 변화가 잦은 제 2형 당뇨병 여성 환자들의 경우, 삶의 질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 쉽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국 캔자스 대학교 연구진도 과도한 첨가당 섭취와 우울감 사이의 연관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2020년 발표했다.
③ 자주 먹던 음료수가 심심하게 느껴진다?=카페에서 주문한 단 음료수에 시럽을 추가한 경험이 있는가. 음식이 예전만큼 달지 않게 느껴진다면 ‘맛의 역치’가 그만큼 올라간 것일 수도 있다. 역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극량이다. 단맛에 중독될 수록 더 강한 단맛을 찾게 된다는 뜻이다. 코딩 영양사는 “뇌가 너무 단맛에 익숙해지면 그보다 설탕이 덜 들어간 음식에서 만족감을 느끼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아스파탐 같은 저열량 인공감미료를 설탕 대체재로 사용하면 어떨까. 코딩 영양사는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더 강한 단맛을 내기 때문에 되레 단맛의 역치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④ 갑자기 여드름 났다면?=여드름도 과도한 설탕섭취의 징후일 수 있다. 튀르키예 연구진이 2015년 미국 의학분야 전자도서관 '펍메드센트럴(PubMed Central)'에 등재한 논문에 따르면 과도한 당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을 키울 수 있는데 이것이 여드름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시키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비슷한 결론을 제시한 연구결과가 있다. 인도 찬디가르 의대 연구진은 당류 섭취와 여드름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20대 이상 남성 2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여드름이 있는 남성 100명과 여드름이 없는 남성 100명을 비교한 결과, 대조군(11%)보다 여드름군(22%)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탕을 과하게 먹으면 주름살도 늘 수 있다. ‘당화반응(Glycation)’ 때문이다. 혈액 속에 떠다니는 포도당이 피부에 있는 단백질이나 아미노산 등에 달라붙어 영구 결합되는 현상을 말한다. 당화반응을 통해 축적되는 부산물인 ‘최종 당화산물’은 피부 진피(표피 아래 두꺼운 세포층)의 단백질 기능을 약화시켜 노화를 촉진한다고 알려졌다.
⑤ 수면건강이 악화됐다면?=단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밤잠까지 설칠 수 있다. 급격한 혈당 변동은 아드레날린 수치를 높여 잠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맘 압둘라만 빈 파이잘 대학교 연구진이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첨가당 섭취량 증가와 수면의 질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상 속 설탕섭취 줄이기
단맛을 갑자기 끊기란 쉽지 않다. 제철과일을 가까이 두고 내 입맛을 길들이는 편이 현명하다. 과일엔 천연당분 뿐만 아니라 각종 비타민·미네랄·식이섬유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당류 섭취량 자체도 줄일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에만 당류가 100g 있는데, 이는 사과 세조각이나 귤 한개 반의 당류와 맞먹는 양”이라고 말했다.
또 식품을 구입하기 전에 영양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좋다. 식약처에 따르면 식품 포장의 영양성분 함량표시를 확인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류를 6.5g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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