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계획 안 세운 부모님 봐야할 '어른이 더 좋아하는 가족 뮤지컬' [어쩌다 커튼콜]

서지혜 기자 2023. 7.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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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 그림책 원작 뮤지컬 2편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공연
감동과 재미 두 가지 모두 잡는 방학나기
[서울경제]

10만 원 넘는 돈을 내고 뮤지컬 공연장에 갔는데, 앞 사람 키가 너무 커 두 시간 넘게 고개만 기웃거리다 온 적 있나요? 배우의 노래 뿐 아니라 숨소리까지 여운이 남아 같은 돈을 내고 본 공연을 또 본 적은요? 그리고 이런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혼자만 간직하느라 답답한 적은 없나요? 세상의 모든 뮤덕(뮤지컬 덕후)의 마음을 대신 전하기 위해 뮤덕 기자가 나섰습니다. 뮤지컬 애호가를 위한 뮤지컬 칼럼, ‘어쩌다 커튼콜’과 함께하세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와, 이번 주말은 뭐 하지···’

많은 부모들은 주말을 고민합니다. 가끔 황금연휴가 찾아오면 월요일부터 고통에 빠집니다. ‘와··· 아무것도 예약 안했는데’. 저는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주말에 어린이 뮤지컬을 서둘러 예약합니다. 그런데 사실 어린이들은 ‘캐치티니핑’ 등 인기 캐릭터가 등장하는 뮤지컬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안 좋아합니다. 너무 시끄럽고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늘 저도 재미있을 만한 공연을 찾았습니다. 같이 살아야죠. 주말에 애만 재미있고, 어른은 재미 없으면 그게 사는 건가요.

그러다 우연히 ‘백희나’를 알게 됐습니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어느 집이나 아이 있는 집에는 백희나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뮤지컬로 만든 두 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장수탕 선녀님'과 ‘알사탕’입니다. 오늘은 방학을 맞이해 백희나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인기 어린이 뮤지컬 두 작품을 리뷰해보겠습니다.

솔직히 어른 뮤지컬보다 더 웃긴 ‘장수탕 선녀님’

장수탕 선녀님은 내용부터 기상천외합니다. 귀여운 ‘덕지’는 게임기와 수영장이 있는 ‘스파랜드’에 가고 싶은데 엄마는 늘 동네 목욕탕만 데려가죠. 여기서부터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게 어린이 대상 뮤지컬이 맞는가. 요즘 아이들은 수영장이 있는 찜질방이 아니고서야 대중 목욕탕에 잘 가지 않잖아요. 이 부분을 이해하는 순간 바로 나이를 인증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덕지는 엄마를 따라 울며불며 목욕탕에 가는데요. 하늘색 타일의 목욕탕에서 잠수를 하고, 배영을 하는 게 꼭 저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목욕탕에서 ‘뿅’하고 선녀님이 나타납니다.

저는 이 뮤지컬을 보면서 ‘와··· 애들 보는 뮤지컬을 이렇게 공을 들여서 만드는 구나’하고 크게 감탄했습니다.

장수탕 선녀님 중 한 장면. 할리퀸 크리에이션 홈페이지 중 캡쳐

장수탕 선녀님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선녀님’입니다. 이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어서 여러 어른들이 배꼽 빠지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선녀는 사실은 우리 잘 아는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의 그 선녀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 속 선녀는 나무꾼 때문에 강제로 인간계에 남아 아이를 낳고 살게 되지만 장수탕 선녀님은 다릅니다.

껄렁껄렁 나무꾼 하나

설렁설렁 걸어오더니

-도와드릴까요?

네! 라고 할 줄 알았지?!

껄렁껄렁 나무꾼 하나

설렁설렁 걸어오더니

-도와드릴까요?

그 삐져나온 거 뭐냐? 내 날개옷 훔쳤냐?!

장수탕 선녀님 중 ‘신비로운 연못’

선녀님은 날개옷을 잃어버려서 아주 신비로운 연못 이었던 목욕탕에 수백 년 동안 살게 된 거죠. 몹시 아름다워야 할 선녀인데 나무꾼이 날개옷을 훔쳐간 후 너무 오랫동안 인간계에 남아있다 보니 ‘기 센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날개옷을 잃어버려서 여기저기 지내고 있다’는 원작 속 한 줄의 문장을 갖고 이렇게 코믹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목욕탕과 선녀님을 감싸는 ‘화려한 조명’도 볼거리입니다. 번쩍번쩍, 빨강파랑 조명 덕분에 아이들은 한참이나 흥분해 있다가 선녀님이 덕지와 함께 하늘을 (줄을 타고)날아오르는 장면에서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 때는 사실 어른들도 ‘와~’하고 놀라더라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장수탕 선녀님’은 사실 어린이 뮤지컬이라고 생각하고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그냥 전래동화가 배경인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면 어른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을 듯합니다.

장수탕 선녀님 중 한 장면. 할리퀸 크리에이션 홈페이지 중 캡쳐
어린이 뮤지컬 노래가 이렇게 멋져? ··· 유치하긴 하지만 울컥 눈물 나는 ‘알사탕’

‘장수탕 선녀님’이 하나의 무대 공연으로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면 뮤지컬 ‘알사탕’은 백희나 작가의 원작을 어떻게 하면 공연에서 그대로 살려낼지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입니다. 여러가지 색의 알사탕을 먹으면 주변 사람들, 사물, 강아지의 소리가 들린다는 몹시 아이같은 설정의 원작을 어떻게 무대에서 구현할지 궁금했는데요. 원작 속 일러스트를 3D 프린트 기기로 만든 것처럼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무척 높았습니다. 솔직히 ‘장수탕 선녀님’은 성인 뮤지컬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뮤지컬이라고 말했지만, 알사탕은 어린이 뮤지컬, 잘 봐줘도 가족 뮤지컬입니다. 그만큼 좀 더 어린이 관객을 위주로 기획됐다는 의미인데요. 하지만 작품의 배경이 워낙 앞서 ‘장수탕 선녀님’과 마찬가지로 예스러워서 어른들이 볼 때는 향수를 자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알사탕 중 한 장면. 할리퀸 크리에이션 홈페이지 중 캡쳐

일단 주요 배경인 ‘문방구’가 그렇죠. 문방구 주인은 할아버지입니다. 요즘은 모든 문방구가 무인이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문방구를 어린이 관객들은 아마 본 적도 없겠죠. 주인공 동동이는 학교에서 다녀와 늘 혼자입니다. ‘학교 갔다 왔습니다’라는 말을 허공에 하고 강아지 ‘구슬이’와 놀곤 하죠. 그런데 어느날 쇼파가 말을 겁니다. ‘쇼파색 알사탕’을 먹었기 때문이죠. 또 강아지 ‘구슬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사탕도 있습니다. 그러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장면부터 여기저기서 휴지로 눈물을 훔치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는 여고 동창들과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데 어떻게 안울어요. MBTI ‘T’여도 울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퇴근한 아빠가 동동이에게 잔소리하는 장면부터 어른들의 감동은 절정에 이르게 되죠. 이 아빠는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으로 동동이에게 ‘숙제했냐, 청소했냐, 발 씻었냐’ 랩으로 잔소리를 하는데요. 동동이가 아빠 사탕을 먹은 결과! 아빠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공연장에 온 아버님들이 울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주말에 어린이 공연을 보러 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대부분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을 보러 가실텐데요. 그러면 어른이 너무 재미없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게 되잖아요. 그래서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선택하면 서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함께, 혹은 혼자 가족 뮤지컬 보는 꿀팁
장수탕 선녀님 중 한 장면. 할리퀸 크리에이션 홈페이지 중 캡쳐

아! 가족 뮤지컬 관람 꿀팁을 소개합니다. 아이와 같이 가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라면 유튜브에서 미리 뮤지컬 OST를 찾아보길 권합니다. 특히 ‘장수탕 선녀님’과 ‘알사탕’은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자주 듣다보면 아이도 어른도 금방 노래를 흥얼거리게 됩니다. 어린이 공연은 길어야 70분입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죠? 아이들은 20분 단위로 움직여 줘야 한다는 사실이요. (15분일 수도 있고요.) 70분은 무척 긴 시간입니다. ‘장수탕 선녀님’처럼 쉴새없이 조명이 바뀌고 무대 장치가 다채롭다면 아이들이 비교적 덜 지루해 하는데요, 알사탕은 다소 서정적입니다. 그래서 미리 노래를 들려준 후 공연을 관람하는 게 서로 좋은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번째는 공연 중간의 이벤트인데요. 어린이 공연은 중간에 퀴즈를 풀고 선물을 나눠주는 시간이 꼭 있습니다. 얼마 전에 또 다른 인기 동화 ‘수박 수영장’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관람했는데요. 그때는 집채만 한 수박 풍선을 위에서 아래로 계속 굴리는 이벤트를 해서, 아이들이 ‘내 머리 위로 수박이 안 왔다’고 울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드리는 꿀팁은 ‘그 시간을 잘 인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뮤지컬 좋아해도 아이도 없는데 가족 뮤지컬 보러 가지는 않으시겠죠. 하지만 간혹 저처럼 특이하게 궁금해서 보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마 관람에 도움이 될 겁니다.

참! 공연이 언제, 어디서 하는지 궁금하다고요? 가족뮤지컬은 대부분 오랫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합니다. ‘알사탕’은 서울, 인천, 여수 등에서 진행 중이고, ‘장수탕 선녀님’도 서울에서 공연 중이네요!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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