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도로 이크롬 사무총장 "유적지의 문화유산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 필수"[문화人터뷰]

이수지 기자 2023. 7. 22.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19일 서울 송파구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에서 인터뷰하는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이크롬)의 웨버 은도로 사무총장 (사진=문화재청 제공) 2023.07.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모든 고고학 유적지가 문화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이크롬)의 웨버 은도로 사무총장은 이를 위해서는 "고고학자들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포기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온도로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내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풍납토성 유적공원, 한성백제박물관, 몽촌토성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는 튀르키예 앙카라대 피키리 쿨라코올루 고고학 교수 등 세계적인 고고학 전문가들과 함께했다.

백제시대 초기인 한성백제기에 조성된 풍납토성은 한강변에 흙으로 쌓은 평지성이다. 발굴조사를 통해 성벽 기초부는 너비가 43m, 높이가 11m가 넘는 대규모 토성으로 확인됐다. 1925년 대홍수 시 중국제 청동자루솥, 허리띠장식 등 상류층이 사용한 중요 유물이 다량 출토되면서 주목받아 왔다.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2000년 경당지구 발굴조사를 거치며 한성백제시대 첫 도읍인 하남위례성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발굴조사가 지속되며 풍납토성이 백제 최초 도성이었음은 학계 정설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경당지구에서는 다량의 유구와 유물이 발견됐으나 재건축 조합원의 집단민원과 유적훼손행위가 발생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풍납토성 내부보존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은도로 사무총장은 유적지 보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고학 연구와 문화유산 보존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고학이라 하면 유적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일인데 지역 공동체가 이에 대해서 공감하고 받아들일 때만 그 유적지가 유산이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도 동일한 문제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고대 유적에 관련해 개발, 유산 보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고고학자 관점으로는 고대유적을 보호해야 하지만 고고학자들이 오늘의 삶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을 무지하다고 봐서는 안 됩니다."

[서울=뉴시스]20일 열린 국제학술대회 '세계의 고고학'에서 기조연설하는 웨버 은도로 이크롬 사무총장 (사진=문하재청 제공") 2023.07.21. photo@newsis.com

짐바브웨 출신의 은도로 사무총장은 다년간의 문화유산 보존과 기금 모금 경험을 갖춘 숙련된 고고학 전문가다. 조직 구축, 과학 연구 조정, 이해 관계자 관리 분야에서도 성공적인 성과를 입증한 인물이다. 짐바브웨 국립박물관 및 기념물센터, 이크롬 아프리카 프로그램 담당, 아프리카세계유산기금(AWHF/C2센터) 사무총장 등을 역임한 후 2017년부터 현재까지 이크롬을 이끌고 있다.

이크롬은 세계유산 보존과 복구를 위해 1959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자문기구다. 본부는 로마에 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37개국이 가입돼 있다.

그는 지난 20일 문화재청과 이크롬이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세계의 고고학:고대 도시와 왕성'에서 '남아프리카의 고대 도시들-그레이트 짐바브웨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기조강연도 했다.

198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그레이트 짐바브웨 주요 유적들과 아프리카다움을 소개했다. 그레이트 짐바브웨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 식민지 시대 이전인 11~15세기 세워진 유적이다. 부유한 국제 무역 제국 수도로 왕실 복합 거주지가 유명하다.

그레이트 짐바브웨의 현재 경계는 식민지 개발의 영향을 받았다. 이 시기 지역 공동체는 국유화와 기념물로 지정된 후 이곳에 접근권을 박탈당했다. 이 유적지 면적은 720헥타르에 불과하지만 고고학과 민족지학 연구 결과, 이 유적지는 훨씬 더 컸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유적지와 중국 진시황릉을 사회 공동체 공감대 형성 과정의 사례로 들었다.

로마의 경우 시장 직속으로 한 고고학 발굴팀이 있다. 유적 발굴이나 보존으로 인해 관광수입이 발생해 지역 공동체가 유적 발굴과 보존에 직접 나서고 있다. 반대로 중국 진시황릉의 경우 중앙 정부가 유적 발굴과 보존을 주도하고 지역 공동체가 나중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고학자들이 도시 고대 유적 보존과 복원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를 위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역 공동체가 소외되고 있어 이크롬은 유적 보존에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기를 강조하고 있다

은도로 사무총장도 한국 정부와 지역 공동체의 상생을 주문했다.

"지역 공동체와 갈등이 있다고 해서, 또는 지역 공동체가 유적을 보호해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말해도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 문제를 대할 때마다 지역 사람들이 이 유적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것, 또한 고고학자의 책임이자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사람들 모두의 과제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