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 "시시하더라도 '짐승처럼'...나와 문학은 한 몸"[신재우의 작가만세]

신재우 기자 2023. 7.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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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36) 작가의 세계는 지난 2016년 한 차례 무너졌다.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을 기점으로 그의 삶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의지할 곳이 없던 시기, 글을 쓰는 것과 나아가 작가가 되는 것은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다소 시시하더라도 나와 문학이 같이 갔으면 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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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임솔아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임 작가는 최근 소설 '짐승처럼'을 출간했다. 2023.07.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임솔아(36) 작가의 세계는 지난 2016년 한 차례 무너졌다.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사건을 기점으로 그의 삶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한동안 시와 소설을 읽는 것이 어려워졌고 더 이상 글쓰기를 성역화하지 않게 됐다. 좌절했던 그에게 지난 2021년 여름 선물처럼 지금의 반려견 ’바밤바‘가 찾아왔다.

'바밤바'는 그가 출간한 신작 소설 '짐승처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도망친 유기견의 사연을 바탕으로 자매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소설은 최근 넓어진 임 작가의 세계를 가늠하게 한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의지할 곳이 없던 시기, 글을 쓰는 것과 나아가 작가가 되는 것은 그에게 유일한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당시 글쓰기의 의미를 "나만의 아름다운 세계이자 성"이라고 표현했다.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로 시와 소설 모두로 등단해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나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임솔아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저자 싸인을 하고 있다. 임 작가는 최근 소설 '짐승처럼'을 출간했다. 2023.07.22. pak7130@newsis.com

글 쓰기 위해 절까지 들어갔던 임솔아…"이제 글쓰기를 일상 속으로"

10대 시절, 임솔아는 글쓰기가 인생의 전부라고 여겼다. 고등학교를 그만둔 그는 나름의 야심찬 계획도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해외 봉사를 하면서 게속 글을 쓰다보면 10년 안에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다 망했어'라고 생각했죠."

해외 봉사에는 떨어졌고 1년간 절에 머물며 글을 쓰기도 했지만 그의 문학 세계가 본격적으로 넓어진 것은 스물넷, 대학에 들어간 뒤다. 대학에서 시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2013년 시인으로 먼저 등단하게 된다.

"소설도 쓰는 시인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았어요."

이후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통해 장편소설 '최선의 삶'으로 소설가가 된 그는 시와 소설 모 놓지 않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수학을 풀다가 지루하면 영어를 하듯"이 그는 시와 소설을 번갈아 쓰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환기한다.

임솔아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작가와 소설이 함께 걸어간다는 점이다. "다소 시시하더라도 나와 문학이 같이 갔으면 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가출 청소년의 이야기를 쓴 '최선의 삶'은 10대의 기억이, 두 번째 소설집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는 문단 내 성폭력 사건 이후 분노가, 현재의 '짐승처럼'은 바밤바와 함께하는 30대의 임솔아가 담겨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임솔아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 작가는 최근 소설 '짐승처럼'을 출간했다. 2023.07.22. pak7130@newsis.com

시는 '문장'에서, 소설은 '키워드'에서…문학은 "절망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일정 기간이 지나도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거죠. 우리 병원은 규칙을 잘 지켰습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어요. 점점, 죽이려고 데려오는 건지 살리려고 데려오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짐승처럼' 중)

임솔아는 시가 '문장'에서 출발한다면 소설은 '키워드'에서 시작해 늘리는 방식으로 창작한다고 한다. 이를 테면 머릿 속에 하나의 문장이 한번에 떠오르면 시 노트에 이를 기록하고 키워드가 생긴다면 여기에 이야기를 더해 소설로 쓴다.

'짐승처럼'은 '동물', '병아리', '누구나 들어갈 있는 집' 등의 키워드를 늘려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자매의 관계에서 나아가 동물보호법의 모순과 동물보호단체의 복잡한 사정을 그린 이야기는 제도에 대한 약간의 절망을 안은 채 마무리된다. 지금의 임솔아에게 문학은 "절망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소설이 희망적으로 끝나버리면 그 앞에 이야기한 것들이 다 지워질 것 같아요."

"소설을 쓰다 보면 이상하게 시가 너무 쓰고 싶어진다"는 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시 창작에 몰두할 예정이다. 최근 연이어 소설집을 발표해 이제는 시 노트를 펼칠 시간이 왔다.

임솔아는 글쓰기를 생활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문학을 더 이상 환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의 위로가 되는 것은 글보다는 동물이다. 인터뷰를 마친 후 그가 해준 사인에는 지금의 생활이 담겨 있었다.

'사랑을 담아, 임솔아와 바밤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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