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병력 30만 유지도 어려워…각국 ‘軍구인난’ 아우성[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저출생 한국, 2040년 병력 30만명 못채워…미군도 신병부족 허덕
입대하면 시민권 주고 성소수자·외국인도 환영…각국 모병 백태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병역자원이 가파르고 줄고 있다. 급격한 병역자원 감소에 직면한 국방부는 국방개혁법에 규정된 ‘상비병력 50만 명’이란 목표 수치까지 최근 삭제했다. 2040년에는 30만명도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 보고서도 나와 대책이 시급하지만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병역자원 감소 추세가 예상보다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2022년 50만명을 기준으로 지난 2019년에 수립한 ‘국방개혁 2.0’의 병력 수급 계획마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2006년 67만 명이던 상비병력 정원은 2022년 기준 50만 명이 됐다. 군이 2006년 국방개혁법 제정 당시엔 약 70만 명이던 상비병력을 50만 명으로 줄이고자 했지만 인구 감소 여파 등으로 병사 수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목표 수치가 ‘달성’돼버렸다. 지난 5년간 총병력은 약 62만명에서 50만명으로 12만명 줄어든 것이다.
이에따라 이제는 상비병력 50만 명 규모조차 ‘유지’하기 힘든 목표가 돼버렸다. 군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3∼2027 국방중기계획’에서 상비병력 규모를 2027년까지 현 50만 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매년 22만 명이 충원돼야 하지만 연도별 20세 남성 인구를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7만명이던 20세 남자 인구는 2025년이면 23만명,2036년부터 22만명 이하, 2040년 14만명, 2042년에는 12만명까지 급감한다.
◇2035년 병력 46만명 선…중간 간부 부족·불균형 심각
KIDA 조관호 박사는 현역 자원은 2035년부터 매년 2만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 박사는 지난해 4월 발표한 ‘2040 국방인력운영체계 설계방향’ 자료에서 20여년 뒤인 2043년에는 최저 33만명 선으로 병력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군 병력 규모는 2021년 51만명이었으며, 2035년 46만5000명 선까지 서서히 줄어든다.
조 박사는 "2020년 병 입대 자원은 22만명인데 2040년에는 10만~11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병사뿐 아니라 병력 구조 허리에 해당하는 준사관 중심의 중간 간부 부족과 불균형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하사 인원이 줄어들면서 하사가 중사 인원을 밑도는 역전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2025년에는 하사 인원(3만6344명 예상)이 중사(4만1995명)는 물론 상사(3만7320명)보다도 적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징집병의 의무복무 기간은 역대 정권을 거치며 단계적으로 단축돼 문재인 정부 때 육군 기준으로 현행 18개월로 굳어졌다. 노무현 정부 때 기존 30개월에서 26개월로, 이명박 정부 때는 21개월로 줄였다.
본격적인 현역 자원 부족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병사 복무기간 조정과 모병제 전환 여부, 여성징병제 도입 여부, 징병·모병혼합제 등을 연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병사 복무기간이 현재와 같은 18개월(육군기준)로 유지된다면 병력 수급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복무기간을 21개월 또는 24개월 등으로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줄인 복무기간을 다시 늘린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성징병제 문제도 ‘젠더’ 이슈와 겹쳐 논란이 많은 사안이다. 지난 5월 국회에서 개최된 ‘인구절벽 시대의 병역제도 발전’ 포럼에서 여성 징집 문제가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자, 국방부와 병무청이 당일 동시에 ‘입장’을 내야 할 정도로 이 문제는 뜨거운 이슈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여성 징집, 군 복무기간 확대, 대체복무 폐지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기식 병무청장도 지난 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실적으로 단축됐던 (병사) 복무 기간을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여성 징집제 문제에 대해서도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더구나 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에 여성을 징병한다는 것은 사회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박사는 현재의 군 의무징집제를 ‘완전 모병제’로 전환해 상비군을 30만 명 선으로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2040년 예상되는 인구 구조로는 10만~20만명의 모병제 병력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병역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징집병 제도를 유지하면서 3년 복무의 ‘유급 지원병 제도’를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징집제는 그대로 두고 부분적으로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이 병역자원 확보 측면에서 실효성이 높다는 의미다.
◇초급간부 처우개선, 여성 간부 확대해야
3년 복무 유급 지원병의 보수를 현재의 하사 봉급 수준에 맞추고,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 문턱을 낮춘다면 2040년 기준으로 5만~7만 명 모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원병의 부사관 임용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일반 병사에서 부사관으로 진급하는 방향으로 ‘병 및 부사관 통합 인력관리체계’ 마련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조 박사는 앞으로 예상되는 간부 인력 부족과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현행 장·단기복무제도와 일률적 의무복무 기간을 전면 재검토해‘완전직업군인제’ 형태의 다양한 계약모집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조 박사는 특히 보수 및 주거여건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초급간부의 처우개선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사관 등 군 간부 인력 부족 현상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여성 간부 확대가 필요하며, 현재 10% 미만인 여성 장교 및 장기 부사관 비율을 2040년까지 25%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징집병 의무복무 기간을 현행 18개월로 유지하거나 12개월로 단축한다면 중장기적으로 30만 명대 병력 규모 유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 박사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병력 유지를 위해 유급 지원병제도 도입, 여군 간부 확충 등 제도 보완을 해도 2040년 병력 규모는 징집병의 의무복무 기간이 12개월이면 31만~32만명, 18개월이면 38만~39만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징집병 의무복무 기간을 24개월로 다시 늘린다면 유급 지원병 제도나 여군 간부 확충 등이 없이도 2040년 병력 규모를 40~42만 명 선에서 유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가 병력부족에 시달려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세계 여러 나라가 ‘모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병력 부족 해소를 위해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입대하면 시민권을 부여하는 당근책을 쓰는 국가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는 최근 들어 최후의 수단이라던 ‘여성 모병’을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우크라이나 참모부는 러시아군 누적 사상자의 수가 24만 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영국 국방부는 지난 3월 말 러시아가 병력 40만 명을 추가 모집하려고 하지만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평가하는 등 병력이 부족한 러시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16일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세계 최강 미군도 모병난을 겪고 있다.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며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하고 있지만, 매년 신병 모집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 육군은 6만 명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4만5000 명 모집에 그쳤다. 미국 내 젊은 층의 입대 기피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수십 년 만에 닥친 최악의 모병 실적이다. 미 육군의 올해 모집 목표 6만5000 명 역시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은 군대 구인난 해소를 위해 여러 유인책을 쓴다. 합법 이주자들이 미군에 지원하면 시민권을 얻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경로)을 제공한다. AP통신에 따르면 합법 이민자 2900명이 올해 상반기에 입대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200명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다. 지원자는 자메이카, 멕시코, 필리핀, 아이티 순으로 많았다.
공군도 지난 4월 합법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모병에서 카메룬, 자메이카, 케냐, 필리핀,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등 14명의 신병을 뽑았다. 현재 공군에서 시민권 패스트트랙 절차로 100명이 기초훈련을 받고 있으며 이 절차를 마친 사람은 40명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장병 주택수당을 인상하고, PX(국방마트) 제품 가격을 3∼5% 추가로 인하해 같은 지역의 민간 매점보다 최대 25% 낮은 가격에 식료품 등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또 올해 예산에 장병 급여 4.6% 인상을 반영했다. 가계소득이 빈곤선의 130%에 미달하는 장병에게 가족 규모 등을 고려해 최대 3만 달러의 기본수당도 지급한다. 모병에 방해 요소가 된다면서 지난 1월에는 군대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도 폐지했다.
현재 7만7000명인 호주 방위군도 적정 병력 목표보다 3000∼4000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는 2040년까지 1만8500명 이상 군인을 추가로 충원한다는 방침이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현지 분위기다. 남태평양 진출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미국·영국과 새로운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체결하고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국방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호주로서는 여간 고민이 아니다.
국방력 확충에 따른 신규 부대 창설로 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데도 모병 실적은 나쁘다. 리처드 말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점증하는 전략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위군 병력 증강 계획과 관련해 여성·성 소수자(LGBTI)·소수민족을 대상으로 모병 활동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말스 장관은 "방위군이 Z세대(1996∼2005년생) 젊은이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려면 호주 사회의 다양성을 더 많이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별·인종·성적 취향·계층 등 인구의 모든 부문을 망라한 군대를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상시 위협에 맞닥뜨린 대만도 전투부대의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대만은 병역의무 기간이 2년이었으나 2008년 1년으로 줄였고, 2017년에 다시 4개월로 단축했다. 5주간 기본 훈련을 마친 뒤 11주간 자대 배치 후 제대한다. 4개월 복무 후 전역자는 모두 예비군에 배속되지만, 훈련과 경험 부족으로 실전에 투입할 전투병력으로 여기진 않는다. 여기에다 4개월 복무 현역병 의무자 중 신체검사 면제 판정 비율이 23.49%에 이른다. 비만, 시력, 평발 등이 면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런 문제점에 따라 대만은 군 의무 복무기간을 내년 1월부터 1년으로 연장한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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