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돼지고기·김치… "다 발암물질인데 뭘 먹죠?"

조승예 기자 2023. 7. 2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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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생활 속의 발암물질 '아스파탐']②'발암' 낙인 딱지 떼기까지 사카린 12년·커피 25년… WHO 분류 기준 논란

[편집자주]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에 '발암 가능'이란 꼬리표가 붙으면서 소비자와 식품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해서다. 통상 IARC가 분류를 바꾸면 WHO 산하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일일섭취허용량을 조정한다. 하지만 이번엔 1981년 정한 아스파탐의 '체중 1kg당 40mg 허용량'을 유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설정된 일일섭취허용량(일일 몸무게 1㎏당 40㎎ 이하)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IARC는 발암물질을 ▲그룹 1 ▲그룹 2A ▲그룹 2B ▲그룹 3 등으로 분류한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젓갈이 진열된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아스파탐 논란' 해프닝으로… '낙인'은 어쩌나
②젓갈·돼지고기·김치… "다 발암물질인데 뭘 먹죠?"
③중국산 김치는 아스파탐 덩어리… "밥값도 오르나요"

최근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면서 먹거리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스파탐을 계기로 발암 물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생활 속 발암물질도 조명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최근 아스파탐에 대한 발암성 평가를 마무리하고 발암가능물질인 2B군으로 분류했다.
다만 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동 산하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일일 섭취 허용량을 이전에 설정한 체중 1㎏당 40㎎으로 유지하고 현재의 섭취 수준에서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일일 섭취 허용량은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물질에 대해 평생 섭취해도 위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1인당 하루 최대 섭취 허용량을 의미한다.
IARC는 발암물질을 ▲그룹 1 ▲그룹 2A ▲그룹 2B ▲그룹 3 등으로 분류한다. 발암물질 등급 분류 내용. /그래픽=김은옥 기자


WHO, 암 발병 상관관계에 따라 4가지 그룹으로 분류


IARC는 발암물질을 ▲그룹 1 ▲그룹 2A ▲그룹 2B ▲그룹 3 등으로 분류한다. 7월 현재 1044개를 1~3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WHO가 군을 나누는 기준은 발암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 해당 물질과 암 발병 간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다.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급' 발암물질 보다는 '1군'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그룹 1'은 1군 발암물질로 불리며 인체발암물질을 의미한다. 충분한 인간 대상 연구 자료와 충분한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1군에는 알코올, 흡연, 니코틴, 자외선, 가공육, 그을음 등 126종의 물질이 포함돼 있다.

'그룹 2A'는 2군 발암물질로 인체발암추정물질을 뜻한다. 제한적 인간 대상 연구자료와 충분한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소고기 등 붉은 육류와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 등 95종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에 아스파탐이 분류된 '그룹 2B'는 2군 발암물질이며 인체발암가능물질로 불린다. 제한적 인간 대상 연구자료와 불충분한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 경우다. 김치 등 아시아 전통방식의 절임 채소, 알로에베라 잎 추출물 등 323종이 포함되어 있다.

'그룹 3'은 3군 발암물질로 불리며 인체발암성미분류물질이다. 불충분한 인간 대상 연구자료와 불충분한 동물실험 결과가 있는 경우 분류되며 현재 커피, 카페인, 차, 콜레스테랑 등 500종이 속해 있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 WHO 2A군 발암물질로 분류된 육류가 진열돼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안전성엔 문제없다?… 논란의 WHO 발암물질 분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에 대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JECFA의 평가 결과와 2019년 조사된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한 결과 현재 아스파탐 사용 기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9년 조사된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JECFA에서 정한 1일 섭취 허용량의 0.12% 수준에 그쳤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제암연구소는 아스파탐과 같은 물질 자체의 암 발생 위험성을 평가하는 기관으로 실제 섭취량을 고려해서 평가하지는 않는다"며 "실험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2B군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아스파탐의 섭취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소비자 우려와 무설탕 음료의 인기 등을 고려해 감미료 전반에 대한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 시 기준과 규격 재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IARC의 발암 물질 분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감미료로 사용 중인 사카린나트륨(사카린)은 동물(쥐)에서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1987년 2B군에 분류됐다가 암 유발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1999년 3군으로 재분류됐다.

커피의 경우 1990년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B군으로 분류됐지만 다양한 인체·동물 실험을 거친 재평가 끝에 2016년 3군으로 변경됐다. 커피의 발암성과 관련된 공개된 문헌 1000여편을 검토한 결과 커피와 방광암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방광암 외에도 커피 관련 20여종의 각종 암 유발 가능성에 관한 증거가 전반적으로 불충분하다며 25년 만에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한 것이다. 2015년에는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을 1군으로 지정하면서 소나 돼지, 말 등 가공되지 않은 붉은 육류도 2A군 발암물질로 지정해 논란을 야기했다. WHO는 당시 붉은고기가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하루 섭취량을 얼마나 제한해야 하는지 제시하지 못했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2B군은 사람에게 발암물질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안전성에 선을 그었다. 2B군은 동물에게조차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적색육도 2A, 가공육은 1군으로 분류했는데 발암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자료가 있다는 거지 익히거나 태우는 정도, 식품으로서 일상적 섭취량 등에 따라 발암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며 "식품으로 섭취된 경우의 발암성은 개인차, 그리고 섭취량과 섭취방식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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