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역대 최다' 역사 쓴 국민타자…감독 돼서도 '기록의 사나이'라니

김민경 기자 2023. 7. 2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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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10연승 구단 타이기록을 세운 이승엽(왼쪽)과 삼성 라이온즈 시절 4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 ⓒ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전설이 되어라."

삼성 라이온즈 간판타자였던 이승엽이 팬들에게 항상 들었던 말이다. 이승엽은 선수 시절 내내 한국프로야구 최초, 최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워 '기록의 사나이'로 불렸다. 2015년 KBO리그 최초 400홈런 고지를 밟고, 2016년에는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하며 팬들의 바람대로 전설이 됐다. KBO 통산 홈런은 467개로 이승엽이 2017년 시즌 뒤 은퇴하고 6년이 흐른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SSG 랜더스 거포 최정이 448홈런으로 바짝 쫓아오고 있으나,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면서 친 홈런 159개를 더한 한일 통산 626홈런 대기록은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선수 시절 늘 기록에 도전했던 홈런타자의 습관이 무서운 걸까. 이승엽은 지도자로 첫걸음을 내디디면서도 기록의 사나이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두산 베어스와 계약할 때부터 기록을 세웠다. 계약 조건 3년 18억원이었는데, 이는 KBO 역대 신인 감독 최고 대우였다.

이 감독은 데뷔 시즌 개막전부터 일을 냈다. 지난 4월 1일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에서 치른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첫 경기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2-10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이 감독은 데뷔전에서 승리한 KBO 역대 28번째, 두산 역대 4번째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며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다.

늘 웃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선발로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이 골타박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5월 말부터 마운드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수비와 작전, 주루 등 선수단의 합이 맞아야 하는 플레이에서도 잦은 실수가 나오면서 힘든 시기도 있었다.

이때 이 감독은 "우리는 이제 맞춰 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손발을 맞춰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5할 승률 언저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어떻게든 관리를 하면서 새 외국인 투수로 브랜든 와델을 영입하고, 세밀한 플레이에서도 차츰 손발이 맞기 시작하면서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 선수 시절 '기록의 사나이'로 불렸던 이승엽 ⓒ 스포티비뉴스DB
▲ 2016년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한 이승엽 ⓒ 스포티비뉴스DB

그리고 두산은 7월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7월 10전 전승으로 10연승이다. 두산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2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5-1 승리로 10연승을 달리며 구단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1861일 만에 이룬 성과로 마지막 10연승은 2018년 6월 6일 고척 넥센전부터 6월 16일 대전 한화전까지였고, 최초 기록은 2000년 6월 16일 수원 현대전부터 6월 27일 잠실 현대전까지였다.

이 감독 개인적으로는 역대 KBO 감독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대행, 외국인 제외)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3차례로 1997년 LG 트윈스 천보성 감독, 1999년 한화 이글스 이희수 감독, 2000년 LG 이광은 감독 등이 있었다.

이 감독은 이제 KBO 42년 역사상 신인 국내 감독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11연승 대기록에 도전한다. 선수 시절 '최초'와 '최다'라는 수식어를 누구보다 자주 달았던 이 감독이기에 기대감도 높아진다.

물론 감독이 세우는 기록은 선수 시절과 의미가 다르긴 하다. 이 감독은 언제나 "이제는 선수가 아니라서 내가 뛰지 않는다. 경기는 선수들이 한다"며 감독 개인의 기록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 10연승을 달성한 두산 베어스 ⓒ 연합뉴스

그래도 선수들은 '기록의 사나이' 이 감독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외야수 정수빈은 올스타 브레이크 때부터 "10연승이 최다인데, 10연승 하고 11연승까지 해서 구단 최다 연승을 이승엽 감독님께 선물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주장 허경민의 마음도 같다. 허경민은 이날 1-1로 맞선 6회초 역전 솔로포를 터트리며 10연승을 확정하는 결승타를 장식했다. 그는 "고참부터 막내까지 팀 베어스 모두가 똘똘 뭉쳐 있기에 10연승 기록을 만들 수 있었다. 앞선 10연승(2018년) 때도 함께였는데, 주장으로 달성한 오늘(21일)이 아주 조금은 더 뿌듯하다"며 "감독님께서 아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계실 것이다. 그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저희가 도와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산은 22일 국내 에이스 곽빈을 앞세워 KIA를 상대로 후반기 첫 위닝시리즈 달성과 11연승에 도전한다. KIA 선발투수는 토마스 파노니다. 이 감독과 두산의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10연승에 기뻐하는 이승엽 감독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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