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논란' 해프닝으로… '낙인'은 어쩌나
[편집자주]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에 '발암 가능'이란 꼬리표가 붙으면서 소비자와 식품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해서다. 통상 IARC가 분류를 바꾸면 WHO 산하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일일섭취허용량을 조정한다. 하지만 이번엔 1981년 정한 아스파탐의 '체중 1kg당 40mg 허용량'을 유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설정된 일일섭취허용량(일일 몸무게 1㎏당 40㎎ 이하)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①'아스파탐 논란' 해프닝으로… '낙인'은 어쩌나
②젓갈·돼지고기·김치… "다 발암물질인데 뭘 먹죠?"
③중국산 김치는 아스파탐 덩어리… "밥값도 오르나요"
역사는 반복된다. 인공감미료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2B군) 물질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국내 식품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제로슈거(zero sugar·무설탕) 열풍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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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같은 당분을 섭취하면 몸에서는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 인슐린이 암세포의 성장을 유발할 수 있다. 당류를 과잉 섭취할 경우 기억력의 중추인 해마를 위축시켜 혈관성 치매 위험이 커진다. 신체에 쌓인 당분은 비만을 유발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뇌 기능도 저하된다.
달콤하지만 몸에는 해로운 설탕을 대체하기 위한 감미료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다. 그렇게 발견되고 개발된 대체 감미료의 인체 유해성 논란도 오랜 기간 이어졌다.
대표적인 게 사카린이다. 설탕의 300배 단맛을 내며 소량만 사용해 열량(칼로리)도 거의 없다. 1977년 해외에서 사카린이 암을 유발한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카린의 위해성을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수컷 쥐의 특성 때문에 방광에 종양이 생성될 우려가 있었던 것이며 사람 방광에서는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2023년 비슷한 논란이 아스파탐을 두고 일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IARC는 아스파탐을 2B군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UN-WH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기존 설정된 1일섭취허용량(체중 1㎏당 40㎎)을 유지하고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에 대해 JECFA가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함에 따라 현행 사용기준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번 JECFA의 평가결과와 2019년에 조사된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 아스파탐의 사용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사된 국민의 아스파탐 평균섭취량은 JECFA에서 정한 1일섭취허용량 대비 0.12%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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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발표에도 소비자의 우려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원료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사용되는 아스파탐을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도 아스파탐이 들어간 일부 제품에 대한 원료 대체를 결정했다.
펩시제로의 경우 아스파탐을 사용한 대표적인 제로슈거 음료다. 제로펩시를 선보이는 롯데칠성음료는 "펩시제로 아스파탐 성분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결정된 사항 없다"며 "펩시제로에 포함된 아스파탐 함량은 WHO에서 정한 일일섭취허용량 대비 매우 미미한 양이 함유되어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막걸리협회 관계자는 "막걸리 자체가 술이라 IARC 기준 가장 위험한 발암 확인 물질 그룹에 속해있는데 아스파탐으로 불안감이 높아진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20여년 동안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썼던 사카린의 대체재로 떠오른 게 아스파탐인데 또 아스파탐의 대체 원료를 찾으라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대체감미료도 부작용 사례가 나올 수 있는데 완벽한 대체재를 제시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차별화를 두는 업체들이 계속 생겨나면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발표에도 소비자들은 아스파탐이 몸에 나쁘다는 인식이 생긴다"며 "영세한 업체에 위기가 오지 않도록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암물질 가운데 가장 위험도가 높은 1군은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술, 담배, 다이옥신, 가공육 등이 포함된다. 아스파탐이 분류된 2B군에는 김치나 피클 등의 절임채소류도 속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스파탐이 현재 사용기준에서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발표를 신뢰하고 먹거리에 대한 과한 불안을 갖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식약처에 대응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서 첨가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이미 아스파탐에 대한 불안감을 굳힌 소비자가 없지 않을 것 같다. 기존에 IARC의 발암물질 분류와 기존 일일허용섭취량 등을 빠르게 알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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