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루머 그리고 또 루머…서이초 사건, 진상규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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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18일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교육계는 물론이고 시민 사회가 큰 슬픔에 빠졌다.
철저한 진상규명만이 고인의 존엄을 지키는 것은 물론,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갑질'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시민 사회의 분노는 당연하다.
진상규명과 별도로 정부는 '무너진 교권'을 어떻게 회복시킬지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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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어떤 고통 안다"던 교사들…이젠 정부가 답할 차례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가족 중에 3선 의원이 있다면서요" "국회의원은 아니고, 구의원이라네요?" "교육청에서 기사 못 나가게 엠바고를 걸었다네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집안이길래"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18일 극단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교육계는 물론이고 시민 사회가 큰 슬픔에 빠졌다. 지난해 갓 부임한 '새내기' 교사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배경은 '갑질'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특히 노조가 고인이 최근 학교 폭력 문제를 처리하던 중 학부모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고 전하면서, 극단 선택의 배경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닌 '루머'를 양산하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사실의 '탈'을 쓴 루머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이 이번 사건에 연루가 돼 있다' '교육청이 보도가 나가지 못하도록 엠바고를 걸고 있다' ' 보도를 막고 있다'는 식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생전 고인의 사진이 돌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학생을 찾았다며 이름의 초성을 언급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묻지마'식 신상 털기는 세상을 떠난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누군가에겐 '억울한 누명'이 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교육청과 경찰의 신속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만이 고인의 존엄을 지키는 것은 물론,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 측은 지난 20일 학부모를 대상으로 고인에 관한 내용을 알리는 취지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곧이어 학교 홈페이지에도 입장문을 게시했는데, 가정통신문에 담긴 내용 일부가 삭제됐다. 학교 측이 사건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처럼 일관되지 않은 대응은 되레 불신을 키울 뿐이다.
시민 사회 역시 정부의 조사 결과를 신중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갑질'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시민 사회의 분노는 당연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음모 제기는 진상 규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사 결과를 보고 분노 해도 늦지 않다.
결과엔 승복하는 성숙한 태도도 기대해 본다. 그간 우리 사회는 거듭된 음모론으로 많은 상처를 입어왔다.
진상규명과 별도로 정부는 '무너진 교권'을 어떻게 회복시킬지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지난 20일 서이초등학교에 모인 수많은 교사들은 하나같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고통을 겪었을지 안다"고 했다. 고인에 대한 추모이자, 정부에 던지는 경고로 느껴졌다. 이젠 정부가 답할 차례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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