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싹 잘라버리자”…美정부가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이 산업’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7. 2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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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둘러싼 ‘美·中 기술전쟁’ 점입가경
생성형 AI 기술은 아직 미국이 주도
중국, 스타트업들 앞세워 본격 맹추격
바이든 행정부, ‘AI 핵심’ 반도체 제재
中상무부, ‘반도체 필수 광물’ 제한 맞불
지난 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 중국 기업 화웨이의 로고가 걸려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점입가경입니다. 그 중심에는 최근 글로벌시장의 최대 화두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신(新) 패러다임’을 불러올 거라는 평가를 받는 인공지능(AI)이 있습니다. 국가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의 핵심이자 지정학·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기술력으로 손꼽히는 AI는 가까운 미래에 교육·헬스케어·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 내부에서는 현재 복잡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인지능력 등을 갖춘 ‘생성형 AI(Generative AI)’ 분야에서 미국이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은 ‘AI 굴기’를 꿈꾸는 중국의 싹을 자르고 계속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AI 기술 개발에 필수인 반도체 분야에서 대(對) 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선보인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 기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챗GPT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전 세계 유능한 기술자들이 모인 실리콘밸리에서 생성형 AI 기술 개발 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 역시 참전했습니다. 사모투자 컨설팅 전문업체 ‘프리퀸’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6월 중순까지 AI 기술 개발에 266억달러(약 34조7500억 원)를 쏟아붓는 등 최대 투자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투자는 40억달러(약 5조2200억 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지난 2013~2022년 4600여 개의 신생 AI기업을 지원하며 ‘투자 선두주자’로 나섰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지원 규모의 3.5배에 달합니다.

그러나 중국도 두 손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생성형 AI 대신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한 실용적 앱 개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판 챗GPT’로 불리는 바이두와 AI콘텐츠 스타트업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챗 GPT를 상대할 맞수를 공개하거나 곧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두는 지난달 자사 서비스가 일부 분야에서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를 앞섰다고 주장했습니다. 학문 연구 분야에서는 중국이 개발한 AI 기술이 논문 인용시 적극 활용되며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논문 인용 분야에서 ‘중국 개발 AI’가 사용된 비중은 지난 2021년 30%로 미국산 사용 비율의 2배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 미국 기업 테슬라가 선보인 로봇이 전시돼 있다 [사진 출처 = 신화통신]
중국의 AI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미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사회 감시를 위한 CCTV 시스템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중국은 공안의 범죄 추적 등 사회 감시를 한층 원활하게 한다는 목적 아래 CCTV 추적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이를 통해 신장 지역의 위구르 소수민족 감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은 이 같은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중국 AI 스타트업 ‘센스타임’ 등 일부 기업들에 제재를 가했습니다. AI 기술 적용 영역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면 중국 내 인권침해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중국이 AI 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미국이 보기에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와 AI를 활용해 군사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자 지난해 10월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내걸었습니다. 미 국방부는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군사안보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AI 기술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지능화된 전쟁’에 대한 중국 계획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중국 기업들이 AI 기술 개발에 미국산 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와 AMD(Advanced Micro Devices Inc.) 등이 생산하는 반도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기 위한 AI 개발에 필수적이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이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제한을 걸고 있습니다.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AI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이 같은 제한이 발목을 잡아 추후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 리서치 소속 저우옌치 연구원은 지난달 개최된 ‘AI 산업 콘퍼런스’에서 “미국산 반도체 사용 금지는 중국 스타트업들 입장에서 매우 불리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이치럼 미국이 자국산 반도체 사용 허들을 높이자 중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희귀광물 수출을 통제하는 등 맞불을 놨습니다. 중국은 다음 달 1일부터 갈륨 관련 8개 품목과 게르마늄 관련 6개 품목을 수출 통제 대상에 올린다는 방침을 이달 초 밝혔습니다. 앞으로 이들 제품을 수출하려면 구체적인 해외 구매자 정보를 보고한 뒤 중국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에 미국이 “중국 조치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추가 대응 방안을 예고하면서 미·중 반도체 전쟁이 한층 더 격화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 6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지만 양국이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미 재무부의 중국 담당 고위조정관을 지낸 데이비드 로빙거는 “지금 단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정책 담당자들이 상대 국가의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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