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집권' 훈센, 장남에 권력 세습 임박…캄보디아, 내일 총선 실시

정윤영 기자 강민경 기자 2023. 7.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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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훈센 '정적' 출마 금지…집권당 사실상 승리
1일(현지시간)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캄보디아인민당(CPP)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3.07.0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강민경 기자 = 38년째 캄보디아에서 철권 통치를 이어오고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23일 실시되는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는 훈센 총리가 장남인 훈마넷에게 마침내 권력을 이양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블룸버그·AFP통신은 훈센 총리와 장남인 훈마넷은 선거를 하루 앞둔 21일 유세에서 '승리의 날'을 미리 자축했다면서 선거에서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압승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훈마넷은 이날 유세 행사에서 "오늘은 우리에게 승리의 날이다. 오직 캄보디아인민당만이 캄보디아를 이끌 수가 있다"면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앙코르 시대(9~15세기) 전성기 수준으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선거에서 훈센의 승리가 유력시되는 이유는 그에 대항할 인물이 모두 제거됐기 때문이다. 최근 캄보디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삼 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에게 '선거 개입' 혐의를 적용해 공직 출마를 25년 금지하고 벌금 5000달러(약 632만원)를 부과한 바 있다.

훈센 총리는 이미 훈마넷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천명을 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 집권 여당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의석 125석을 싹쓸이한 이후 훈마넷을 차기 총리 후보로 눈도장 찍었다.

그러나 승계 시점에 대해서 이르면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부터, 승계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각각이다.

◇ 선거 공정성, 국내외에서 모두 비판

캄보디아 선거의 공정성은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캄보디아는 독립 언론이 사실상 남아있지 않고 많은 국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를 두려워할 만큼 폐쇄적인 정치 문화를 갖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캄보디아 국민들이 훈씨 가문의 부자 세습과 관련해 무슨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민주주의 지수에서도 캄보디아의 선거 절차와 다원주의 부문 점수는 0점이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 중 하나인 북한과 같은 점수다.

캄보디아 최대 야당인 촛불당(CLP)의 부대표인 룽춘은 "촛불당이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없다"면서 촛불당의 부재 속 유권자들은 훈센 총리의 여당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집권당이 야당인 촛불당의 출마를 막는 조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입장을 밝혔고 망명 중인 야당은 유권자들에게 항의의 표시로 투표를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익명의 야당 지지자도 AFP에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 역시 매우 불공정한 선거"라고 말했다.

◇ "훈마넷, 총리 올라도 실질적 변화 없을 듯"

이날 집회에서 훈센의 지지자들은 권력을 세습할 훈 마넷의 리더십에 대해 기대감을 표출했다.

친 치블랍(34세)은 "훈마넷은 국민들을 잘 보살필 것이다. 그는 번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훈마넷이 총리 후보로 가장 적합한 이유는 그 보다 더 나은 인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훈마넷이 정권을 잡더라도,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과 유권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정치 전문가인 세바스챤 스트랭지오는 "훈마넷이 총리에 오를 경우 그는 서방 정부와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기회를 노릴 것"이라면서도 "캄보디아 정치계에서 집권 캄보디아인민당의 입지 때문에 이 문제는 복잡하다"고 했다.

특히 훈센 총리는 장남의 행보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나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면서 복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아들이 자신과 다른 행보를 걷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무슨 방식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그런 분열은 평화를 어지럽히고 기성 세대의 업적을 망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실상 자신처럼 철권 통치를 이어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훈마넷은 캄보디아 최초로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캄보디아에 귀국한 훈마넷은 총리경호부대장과 대테러사령관, 육군사령관, 육군 참모차장 등을 지내는 등 군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미국에서 오래 체류한 탓에 친미파 혹은 온건파, 합리주의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훈마넷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개발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으면 보상을 통한 조작이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장남인 훈마넷이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기 전에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2022.2.16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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