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IPO 큰 장 열린다”...대어급 공모주 줄줄이 출격
상반기 주식시장에 입성한 중·소형 업체들이 공모 과정에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공모주 투자 광풍이 불어닥쳤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나 몸집이 작은 기업 중심으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00% 넘게 오르는 사례도 빈번하다. 그런데 하반기에는 조 단위로 몸값을 평가받는 대어(大魚)급 IPO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과열 양상을 보이던 공모주 투자 열풍이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는 두산로보틱스와 SGI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 곳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통상 심사 기간이 2∼3개월 걸리는데,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이르면 연내 상장이 가능한 일정이다.
코스닥시장에는 이달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공모주 파두가 상장 채비를 하고 있다. 파두는 오는 24~25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후 27~28일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파두는 이번 공모에서 625만주를 전액 신주로 발행하기로 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6000~3만1000원으로 제시했는데, 공모가가 희망 범위 최상단으로 정해지면 약 1조5000억원을 조달하게 된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 이유는 파두가 국내 팹리스 업체 중 처음,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이어서다. 메모리 저장장치인 SSD를 제어하는 SSD 컨트롤러의 설계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파두는 메타(옛 페이스북) 등 미국 빅테크 기업 데이터센터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황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점도 파두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기업의 몸집은 더 크다. 지난달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 가치는 최소 1조원 수준이다. 두산그룹에서 7년 만에 상장하는 곳으로, 두산이 지분 90.9%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예정 주식 수는 6481만9980주, 공모 예정 주식 수는 1620만주로 알려졌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IPO의 흥행을 위해 구주 매출을 제외했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공동 주관사로는 KB증권, 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에코프로그룹 내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곳이다. 연내 상장이 점쳐졌지만,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구속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는 에코프로(52.7%)이고, 에코프로의 최대주주는 이동채 회장(18.84%)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이다.
최근 에코프로그룹의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가치가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양극재 원료인 하이니켈 전구체를 제조하고 있으며, 이를 이차전지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최대 보증보험사인 서울보증보험도 코스피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에 상장에 나서는 공기업으로, 각종 이행보증을 포함해 신원보증, 휴대전화 할부보증, 중금리 대출보증, 전세자금 대출보증 등을 주요 상품으로 제공한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달 19일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고, 심사 결과 기다리고 있다. 심사 과정이 순항하면 연내 상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서울보증보험 기업 가치를 2조~3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최대주주는 지분 93.85%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인데, 최대주주가 보유한 구주 중 10%가량을 매출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이다.
하반기 대어급 공모주로 꼽히던 LG CNS는 상장 시기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시장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원하는 몸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CNS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든 63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 당기순이익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다소 줄었다.
경쟁 업체인 삼성에스디에스 주가가 부진한 상황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삼성에스디에스 시가총액은 10조원 수준이다. LG CNS 기업가치를 순이익 기준으로 삼성SDS의 5분의 1로 본다면,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20년 맥쿼리가 지분 35%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제시한 기업가치 2조8000억원보다 낮다. IPO에 앞서 주요 주주들을 설득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LG CNS는 국내 물류 자동화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물류센터 내 스마트물류 플랫폼을 제공해 상품을 분류하고 나르는 로봇, 제어시스템 등을 공급하고 있다. 상장 주관은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이 맡았다.
박세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총 60개사가 심사를 대기하고 있으며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서울보증보험, 노브랜드 등 유가증권 시장의 대어로 기대되는 종목들이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어들이 성공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경우, 유의미한 공모 금액 증가 등 IPO 시장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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