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늘어나는데…일몰 다가온 '기촉법' 어떻게 되나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부실기업이 선제적이고 신속한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연장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몰 기한까지 세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연장 여부를 놓고 국회 논의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어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와 경기침체로 한계기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칫 기촉법이 연장되지 않으면 워크아웃 제도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기촉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지만 아직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단계에 머물러 있다.
두 의원의 개정안은 각론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기촉법 유효기간을 김 의원 안은 법 시행일로부터 10년, 윤 의원 안은 2027년 12월31일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기촉법은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인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채권금융기관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유예·탕감과 추가 자금투입 등의 지원을 해주는 대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기업을 회생시키는 제도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지난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기촉법은 현재까지 다섯 차례 연장됐으며 오는 10월15일 일몰 기한이 또다시 도래한다.
금융위원회는 기촉법의 기한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기업 정상화에 있어 많은 성과를 냈고 한계기업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촉법 연장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금융위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환경 악화로 향후 이자도 갚기 어려운 한계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7.5%로 2016년말(9.3%) 대비 8.2%포인트 증가했다.
한계기업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으로 1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버는 돈으로 이자도 갚기 힘든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이 국내 상장사 6곳 중 1곳 이상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2017년 3111개이던 한계기업 수가 2021년 3572개로 14.8% 증가했으며 대출금리 상승, 환율 상승 등으로 경영여건이 나빠질 경우 한계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현재 한시법인 기촉법을 연장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시화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정무위 소위에서 "법인회생과 차별화되는 워크아웃의 성과를 내고 있고 한계기업도 크게 증가하는 현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워크아웃 제도의 유지가 필요하다"며 "구조조정 수요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일몰 전에 연장을 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의 또다른 수단인 법인회생을 주도하는 법원행정처는 기촉법 연장에 부정적이다. 기촉법으로 인해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단의 재산권 행사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행정부가 개입할 소지가 있는 기촉법을 통한 워크아웃 대신 사법부의 영역에서 법원에 의한 회생절차로 구조조정이 일원화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법원행정처 특별지원심의관은 정무위 소위에서 "경증의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는 퇴원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더 높은데 중증 환자가 왔을 때는 회복 기간도 길어질 수 있고 회복률도 낮아질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 상태에서, 재기 가능성이 조금 더 있는 상태에서 신속하게 법원에 온다면 조금 더 빨리 회복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촉법의 연장 여부를 놓고 정무위 내 의견도 갈리고 있다. 여당은 법원회생 절차의 신속성에는 의문을 표하는 반면 워크아웃 제도의 성과에 주목하며 기촉법 연장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야당의 경우 기촉법의 위헌 소지를 지적하는 등 연장에 신중한 입장이 많다. 일몰법이라고 해서 실효 전에 반드시 연장할 필요는 없으며 공청회를 통해 제도 운영 여부를 논의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워크아웃과 법인회생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인 만큼 기촉법 연장을 통해 워크아웃 제도를 계속 유지시켜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회생 절차와 비교할 때 낙인 효과가 없기 때문에 기업이 상거래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계약 해지 사유가 되거나 신용장 거래가 중단이 되는데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 회생 절차와 비교했을 때에도 별도의 존속 가치가 있다는게 금융위의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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