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과 프로 첫 호흡' 김수지, "흥국생명 우승에 이름 남기길"[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3. 7.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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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지난 시즌 '배구 여제' 김연경(35)이 복귀한 흥국생명은 단장의 감독 권한 개입, 숱한 사령탑 교체 등 역경을 이겨내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전에서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남, 여자부 통틀어 최초로 리버스 스윕(2승 뒤 3연패)을 당하며 통합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절치부심하며 2023~2024시즌 준비에 들어간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에서 뛰던 베테랑 미들블로커이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김수지(36)를 영입했다. 김수지가 '절친' 김연경이 있는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6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스포츠한국은 흥국생명의 높이를 책임지며 우승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되고자 하는 김수지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흥국생명 연수원 체육관에서 만났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FA로 흥국생명에 돌아온 김수지.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김연경의 든든한 친구이자 후배들의 롤모델

흥국생명은 지난 4월19일, FA 김수지를 보수액 3억1000만원(연봉 2억7000만원·옵션 4000만원)에 3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김수지는 2017년 흥국생명에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한 지 6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팀 훈련을 하던 중 무릎 연골이 일부 찢어져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빠르게 회복하고 근력을 끌어올리며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수지의 흥국생명 복귀는 '절친' 김연경과의 재회로도 관심을 모았다. 국가대표팀을 제외한다면 두 선수가 한 팀에서 뛰는 것은 수원한일전산여고(現 한봄고) 시절 이후 18년 만이며 프로무대에서는 최초다.

김수지는 "흥국생명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다. (김)연경이가 있다는 것도 이적 이유 중 하나다. 아직 팀에서 함께 훈련하지도 않았고, 밖에서도 종종 만나는 친구이기에 한 팀에서 뛴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거쳤던 팀마다 친한 동료 선후배들이 큰 힘이 됐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반드시 오는 굴곡들을 서로 의지하며 극복할 수 있다. 흥국생명에서는 연경이가 그런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출신의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의 영입은 이주아(22), 김채연(23) 등 흥국생명의 같은 포지션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지는 전 소속팀에서도 후배들과 잘 어울리기로 유명했다. 특히 이주아의 롤모델은 김수지다. 김채연 역시 김수지의 고등학교 후배이기에 흥국생명 입장에서 김수지의 영입은 팀 전체로도 좋은 일이다.

김수지는 "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다(웃음). 내가 먼저 친해지려고 하면 동생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동생들이 다가와주면 마다하지 않고 편하게 지낸다"고 밝혔다.

2016~2017시즌 흥국생명에서 뛰던 당시 김수지. ⓒKOVO

▶'프로 19년차' 김수지가 말하는 경험의 중요성과 VNL

다가오는 시즌 프로 19년차를 맞이하는 김수지의 능력은 흥국생명에게 값지다. 김수지는 지난 시즌 블로킹, 서브, 이동공격 5위, 속공 9위, 시간차공격 11위, 득점 20위 등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김수지는 또한 유효 블로킹(상대 공격을 막은 블로킹이 아군 랠리로 연결되는 것) 생산에 능하고,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미들블로커임에도 꽤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준다.

이는 모두 노력과 경험의 산물이다. 김수지는 "개인적으로도 발이 빠른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구라는 것이 알면서도 속는 운동 아닌가. 상대 플레이를 예측하는 눈치를 발휘하거나 빠른 타이밍에 움직이는 등 경험으로써 발이 느린 것을 보완한다. 유효 블로킹 역시 노력의 결과이긴 하지만 흥국생명에는 득점이 더 필요하다. 많은 유효 블로킹 중 일정 부분은 득점으로 이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수지를 포함해 김연경, 양효진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지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면서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위기를 맞이했다. 도쿄 올림픽 이후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 거둔 통산 성적은 1승28패. 여기에 지난 6월 치른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서 남녀 VNL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VNL 12전 전패'라는 치욕을 안았다. 대표팀 경기를 지켜본 '선배' 김수지는 후배들을 다독이며 다시 한 번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힘든 일정을 몇 주 동안 버티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다. 프로팀에서 약 6개월 정도 정규리그를 치르면서 36경기를 한다. 하지만 VNL에서는 12경기를 한 달 안에 몰아서 하니 체력 소모가 굉장하고 국가별 이동 거리도 길기 때문에 피로에서 오는 부상이 더 잦다. 초반부터 대회를 지켜봤는데 대표팀이 3주차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경험이다. 계속 발전하려고 한다면 올림픽 예선, 아시안게임 등 앞으로의 중요한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팀이 된 김연경(왼쪽 첫 번째)과 김수지(왼쪽 세 번째). ⓒKOVO

▶친구와 함께 채우고픈 '우승 퍼즐의 마지막 조각'

김수지는 재활을 이어가고 있어 오는 29일 시작하는 KOVO컵 출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팀이 지난 시즌 이루지 못한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대한 열망만큼은 가득했다.

김수지는 "팀과 함께 우승하고 싶다. '이 시즌에 흥국생명이 우승했을 때 어떤 선수들이 있었나'라고 할 때 내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시즌에 우승을 놓쳤으니 팬 분들, 감독님, 선수들, 구단 분들 모두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다. 우승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역할을 잘 하다 보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라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어 "미들블로커로서의 개인 성적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많은 분들이 높이(188cm)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를 충족시키고 싶다. 흥국생명은 또한 김연경(192cm), 옐레나(196cm) 등 양쪽 사이드 역시 높은 팀이기에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지는 데뷔 19년차지만 프로무대에서 '절친' 김연경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김수지에게 김연경이란'이라는 질문에 "사실 친구끼리 '너는 어떤 친구야'라는 말은 잘 안하지 않나(웃음). 답을 하자면 김연경은 '좋은 친구'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고, 내가 배구에 있어선 잘 따라가야 하는 선수다. 연경이의 리더십은 일부러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대단하다고 느낀다. 각자의 장점을 잘 섞어 좋은 결과를 내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FA로 흥국생명에 돌아온 김수지.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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