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상추가 고기보다 비싸"…과일·채소 급등에 상인도 소비자도 한숨
kg당 2만원이던 시금치는 6만원
하우스 침수 피해 많아 가격 상승…추석까지?
일부 과일은 당도 떨어져 가격도 하락
"상추 값이 고기 값보다 비싸요."
서울 양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45)는 걱정이 많다. 최근 폭우로 일부 채소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A씨는 "1kg당 1만 8천원이었던 상추 값이 지금 5만원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손님한테 조금만 먹으라고 할 수도 없지 않냐"며 "가격이 더 오르면 상추를 밑반찬에서 빼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B씨(27) 사정도 마찬가지다. "시금치가 2kg당 2만원이었는데 지난주부터 6만원이 됐다"며 "가격이 너무 올라서 팔지도 못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최근 폭우로 농산물 출하량이 급감하며 농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수축산물 주간거래동향에 따르면 17일 상추 100g 가격은 1821원으로 전월 동기 대비 66.9% 상승했다. 시금치 1kg 가격도 1469원으로, 전월 동기 대비 75.5%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 유원상 유통소비정책관은 "상추의 주 재배지인 논산에 비닐하우스 침수 피해가 많아 상추 소매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유 정책관은 "상추 재배지는 침수됐기 때문에 앞으로 1~2달 가량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채소 사기가 겁이 나요."
영등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C씨(51)는 "폭우 이후 채소 가격이 거의 두 배는 오른 것 같다"며 "꼭 음식에 들어갈 필요 재료만 소량으로 사게 된다"고 말했다. 영등포 대형마트를 찾은 D씨(58)도 "채소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니 계획했던 양보다 적게 구매할 생각"이라고 했다.
양천구 신정제일시장에서 40년 동안 채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E씨(83)는 "상추 한 근에 2~3천원 하던 것이 6~7천원 한다. 엄청 많이 올랐다"며 폭우에 따른 채소 가격 인상이 추석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옆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F씨(74)도 E씨의 말에 맞장구치며 "이렇게 비싼 적이 없었다"고 혀를 찼다.
농식품부는 채소 가격 상승 원인을 집중호우로 인한 일조량 부족으로 분석했다. 유원상 정책관은 "시설채소는 일조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7월은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려 일조량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장마가 길어져 시설 채소의 생산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폭우로 과일 가격도 상승… 당도 떨어져 가격 하락도
신정제일시장에서 농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G씨(63)는 수해 이전엔 "2만원이던 수박이 오늘은 3만원까지 올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H씨(63)는 "품질이 낮은 이른바 '물수박' 같은 경우 가격이 싸지만 품질이 좋은 하우스 수박은 약 30%에서 40% 올랐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비에 따른 과일 당도 저하로 과일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주부 K씨(55)는 "복숭아나 수박 같은 제철 과일을 자주 사 먹었는데 지금은 폭우 때문에 너무 맛이 없다"며 "당도가 너무 떨어져 사기가 망설여진다"고 전했다. 이어 "품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올라 현재는 과일 구매 자체를 꺼린다"고 덧붙였다.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상인 L씨(32)는 "어쩔 수 없이 수해 때는 과일, 특히 수박의 경우 물을 많이 먹어 당도가 떨어진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관계자는 "폭우로 인해 과일에 수분이 들어가 질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폭우로 과일에 수분이 지나치게 들어가 과일들이 부패되는 현상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지에서 출하돼 시장으로 나오더라도 유통 과정에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사과를 판매하는 M씨(63)는 이번 주말과 다음주에도 비가 내일 것으로 예보되면서 농작물 가격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농민들이 폭우 대비 차원에서 아무리 수확 시기를 앞당겨도, 결국 전체 수확량은 한계가 있다"며 "꾸준한 소비자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갈 수 없어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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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효림 박영규 조건희 조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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