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vs 홍준표...절친에서 악연으로?

이종원 2023. 7. 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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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은 '폭우 골프'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개 사과에도, 홍 시장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 절차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싸늘한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는데, 당내에선 김기현 대표와 홍 시장의 관계에도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종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국적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지난 15일 이른바 '폭우 골프'를 지적하는 질문에 되레 역정을 냈던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 대구시장 (지난 17일) :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 떼처럼 덤빈다고 그런다고 해서 내가 무슨 거기에 기죽고 잘못했다 그럴 사람입니까?]

징계 절차 개시 여부를 논의하는 당 윤리위 회의를 하루 앞두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홍준표 / 대구시장 (지난 19일) :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당내 징계 절차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르면 오는 26일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골프 자체도 문제고 논란을 키운 해명도 징계 사유라는 게 당 윤리위 판단입니다.

윤리위가 독립기구라곤 하지만, 당내에선 지도부와 홍 시장의 '껄끄러운' 관계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 적잖습니다.

[김기현 / 국민의힘 대표 (지난 18일) :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피해 소식에 국민 모두 무거운 마음입니다. 각 당협위원장 그리고 지자체장, 정부 관계자 또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실제로 김기현 대표와 홍준표 시장은 김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직후부터 갈등을 빚었습니다.

발단은 전광훈 목사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잇따른 설화였습니다.

곤두박질치는 당 지지율의 원인을 두고, 홍 시장이 '비대위'까지 거론하며 지도부를 직격 했고, 김 대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거친 설전이 오갔습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보수정당에서 대선 후보와 당 대표까지 지낸 홍 시장은 결국, 친정의 상임고문직에서 해촉됐습니다.

[김기현 / 국민의힘 대표 (지난 4월) :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 일에 더 전념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당은 전광훈 목사와 강한 선을 그어야 될 만큼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틀어질 대로 틀어진 김기현 대표와 홍준표 시장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1년 재선 의원이던 김 대표를 당의 얼굴, 대변인으로 발탁해 주목받게 한 건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홍 시장이었습니다.

그 뒤 김 대표는 울산시장으로, 홍 시장은 경남지사로 일하며 신공항 건설 등 주요 이슈마다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홍준표 / 당시 경남시장 (2016년 6월) : 원칙대로 공정하게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김기현 / 당시 울산시장 (2016년 6월) : 울산도 경남도 PUK에 속합니다.]

이렇게 남다른 호흡을 과시했던 두 사람이 멀어진 건 지난 대선 이후부터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김기현 대표가 여권 핵심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선 후보 경선 때 맞붙었던 홍준표 시장과는 자연스레 대척점에 서게 됐다는 겁니다.

양측의 샅바 싸움을 차기 대선 등 여권 내 향후 주도권 다툼의 예고전으로 보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홍 시장은 윤리위의 징계 개시 결정 이후, '큰 뜻을 위해 치욕을 견뎌낸다'는 뜻의 '과하지욕'이란 사자성어 4글자를 SNS에 올렸다가 하루도 안 돼 삭제했습니다.

"지금 당장 칼자루를 쥔 여권 주류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일단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이르면 다음 주 당 윤리위가 내놓을 징계 수위에 따라 홍 시장의 대응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YTN 이종원입니다.

촬영기자 : 이성모, 한상원, 윤소정

영상편집 : 이은경

그래픽 : 이원희

YTN 이종원 (jong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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