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영부인 논란에도 제2부속실 설치는 '딜레마'

CBS노컷뉴스 김명지 기자 2023. 7. 2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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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쇼핑' 의혹 불거지자 與 일각, 다시 제2부속실 부활론
용산 향한 질문에 해명은 당의 몫.. 부담감 반영
"굳이 과오를 부각하나" 우려에 찬성도 반대도 어려워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리투아니아 언론 주모네스(Zmones) 캡처

'용문여답(龍問與答)'. 용산을 향한 질문에 여의도의 여당이 답한다는 의미로 현재 국민의힘의 처지를 담은 신조어다. "사고는 대통령실이 치는데, 정작 해명이나 진화는 당의 몫"이라는 자조가 섞여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와 관련한 논란이 일 때마다 재현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때문에 당 일각에선 영부인의 일정을 관리하는 제2부속실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제2부속실이 오히려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권에서 '제2부속실 설치' 논란이 진퇴양난의 딜레마인 이유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리투아니아 현지 매체가 보도한 김 여사의 명품 매장 방문은 한동안 잠잠했던 제2부속실 필요 논란을 재점화했다. 김 여사가 순방 기간 현지 명품 매장에 방문했다는 뉴스가 수해가 한창이던 국내에까지 전해지면서 반발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의 해명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까지 포함한 대응이었다.

김병민 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매장 방문이 호객 행위 때문이었다는 대통령실 설명에 대해 "공식 발표가 아니라 한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핵심 관계자의 발언으로 보인다"며 "결국 물건을 사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라고 해명했다.

유상범 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여사는 리투아니아 언론 보도에서 '젊고 패션 감각 있는 셀럽'이라고 인식됐다. 그 자체도 하나의 외교적인 행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간의 비판이 나오는 대목을 오히려 외교적 성과로 해석했다.

정작 대통령실은 지난 17일 "팩트를 갖고 얘기해도 그 자체가 정쟁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짐짓 '쿨'하게 대응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짧은 반면, 여당은 점입가경으로 엄호하니 오히려 더 크게 후유증을 앓는 듯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통화 보도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 사법 문제와 얽힌 부담으로 일찌감치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 여사지만, 정작 최근엔 당시 약속과는 거리가 먼 적극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이에 관해 논란이 일고, 당이 이를 해명하는 수순은 '데자뷔'를 일으킨다. 번번이 대통령실 제2부속실 재설치 논란까지 덤으로 따라 붙는다. '조직 슬림화'로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영부인의 활동을 보좌해왔던 제2부속실이 사라지면서 새삼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지난해 6월 김 여사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하며 공개 일정을 시작했을 때, 김 여사가 과거 대표로 있었던 코바나컨텐츠의 임원인 '10년지기'가 동행했던 일도 비슷했다.

지금은 '반윤(反尹)'이 된 이준석 전 대표도 당시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에 대한 예를 갖추는 데 사적으로 지인이 동행하면 안 된다는 법은 누가 만들었나. 어떻게든 영부인의 국민 통합 행보에 흠집을 내겠다는 생각인가"라고 반대 측의 비판을 방어했었다.

그해 7월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당시 대통령실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김 여사의 수행을 위해 스페인행에 동행했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필요하면 일부 민간인도 데려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해외 방문 때 수시로 BTS를 동원해 퍼포먼스도 벌이고 그랬다"고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 제공


같은 해 11월 캄보디아 ASEAN 정상회의 일정 중 김 여사와 심장질환 어린이의 사진 촬영이 논란이 됐을 때도 그랬다. 야당이 제기한 '빈곤 포르노' '조명 사용' 논란에 양금희 당시 당 수석대변인은 "망언 참사이자 정치테러"라며 "상대국과 아픈 어린이에게 외교적 결례이자 상처"라고 공세를 받아쳤다.

단독 일정이 늘어나고, 화제나 논란, 공세의 대상이 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데, 그때마다 당이 사후 대응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여당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제2부속실을 만들어달라"고 대놓고 말하긴 어려워도 끈질기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지난 5월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부속실에 김 여사를 보좌하는 4~5명 규모 인력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견해다.

당내 한 다선 의원은 "제2부속실을 만들어 공식적으로 기능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며 "보좌 인력이 있다고 하는데도 자꾸 이런 결과가 나오면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2부속실 설치가 오히려 화근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별도 권력'이 생겨나는 계기가 될 위험이 있다"(당내 한 관계자)거나, "제2부속실이 공식 직제화하면 야당은 운영위를 통해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인데, 이에 장단을 맞추는 건 맞지 않는다"(당내 또 다른 관계자)라는 이유에서다.

딱한 입장이지만, 용산의 답변을 대신해야 하는 여당의 곤혹스런 역할이 쉽사리 정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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