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인형' 박결 "너무 떨려 공황장애 약까지 먹었어요"
"정신과 약도, 욕도 효과 없어 그냥 떨면서 치고 있어"
2021년 첫 시드전 후 퍼트 그립도 바꾸고 마음도 다잡아
올 시즌 상반기 "내 스스로에게 100점 만점 주고 싶어"
“공황장애도 있고, 폐쇄공포증도 심해서 갤러리들이 나만 쳐다보고 있으면 너무 떨려요. 그래서 정신과에서 약을 받아서 시합 전에 먹고, 9홀 돌고 나서 또 먹어보기도 했어요.”
박결(27)이 매니저를 쳐다보며 “이런 말 해도 되나”라며 머뭇거리다 털어놓은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심장이 약해 (경기를 할 때) 긴장을 많이 한다”는 박결에게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해봤는지 물어보자 이같이 털어놨다.
박결은 ‘필드의 바비인형’, ‘필드의 모델’ 등으로 불리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인기 선수다. 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항상 밝은 얼굴로 소통해온 박결이 사실은 공황을 겪었고, 정신과 약까지 먹어가면서 버텨왔다고 고백한 것이다.
힘들었던 기억 탓인지 잠시 눈시울을 붉히던 박결은 “약도 먹어봤고, 너무 떨리면 욕도 해보라고 해서 혼자서 땅을 보고 욕도 해봤는데 다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이젠 그냥 떨면서 치고 있다. 들어가면 들어가는 거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박결은 대표적인 ‘골프 엘리트’ 출신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골프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같은 해 KLPGA 투어 시드 순위전에서는 수석을 차지하며 2015년 ‘슈퍼 루키’로 화려하게 투어에 데뷔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벌였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6차례 준우승 끝에 2018년 SK네트워크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투어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후 다시 우승은 쉽지 않았지만 2020년까지 매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꾸준함을 보여줬다.
시련은 2021년에 찾아왔다. 개막전 컷 탈락을 시작으로 박결은 무려 13차례나 컷 기준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상금 랭킹도 69위까지 밀려 결국 데뷔 후 처음으로 '지옥의 시드전'으로 내몰렸다.
박결은 “2부 투어로 떨어지면 골프를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도 했다. 부모님도 '이제 그만해도 된다'며 내 뜻을 존중해 주셨다. 그게 자극이 됐다. 만약 부모님이 말렸다면 진짜로 그만뒀을 것이다”라고 돌아봤다.
시드전 경험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골프를 시작한 후로 정그립만 고집했지만 지난해부터 왼손을 내려 잡는 역그립으로 바꿔 퍼트를 하고 있다. 부담감도 내려놓고 골프를 즐기기로 했다. 박결은 “이제는 최대한 즐기는 골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조금씩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에버콜라겐ㆍ더시에나 퀸즈 크라운에서는 막판 몰아치기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 동안 2억7,654만 원(상금 랭킹 17위)을 벌어 지난해 시드 획득 기준인 60위(1억4,335만 원)의 상금을 훌쩍 넘어섰다.
박결은 “겨울 동안 아이언샷 연습을 많이 했는데 롱 아이언과 미들 아이언의 정확도가 올라가면서 스코어에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승은 없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상반기였다. 그는 “상반기 나에게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면서 “매 시즌 시작할 때마다 시드 걱정을 제일 먼저 하는데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고, 시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고 기뻐했다.
하반기 박결의 목표는 8월 10일부터 열리는 메인 스폰서 두산건설 주최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초대 여왕에 오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언샷의 정교함을 다듬을 생각이다. 박결은 “체력이 조금 떨어지면서 시즌 초반에 비해 아이언 샷 정확도가 조금 떨어졌다”면서 “더 다듬어서 꼭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PSG 잔류 선언' 네이마르, 이강인과 환상 짝궁 예약...그럼 음바페도?
- '이적생 중 단연 돋보였는데...' 이강인, PSG 데뷔전서 전반 교체 아웃...햄스트링 부상 의심돼
- 한지은, ‘대어’ 잡았다…김가영, 3년 8개월 만의 첫 판 탈락
- 프랑스에 이강인, 독일에 김민재…OTT 중계 전쟁도 뜨겁다
- 이승엽 감독, 데뷔 시즌 10연승…국내 초보 사령탑 최다 연승 타이
- 안세영, 코리아오픈 4강 진출...여자 단식 '빅4' 전원 생존
- '첫 출전' 변재준-김지혜, 세계수영선수권 혼성 듀엣 프리 결선 쾌거
- 프로농구 '10구단' 승인 완료...소노 "가입비? 우리는 일시불로"
- LG 29년 만의 우승이냐, SSG 2연패냐…후반기 첫판부터 정면충돌
- '탁구 스타' 신유빈-현정화, 부산 사직구장에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