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목에 혹이 만져진다면? ‘OOO암’ 의심
매년 7월27일은 ‘세계 두경부암의 날(World Head and Neck Cancer Day)’이다. 두경부외과 창설 100주년을 맞아 2014년 두경부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조기 예방의 중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제정됐다. 두경부는 어디를 말하며, 두경부암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숨 쉬고 말하고 먹는 기능 모인 ‘두경부’…암 생기면 삶의 질 악영향
두경부(頭頸部)는 머리(頭)와 목(頸)을 중심으로 눈과 뇌를 제외한 가슴(폐) 위쪽을 뜻한다. 두경부에는 입‧코‧목‧혀 등 먹고 말하고 숨 쉬는데 중요한 기관이 촘촘히 모여 있다. 뇌로 가는 중요한 혈관과 신경도 많다.
두경부암은 이곳에 생기는 암을 총칭하며, 구체적으로 코‧부비동‧구강‧안면‧후두‧인두‧침샘 등에 발생한 모든 종류의 악성종양을 뜻한다. 넓은 의미에서 갑상선암도 두경부암에 속한다.
문제는 국내 두경부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두경부암의 연간 발생건수는 2010년 4143건에서 2019년 5613건으로 9년 동안 35% 증가했다.
남인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는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통로이자 목소리를 내고 말을 하는 기관으로, 이곳에 암이 생기면 호흡, 음식섭취, 발성 등에 문제가 생겨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두경부암은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은 것은 물론 두경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모에도 큰 변화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며 “조금이라도 이상증상이 느껴진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두경부 이상증상, 1달 이상 지속하면 병원 찾아야
두경부암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흡연‧음주‧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이다. 특히 흡연은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약 15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음주는 구강암이나 하인두암에 주로 관여한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면 암 발생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구인두암은 HPV가 주된 원인으로 추정된다. 구인두 편평상피세포암의 약 15~50%에서 HPV가 발견된다. 비인두암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원인이다. 최근 흡연율이 줄면서 후두암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인두암과 비인두암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두경부암은 후두암이나 구강암 중 일부 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암 초기에 이렇다 할 이상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있다고 해도 이미 꽤 진행된 다음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후두에 암이 생기면 허스키하거나 거친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목소리 변화가 2주일 이상 지속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구강암이나 구인두암은 입이나 목에 알사탕을 머금은 것 같이 울리는 목소리로 변한다. 입에 궤양이 생기기도 하는데 1달 이상 아물지 않을 때도 구강암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냄새를 못 맡는 증상이 있으면 단순한 부비동염일 수 있지만 비강종양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확인하는 게 좋다.
두경부암은 내시경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소화기 내시경은 금식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이비인후과 내시경 검사는 금식이나 마취 같은 사전준비 없이도 가능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학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하고 두경부 종양의 경우 초음파나 세침흡입 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PET-CT(양전자방출 단층촬영)로 두경부암의 범위와 원격전이 여부도 확인한다.
남인철 교수는 “일반적으로 얼굴이나 머리 부위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 약을 먹었는데도 1달 이상 증상이 지속한다면 두경부외과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경부암 수술, 후유증 최소화 필요
두경부암 치료는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 두경부암은 수술 또는 방사선치료와 같은 단독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진행된 경우 1가지 치료만으로는 어렵다. 수술‧항암‧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남인철 교수는 “두경부암 수술 부위는 가능한 작게, 기능은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암만 떼어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암을 절제한 후 환자의 남은 삶까지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두경부는 혈관‧뇌신경 등 중요한 구조물이 복잡하게 위치한다. 먹고 말하는 기능과도 관련이 있어 두경부암의 수술적 절제나 항암·방사선 치료는 여타 부위의 암에 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암으로 조직을 절제하면 환자의 발성‧식이‧연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 중 영양공급 방법, 기도 유지 방법, 의사소통 방법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또 ▲외모의 심한 변형 ▲목이나 어깨의 운동 장애 ▲통증 ▲치아 결손이나 부정교합 ▲구강 건조증 ▲구강 점막의 손상 등 다양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을 정밀하게 하면서 후유증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치료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뿐 아니라 건전한 성생활도 필요하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HPV 백신을 접종하면 두경부암도 예방할 수 있다.
남인철 교수는 “두경부암의 5년 생존율은 1기 90%, 2기 70%, 3기 50%, 4기 40% 정도로, 조기에 발견할 경우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며 “두경부암이 진단부터 치료, 재건, 치료 후 재활에 이르기까지 치료과정이 긴 편이고 경우에 따라 수술이나 항암‧방사선 치료까지 필요할 정도로 쉬운 암은 아니지만, 섣부른 두려움보다는 적극적 의지로 치료하고 재활하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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