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는 뱀처럼 써라, 느리지만 재빠르고 예리하게
백수진 기자 2023. 7. 22. 03:02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
정은귀 지음|민음사|304쪽|1만7000원
평생 고향 패터슨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했던 미국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는 별 볼일 없는 일상을 관찰해 삶과 밀착된 언어로 시를 썼다. 영화 ‘패터슨’에 영감을 준 시인으로도 알려졌다. 윌리엄스는 시를 쓰는 태도에 대해 이렇게 썼다. ‘풀숲 밑에서/뱀이 기다리게 하라/글쓰기가 말이 되게 하라/느리고 재빠르고 예리한 말’
한국외국어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윌리엄스를 비롯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루이즈 글릭 등의 시집을 번역해 왔다. 힘들고 막막할 때마다 시집을 펼쳐 든다는 저자가 각별히 고른 시들과 시로부터 얻은 위로를 일기처럼 써내려갔다. 시를 모르는 이들에게 선물하듯, 쉬운 언어로 시인의 생애나 역사적 배경 등 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인은 재판관이 재판하듯 판단하지 않고 태양이 무기력한 것들 주변에 떨어지듯 판단한다”는 월트 휘트먼의 말처럼 작고 비루한 것들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산문집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마음산책)도 함께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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